신문방송 모니터_
세월호 특위 파행 관련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2015.04.07)
정부와 보수언론은 유가족 앞에 죄인이다
- 사고에 대한 조사 시작도 못했는데 배보상 액수로 주의 끄는 보수언론,
1주기 계기 슬픔과 분노 여전한 사회적 분위기 읽지 못해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보름여 앞둔 4월 1일,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보상 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3월 30일부터 세월호 특위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문제를 제기하며 업무를 잠정 중단했고. 세월호 유가족은 416농성에 돌입한 상태였다. 이처럼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특위와 유가족의 목소리가 높아진 시점에 정부가 배‧보상 기준을 발표하자 발표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결국 세월호 희생자‧생존자 가족 52명은 4일 광화문과 팽목항에서 “정부가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 공식 결정 때까지 배‧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했다. 그러나 정부는 3일 “배상금과 별도로 희생자 가구에 매달 생계지원금을 최대 6개월간 지원하겠다”며 지원금 방안만 또다시 내놓았다.
정부의 배‧보상 기준 발표 시기뿐 아니라 발표 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해양수산부가 4월 1일 오전 6시에 배포한 보도 자료와 10시 반 브리핑을 하면서 추가로 배포한 보도 자료의 내용상 차이를 지적했다. 해수부가 오전 6시에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 단원고 학생에겐 1인당 4억 2천만 원, 교사에겐 7억 6천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으나, 10시 반에 발표한 보도 자료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의 총 수령액이 각각 1인당 8억 2천만 원, 11억 4천만 원으로 늘어나 있었다. 불과 4시간 여 만에 보상액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이유는 애초 해양수산부 보도 자료에는 빠져있던 위로지원금 추정액과 보험금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로지원금과 보험금은 해수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위로지원금은 국민성금이니까 모금단체가, 보험금은 보험사가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해수부는 자신들의 권한도 아닌 내용까지 뒤늦게 포함시켜 배‧보상액을 부풀려 놓은 셈이다. 뉴스타파에 익명을 요구한 한 출입기자는 “해수부 대변인으로부터 추가자료 내용을 기사에 반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털어놓았고 “해수부가 배‧보상금 액수를 부풀리려고 오버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월호 특위 출범에 찬물을 끼얹는가하면, 특위 파행 논란이 있는 시기에 배상금액을 부풀려 배‧보상금 기준을 발표하고, 이도 모자라 생계지원비라는 ‘돈타령’을 이어간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민언련은 지난 4월 1일부터 방송과 신문이 ①배상액(정부의 배‧보상금과 생계 지원금 지원 관련) ②진상규명 요구(세월호 가족 집단 삭발과 도보행진 집회 관련) ③기타 세월호 관련 내용(특위 파행과 참사 트라우마 등)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모니터했다.
그 결과 보도량과 보도배치만 비교해보아도 보상액 관련한 내용은 신문 1면이나 방송보도 앞부분에 비중있게 배치하고 보도량도 많은데 비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보도량도 적고 보도비중도 낮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동아일보는 배상액 관련 보도는 4건인데 비해 진상규명 요구 관련 보도는 1건 뿐이었다. TV조선은 배상액은 당일 톱보도와 두 번째 보도로 비중있게 부각한 데 비해, 유가족의 삭발은 10번째로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JTBC만이 정부가 배상액을 부풀려 배‧보상안 기준을 발표한 사실을 전하고 이를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보수언론과 KBS는 세월호 배상금과 천안함 배상금을 비교하며 세월호 가족에게 지급될 배상금 ‘액수’를 부각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보수언론은 배상액 관련해서는 정부의 취지대로 부풀린 보상액을 구체적으로 제목을 뽑으며 부각한 반면, 유가족의 삭발과 도보행진 등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정확한 요구 등을 전하지 않았다.
■ 배상액 관련 어떻게 보도했나.
조선일보, 정부 배상안 내용을 가장 많이 보도해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금 산정 기준과 예상액, 신청‧지급 절차를 발표한 이튿날인 2일 조중동은 모두 해수부 발표 내용을 1면에 실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정부가 3일 세월호 희생자가 속한 가구에 생계지원 방침을 밝히자 조중동은 4일자 신문에서 관련 내용을 전했다.
보상액 이야기를 가장 많이 보도한 신문사는 5건을 보도한 조선일보이고, 다음으로 동아일보(4건), 중앙일보(3건) 순이었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발표한 배‧보상 기준에 대한 내용을 2일 3건 보도했고, 한겨레는 2일 5면 왼쪽 하단에 1건만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배‧보상 기준 관련 기사를 1면에 배치하는 등 주요하게 다뤘으나 조중동과 달리 정부 행태에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정부의 세월호 희생자 소속 가족에 대한 생계지원 방침에 대해선 보도하지 않았다.
‘배상금 액수’ 제목 처리한 신문…경향만 ‘액수+정부태도 비판’형태로 제목 뽑아
4월 2일자 모니터 대상 5개 신문은 배상금 액수를 제목으로 처리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제목에 배상금액이 기재된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중앙일보는 1면에 제목 <세월호 희생자 배상·보험·위로금 평균 금액>(4/2)과 배상금 액수를 나열한 기사를 실었고, 동아일보는 12면, 한겨레는 5면 기사 제목에 배상금 액수를 기재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제목을 <학생 8억 교사 11억…이례적으로 총 수령액 제시하며 생색>(4/2)으로 뽑아 3면에 배치했다. 소제목은 “위자료도 법원 최근 1억으로 인상… ‘특혜’라 볼 수 없어”, “위로금 3억 ‘특별법’ 재정 지원 근거에도 전액 국민성금” 등 해수부 발표안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설명이 담긴 내용이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의 1면 기사의 제목은 <세월호를 ‘돈’으로 덮으려는 정부>(4/2)였다. 이번 정부 배‧보상 기준 발표 관련 보도에서는 경향신문의 적극적인 해명 보도가 가장 바람직했다.
사설로 ‘정부의 악의적 언론플레이’ 비판한 경향·한겨레
정부의 세월호 배상금 기준 발표 이후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경향신문·한겨레·동아일보는 관련 사설/칼럼을 한 건씩 실어 자사 입장을 전달했다. 반면 조중동은 관련 사설을 싣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사설/세월호 문제를 돈으로 ‘물타기’ 하겠다니>(4/3)에서 “돈 때문에 일어난 참사를 돈으로 마무리짓겠다고 한다”고 말한 뒤 “정부는 부도덕한 물타기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더 이상 수치스럽게 만들어선 안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한겨레도 <사설/돈보다 긴급한 세월호 진상규명과 정부 책임>(4/3)에서 정부의 세월호 피해자 배·보상금 산정기준 발표내용을 거론한 뒤 “의도를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거액을 받게 됐는데 진상규명이니 뭐니 뭘 더 요구하느냐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것이겠다. 유족들이 배·보상 기준을 못 받아들이겠다면 돈을 더 달라는 요구라고 호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식의 언론플레이는 참사 이후 여러 차례 봤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중동 중 그나마 동아일보는 칼럼 <유승찬의 SNS 민심/‘세월호 1주년’ 앞두고 시행령 갈등 격화>(4/3)에서 “시행령이 문제되자 서둘러 희생자 배상·보상안을 내놓은 것도 석연치 않다. “진상규명은 방해하고 돈으로 물타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라고 전했다.
‘세월호 배상금 받으면 이의 제기 못한다’는 내용 제대로 보도한 건 중앙일보 뿐
중앙일보는 <정부 “세월호 배상금 받으면 이의 제기 못해”…유가족 반발>(4/6)에서 정부가 이번에 배상금을 받으면 국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서약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보도는 5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세월호 피해 보상 신청, 지급 설명회’에서 해수부가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안내책자 47쪽에는 “배상금 등을 받은 때에는 국가와 재판상 화해를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음에 동의하며 국가에 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도 일절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배상금만 받으면 진상조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그냥 수용하라는 것 아니냐”, “배‧보상금을 내세워 세월호 인양 등을 정부 뜻대로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또한 정부 측 설명자로 나온 세월호 배상 및 보상지원단 김성범 과장이 “진상조사에서 국가의 책임이 커진다고 해도 배상금 안에서 국가가 부담하는 부분이 늘어날 뿐, 배상금 자체가 늘지는 않는다”, “설혹 국가 책임이 100%라도 (피해자가 받는) 배상금은 변동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 특위가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배‧보상 논의 자체도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다가, 피해자 가족이 급한 경제적 사정 때문에 배‧보상을 받게 된다면, 추후 합의한 것으로 되어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이번 배‧보상의 시기 자체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를 할 만한 내용이다. 이처럼 주요한 내용에 대해서 언론이 제대로 짚어주지 못한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배상금 액수 강조하고 생계지원금 착실히 보도하긴 방송도 마찬가지
방송도 4월 1일 저녁 종합뉴스에서 해수부 세월호 배·보상 기준 발표 내용을 일제히 전했다. KBS·JTBC·TV조선이 각각 2꼭지씩 관련내용을 보도했고, MBC·SBS·채널A는 1꼭지씩 전했다. SBS와 TV조선은 관련내용을 톱기사로 전했다.
배상금 액수를 제목 처리한 방송은 SBS <‘세월호 희생’ 학생에 8억2천만 원 지급>(4/1, 톱보도)과 채널A <배상금에 성금 학생 8억‧교사 11억>(4/1, 6번째)이었다.
또한 정부는 배‧보상안을 발표한 지 3일 만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생계 지원 방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뉴스타파> 등이 보도한 정부 배‧보상안 금액 부풀리기 의혹에도 불구하고 다시 금전과 관련된 후속조치를 꺼내든 것이다. KBS, SBS, MBC 지상파 3사는 모두 생계 지원금 소식을 다뤘다. JTBC는 배‧보상안에 대한 국민의 오해를 풀어보는 <세월호 배상·보상금은 어떻게 책정?…논란 따져보니>(14번째, 고석승 기자)에서 “정부는 오늘 배상금과 별도로 희생자 가구에 매달 생계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대 6개월입니다.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이 먼저인데, 지원금 방안만 내놓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한 정도였다. 한편 TV조선과 채널A는 4월 3일 이후에 세월호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조선‧동아‧TV조선‧KBS, 천안함 등과 액수 비교해
조중동과 TV조선, KBS는 세월호 배·보상금액을 천안함 사건 등 과거 대형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금액과 비교했다. 이런 행태는 돈 이야기에 민감한 심리를 이용해서 국민들에게 세월호 가족이 많은 보상을 받고 있음에도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본질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賠·補償 1400억.. 유족 치료비 등 500억은 별도>(4/2)에서 단원고학생, 교사, 일반인에게 지급되는 배상금액을 나열한 뒤 “과거 대형사고 희생자에 대한 배상금보다 금액이 많은 편이다. 성수대교 붕괴(1994)…대구 지하철 화재(2003년)…천안함 폭침(2010년)의 경우…이 지급됐다”고 전했다. 이어 “천안함 폭침의 경우 희생 용사가 46명으로 세월호 희생자(304명)보다 적어 통상 국민 성금액의 60~70%가 지급되는 위로금이 컸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고 말하며 유독 천안함 희생자 배상금과 세월호 피해자에게 지급된 배상금을 비교·강조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중앙일보도 <단원고 학생, 배상금 4억2000만+위로금 3억+보험금 1억>(4/2)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배상금은 과거 대형 재난 사고와 비교했을 때 적지 않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는 희생자 한 명당 평균 2억5000만원, 2010년 천안함 폭침은 한 명당 2억~3억6000만원이었다. 다만 위로지원금은 천안함 폭침 희생자(5억5000만원)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세월호 희생 단원고 학생 8억2000만-교사 11억4000만원>(4/2) 마지막 문단에서 “한편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46용사 유가족은 전사자 1명당 7억5000만~8억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국가 보상금과 천안함 폭침 후 2만470명이 보낸 국민성금을 합한 금액이다”라고 말했다. <“단순 교통사고 사망자처럼 취급 진상규명 없는 배상은 의미없어”>(4/2)에선 천안함 유가족들이 받은 보상금 내역을 항목별로 나열해 일일이 금액까지 언급하며 상세히 설명했다.
TV조선은 아예 천안함 유족의 인터뷰를 실었다. TV조선은 <세월호 유족들 “진상규명이 먼저” 반발>(4/1)에서 “천안함 폭침 희생자 유가족 일부는 당시 나라를 지키다 숨진 군인들이 학생이나 교사와 비교해 보상에서 홀대 받은 게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고 전한데 이어 "군인이라는 신분에 살아있었으면 그 아이들의 이런 저런 계산도 안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2억밖에 안줬는데 해도 너무 하네요" 라고 말한 천안함 유족의 인터뷰 내용을 방송했다. 방송의 장점을 이용, 천안함 유족의 목소리를 통해 마치 정부가 세월호 유가족에게만 이례적으로 많은 액수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KBS도 세월호 배상금 관련 소식을 전하며 천안함 사례를 언급했다. KBS는 <세월호 배상‧보상 확정>(4/1)에서 “세월호와 천안함 참사를 비교해 보면 총액은 세월호 희생자들이 많고 특별위로금은 천안함 희생자들이 더 많은데 이는 천안함 때 희생자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KBS, ‘보상 받으면 합의한 셈’에 대한 유가족 불만 전달하며 일언반구 설명 없어
한편 이번에 보상을 받으면 합의한 셈이 되는 것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방송사 중 KBS만 간단하게 언급되었다. KBS는 <배상‧보상 설명회…차분함 속 일부 불만>(4/5, 7번째, 김정환 기자)에서 인천에서 열린 배‧보상 설명회를 다뤘다. 그러나 이 보도는 큰 문제가 없는 무난한 설명회였던 것 같은 인상을 주었고, 제목도부터 일반인 유가족들의 불만은 애써 일축하는 듯 뽑았다. KBS는 이 보도에서 한 희생자 가족이 “진상 조사 결과는 들어보지도 못하고 돈 먼저 받아 가면 합의한 걸로 해서 법적 소송은 못한다는 건데…”라고 발언한 내용을 전했다. 이처럼 주요한 문제이며 당사자들이 심각하게 우려하는 사안에 대해서 기자가 일언반구 설명도 없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또한 이 사안을 아예 보도하지 않은 다른 방송의 경우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 진상규명 요구는 어떻게 보도했나.
경향신문, 세월호 유가족 삭발식 내용을 가장 많이 보도해
4월 2일 광화문광장의 유가족 삭발식과 4월 4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안산부터 광화문광장까지의 도보행진 및 집회에 대한 보도량도 살펴보았다. 유가족 움직임 관련보도는 경향신문이 4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향은 해당내용을 총 3건 보도했고, 이 중 3건을 1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 유가족 삭발을 보며 “불신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고 표현
조선일보가 유가족 삭발 등 관련내용을 3건 보도했다. 그러나 1면에 배치된 <八面鋒>(4/3)은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 “배 인양 전엔 보상 안 받겠다” 삭발. 또다시 돌기 시작하는 不信의 수레바퀴”라는 내용이 전부다. 단 한줄 논평으로도 유가족의 삭발을 강하게 비난한 보도였다.
또한 조선일보는 <朴대통령의 세월호 1년… 對국민담화 검토>(4/6)에서 박 대통령이 5일 식목일 행사로 청와대 내에서 기념식수를 하는 사진과 함께 주로 청와대의 입장에서 세월호 1년을 바라보는 내용만 보도했다. 보도는 “차분하게 국민과 함께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한다”는 청와대의 원칙을 전하고,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만을 담는데 보도를 할애했다. 이 기사를 위의 표에서 유가족 삭발 및 도보행진 관련 내용을 담았다고 분류한 이유는 기사 내용 중 “문제는 청와대와 정부의 이 같은 기조가 세월호 유가족과 진보단체, 야권의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가족협의회와 세월호국민대책회의는 지난주부터 삭발과 도보 행진 등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폐기, 배‧보상 절차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야권 역시 세월호 1주기와 연계해 공세의 수위를 점차 높일 태세다”라고 유가족의 움직임을 전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총 9문단으로 구성된 위 기사에서 8문단을 정부의 특위 시행령과 인양에 대한 입장만을 전달하는 데 할애했다. 한마디로 청와대 기관지 수준의 보도였다.
동아일보는 유가족의 움직임을 다룬 사실기사는 없었고, 외부인 칼럼인 <유승찬의 SNS 민심/‘세월호 1주년’ 앞두고 시행령 갈등 격화>(4/3, 유승찬 대표)의 마지막 문단에서 “특별법 시행령을 둘러싸고 희생자 가족이 삭발투쟁을 해야 하는 이 기이한 풍경 앞에서…”며 유가족 삭발 사실을 언급하는데 그쳤다.
1박2일 도보행진과 광화문광장 집회 보도안한 TV조선과 채널A
4월 2일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유가족 단체 삭발식은 모니터 대상인 6개 방송사가 모두 보도했다. SBS가 1꼭지를 5번째 순서에서 보도했고, KBS·MBC가 1꼭지를 8번째로 보도했다. 전날 유가족의 특위 구성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비중 있게 보도했던 JTBC는 19번째 순서에서 단신 보도했다. TV조선과 채널A도 유가족 단체 삭발식을 다룬 한 꼭지를 각각 10번째와 27번째에서 방송했다.
TV조선, 유가족 삭발식 이유를 ‘진상규명’이 아닌 ‘선체인양’으로 축소시켜 보도해
그러나 보도만 했다고 잘한 것이 아니다. 유가족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삭발한 것이다.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것도 ‘진상규명’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TV조선은 유가족 삭발식 내용을 보도하면서 ‘진상규명 요구’이란 단어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TV조선은 <“세월호 인양”…유족 단체 삭발>(4/2)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세월호 인양’ 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재보선에서 세월호 이슈가 부각되기 전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유족들은 인양을 요구하면서 단체로 삭발을 했습니다”라고 앵커가 멘트하고, 기자가 정치권과 유가족이 ‘선체 인양’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왜 그들이 자식 잃은 슬픔 속에서도 1년이 지난 지금 거리에서 삭발을 하는지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면, 삭발식 보도는 의미가 없음에도 그렇게 보도했다.
한편 4월 4일부터 5일까지 진행한 유가족 도보행진과 광화문 집회에 대해서는 SBS와 JTBC가 한 꼭지로 전달했고, MBC는 단신으로 전했다. KBS는 세월호 배‧보상 설명회를 보도하는 리포트 마지막 부분에서 “1박 2일 도보행진을 마쳤다”는 정도로 소식을 전했다. TV조선과 채널A는 유가족 도보행진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 기타 세월호 관련 내용은 어떻게 보도했나.
세월호 특위 파행 내용도 지속적으로 보도한 경향과 한겨레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또다시 유가족들이 거리로 나와 국민에게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게 한 핵심 원인은 ‘특위’ 파행이다. 따라서 언론은 특위 파행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특위 정상화 촉구에 대한 여론형성을 주도해야 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4월 2일 각각 3꼭지로 특위 난항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짚었다. 또한 경향신문은 4월 6일 기획기사 <재난 트라우마에 갇히다> 7건을 1면부터 3개 지면에 배치해 집중 보도했다. 경향은 재난보도로 인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심각한데, 이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부실하다는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사례에 집중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대형참사 피해자‧가족의 고통과 국가의 대책부실을 짚어줌으로써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고통도 같이 헤아려볼 수 있게 한 좋은 기획기사였다.
반면 조선일보는 세월호 유가족과 이석태 특위위원장 등이 지적한 정부 시행령의 문제점에 대해 참사 원인이 다른 미국‧스웨덴의 각 참사 조사위원회 사례를 세월호 특위와 비교하는 등 악의적인 보도행태를 보였다.
조선, ‘세월호 특위’를 참사 원인이 다른 미국‧스웨덴 대형참사 조사위원회와 비교
조선일보는 <유족 “무력화 시도” 정부 “美 9·11때도 80명”>(4/3)에서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서 세월호 특위의 조직과 인원 등을 ‘미국 9·11테러 조사위원회’·‘스웨덴 에스토니아호 침몰사고 조사위원회’와 비교하며 정부 시행령 이행의 당위성을 부각했다. 보도는 “미국의 9·11테러 조사위원회도 인원은 80명 정도였다…특별조사위의 업무 내용도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규정해놓아 분석뿐만 아니라 조사까지 법에 따라 필요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1994년 852명의 희생자를 낸 스웨덴 에스토니아호 침몰사고의 경우에도 조사위원회는 36명으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정부 관계자의 발언 뒤에 9·11테러 조사위원회의 구성 방식과 소요 예산, 에스토니아호 조사위 구성방식 및 조사시간 등을 상세히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보도의 대부분을 정부 측 입장으로 할애한 뒤,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대변인 격인 박종운 변호사의 “조사 대상과 범위가 다른데 규모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는 반박 논리를 단 한 문단 할애했다.
조선·중앙, 인양땐 “천문학적 금액” 소요 주장
한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인양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정부 측 주장도 담았다. 조선일보는 <유족 “무력화 시도” 정부 “美 9·11때도 80명”>(4/3)에서 세월호 인양 문제에 대해 “기술 검토 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인양을 최종 결정한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인양을 포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세월호가족협회의회 등의 입장을 언급한 뒤 “에스토니아호의 경우 천문학적 인양 비용이 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스웨덴 정부는 일부 유가족들의 반대에도 선체 주변에 자갈과 콘크리트를 부어 해저 묘역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 “천문학적 금액”을 언급하며 부정적 관점을 내비쳤다. 중앙일보도 <단원고 학생, 배상금 4억2000만+위로금 3억+보험금 1억>(4/2, 3면)에서 “정부는 세월호 인양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갈 수 있어서다…현재 정부가 추산한 세월호 인양 비용은 1000억~1500억원이다. 세월호(6825t급)와 비슷한 크기로 2007년 침몰한 파나마 화물선 뉴 플레임(8737t급) 인양비용이 1770억 원이었다는 점을 참고한 금액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인양 작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기상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작업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2012년 침몰한 이탈리아 코스타 콩코르디아 크루즈선도 처음 예상보다 훨씬 많은 8000억원 이상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유기준 장관의 인양여부, 여론조사로 정하자는 발언 1면으로 보도
한편 조선일보는 세월호 인양 여부를 결정한 여론 수렴의 구체적이 방식이 여론조사라고 본다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의 발언을 6일 <세월호 인양 여부, 여론조사가 합리적>(4/6, 1면)과 <인양비용 등 정보 알린 후 국민에 의견 구해야“>(4/6, 6면)에서 주요하게 보도했다. <끝>
2015년 4월 7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