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2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 (2015.03.20)
등록 2015.03.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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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과잉 복지 주장의 허구성 파헤친 JTBC ‘팩트체크’ 

2월의 좋은 방송보도로 뽑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5년 2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방송보도’를 선정했다. 

 

 

 

좋은 방송보도, ‘과잉 복지론’의 허구성을 밝힌 JTBC <팩트체크>

 

여당의 보편적 복지 흔들기 프레임 ‘과잉 복지론’의 등장

증세 내용과 방법을 놓고 ‘보편적 복지vs선별적 복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과잉 복지론’을 이야기 해 논란이 일었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초청 강연에서 “복지 수준의 향상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과잉복지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사례로 ‘그리스’를 들었다. 김 대표는 6일에도 “증세는 최후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여당 대표가 복지 구조조정과 선별적 복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셈이어서, 국내 복지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리스 경제위기는 정치부패가 초래, 그리스 국민은 연간 2000시간 이상 노동

JTBC는 <팩트체크/‘복지 과잉’ 논란…한국, 그리스처럼 될까?>(2/9, 김필규 기자)에서 김무성 대표가 우려한 것처럼 과연 우리나라 복지가 ‘과잉’될 가능성이 있는지, 김 대표가 사례로 든 ‘그리스’의 경제위기가 과잉 복지 때문에 나태해진 국민성으로 초래된 것이 맞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봤다. 

 

 

김필규 기자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먼이 “그리스인들이 게으르지 않다”고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내용을 전하면서 코너를 시작했다. 김 기자는 “글로벌 위기 직전인 2007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GDP 대비 복지 지출…이게 21%, OECD 평균에 못 미칩니다”라고 전했다. 반면 그리스인의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같은 해 기준으로 그리스인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을 봤더니, 2037시간입니다. OECD 국가들 중 4위이고, 유럽국가 중엔 유일하게 2000시간 이상 일하는 나라였습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김필규 기자는 그리스 국민들이 “쓸데없이 오래 일하니까 결국 게으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는데, 1등이 누군지 살펴보면, 바로 한국입니다”라고 말하며 ‘그리스인이 나태하다(게으르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손석희 앵커는 “(한국이) GDP 대비 복지 비용은 거의 최하위인데, 근로 시간은 1위군요”라고 되물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과잉 복지론’이 처음부터 우리나라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기우에 불과했음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그리스는 과잉 복지도 아니었으며, 과잉복지로 인해 국민이 나태해졌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보도는 그리스 경제위기 원인은 경제력 격차가 큰 남·북부 유럽의 화폐통합과 동일 환율 정책, 그리고 그리스 정치권에 만연한 부패와 무능 때문임을 짚었다. 

 

 

한국, GDP 대비 복지비용 최하위·근로시간 1위‥허무맹랑한 ‘과잉 복지’ 프레이밍

JTBC <팩트체크>는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코너이다. 관련 지표와 도표 그리고 영상을 적절히 활용한 구성이 눈에 띄고, 손석희 앵커와 김필규 기자의 유머러스한 진행 솜씨도 돋보인다. JTBC는 <팩트체크>의 특성을 잘 살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발언한 ‘과잉 복지론’의 허구성을 낱낱이 파헤쳤다. 또한 JTBC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복지 과잉론’을 말한 5일에도 두 건의 기사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 나태”>(2/5, 톱보도, 안태훈 기자), <많이 늘렸어도 ‘복지 꼴찌’>(2/5, 두 번째, 이정엽 기자)를 통해 ‘복지 과잉론’에 반박한 바 있다. 민언련은 정부여당이 복지정책 축소를 주장하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음을 명백하게 드러낸 <팩트체크/‘복지 과잉’ 논란…한국, 그리스처럼 될까?>(2/9, 김필규 기자)를 2015년 2월의 ‘이 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KBS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보다 노력해주길 

 

한편 KBS <세월호 기름 유출…9개월째 배상 ‘감감’>(2/3, 곽선정 기자)도 좋은 방송보도 후보로 다수 거론됐다. 보도는 세월호에서 기름이 유출된 사실을 전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어업활동에 피해를 입고 있으나 정부와 세월호 선사 측의 배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비판했다. KBS는 타사에 비해 세월호 참사 관련 내용을 다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지난 1월엔 세월호 구조작업 당시 투입된 민간 잠수사들이 후유증을 앓고 있는데 정부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실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KBS가 세월호 관련 이슈를 놓치 않고 보도하고 있음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월호 참사 조사위원회 활동이 파행을 겪고 있는 현실과 세월호 가족을 비롯해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팽목항 도보행진 등에 대해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영방송 KBS는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명백하게 문제를 드러낸 바 있다. 세월호 이후 유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았고 국민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KBS가 세월호 보도에 대한 자성의 태도를 보이려면, 세월호 관련 이슈를 타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루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견인해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쁜 방송보도, OECD 권고사항을 아전인수로 왜곡 보도한 MBC

 

OECD ‘한국 구조개혁평가보고서’ 기초자료는 한국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 

경제협력개발기구는 9일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구조개혁평가보고서(OECD 보고서)를 발간했다. OECD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구조개혁 문제를 <경제활동에 관한 규제 부담 완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제고를 위한 정책 강화>, <고용보호 개혁>, <성장친화적으로 세제 효율성 제고>, <농업에 대한 지원 축소> 등 5개 분야로 나눠 평가 및 권고했다. 

 

회원국의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무역확대를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 OECD는 매년 1회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구조개혁평가보고서를 발표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기초자료는 회원국 정부가 제출한다. 따라서 9일 발표된 OECD 보고서 역시 한국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기초해 작성됐고, 당연히 한국정부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언론에서는 보고서 내용 중 몇 부분에 주목해 주요 내용으로 보도했다. 주요하게 부각된 내용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우선 OECD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제고를 위한 정책 강화’를 언급했다. 보고서는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 제고를 통해 고용 활성화, 급속한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 완화 기대”를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출산 휴가 사용 확대,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을 통한 유연근무제 장려, 양질의 보육서비스 확대”를 권고했다. ‘고용보호 개혁’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및 고용보호 격차,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 지원 부족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하며 “불합리한 해고에 대한 구제절차 단순화 및 가속화 등을 통해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를 완화하는 한편,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고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성장친화적으로 세제 효율성 제고’에선 “향후 정부지출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조세체계를 성장친화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환경세, 재산보유세 및 부가세 등 간접세를 확대하고 근로소득세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를 완화하라”를 “정규직 과보호 줄이라”로 둔갑시킨 MBC

MBC는 2월 9일 OECD 보고서를 톱으로 보도했다. MBC <“노동시장 양극화 성장 막는다”>(2/9, 톱보도, 정재윤 기자)에서 앵커는 OECD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된 구조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리포트에서 기자는 OECD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한국 경제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했다고 전하며 “해법으로 OECD는 먼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줄이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OECD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를 완화하라”고 조언했지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으니 이를 줄이

라’고 말하지 않았다. 또한 MBC가 언급한 ‘정규직 과보호’는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해 말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개혁안 논의를 앞두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던 논리이다. 일부 과보호된 정규직 때문에 고용 비용이 싸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이라는 이 주장은 전적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론’에 기초해있다. 그러나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진짜 원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하청 기업 간 큰 격차에 있다. 따라서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선 원·하청,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 비정규직 고용 구제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MBC는 이러한 내용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론’을 강조하는 데 보탬이 될만한 내용만 부각시켜 보도한 것이다. 

 

OECD가 ‘법인세’ 대신 간접세 확대 권고? 보고서에는 ‘법인세’ 단어 자체가 없어

 MBC의 아전인수격 보도행태는 <“복지 위해 간접세 늘려야”>(2/9, 두번째, 박민주 기자)로 이어졌다. 기자는 리포트에서 OECD가 부가가치세로 대표되는 간접세 비중을 늘리라고 권고했다고 전하며 “총조세에서 법인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복지지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간접세 비중을 늘리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리포트 마지막에선 “증세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이 있기 때문에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OECD ‘구조개혁평가보고서’에 ‘법인세’는 등장하지 않는다. MBC가 최근 여당이 제기한 ‘법인세 인상 반대’ 논리에 힘을 싣기 위해 의도적으로 OECD 보고서에 없는 ‘법인세’라는 단어를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여당이 주장하고 MBC가 강조한 ‘법인세 인상 반대론’도 사실은 중소기업 이익은 감소시키는 대기업 편파 논리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웹진 CBSi-더스쿠프는 <법인세 건드릴 수 없던 성역에 메스 대라>(2/25, 박용선 기자)에서 따르면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법인세율을 하나로 묶는 거다. 거론되고 있는 단일화 법인세율은 OECD 평균(2505%)보다 낮은 15~20% 수준이다. 하지만 이 세율을 적용하면 대기업 법인세는 줄고 중소기업 법인세는 높아진다. 중소기업들이 법인세 단일화를 ‘중기 죽이기’라며 반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MBC가 “총조세에서 법인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주장한 내용도 더스쿠프가 제시한 데이터와 분석으로 반박할 수 있다. 더스쿠프는 동일 기사에서 “일부에선 “OECD 국가 중엔 10%대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국가가 많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2011년 기준으로 스웨덴(15.7%), 독일(18.9%), 프랑스(8.2%), 그리스(11%) 등 여기에 해당하는 국가다. 하지만 이 나라들은 사회보장세가 높아 총 실효 세부담률이 적게는 44.6%(그리스), 많게는 65.7%(프랑스)에 달한다. 한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15.2%, 사회보장세는 13.2%로 총 실효 부담률은 29.8%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정규직 과보호 줄이고, 간접세 인상해야 한다’는 친 대기업적 정부 입장만 부각

OECD 보고서의 핵심은 불합리한 해고에 대한 구제절차 간소화와 비정규직의 직업훈련 프로그램 강화, 사회 보험의 보장범위 확대 등 비정규직의 임금, 고용보호 등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정규직과의 격차를 줄여 기업으로 하여금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유인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이를 위해선 기업의 해고가 쉬운 만큼 해고자도 쉽게 재취업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OECD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GDP대비 사회복지지출 수준, 높은 가계부채 등도 지적했다.

 

그러나 MBC는 관련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OECD 보고서 중 작년부터 이어져온 정부 여당의 ‘정규직 과보호 완화’와 ‘비정규직 근무기간 4년으로 연장’, ‘간접세 인상’ 주장 및 정책을 뒷받침할만한 내용만 부각한 것이다. 특히 MBC는 그저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를 완화” 구절을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줄이라고 권고”했다는 내용으로 인용·강조함으로써 전체적인 맥락과 본질을 호도했다. 또한 OECD 보고서에는 등장하지 않은 ‘법인세’를 리포트에 억지로 끼워 넣어 정부·여당의 친 대기업적 정책인 ‘법인세 인하 반대’ 논리를 강조하는 왜곡보도 행태를 보였다. 

 

무엇보다 OECD 구조개혁평가보고서에는 한국정부의 의견이 다수 포함돼 있다. 때문에 이 보고서가 한국 노동시장 고유의 노사구조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를 주요사안으로 보도한 MBC가 노동구조개혁과 세제개혁 문제에 대한 한국 노사의 의견을 고루 전한 것이 아니라 OECD 보고서를 빌어 정부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한 대목이다. 민언련은 MBC ‘OECD 구조개혁펑가 보고서 권고안’ 2건을 2015년 2월 ‘이 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끝>

 

 

2015년 3월 20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