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1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발표(2015.02.17)
한겨레, 중요한 사회 이슈 ‘쌍차 사태’에 관심 집중
조선, 문제 많은 정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무비판 찬양
민언련이 2015년 1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를 선정했다.
나쁜 신문보도, ‘수도권 규제완화’ 정부 논리 사진으로 극대화한 조선일보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공식화한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1월 12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는 종합적인 국토 정책 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예고한 것이다. 이어 정부는 18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조성’ 등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대거 풀었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비수도권 14개 시·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꾸린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19일 성명을 내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상생을 위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우선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 논리 대변하는 기사를 16건이나 실은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26일부터 28일까지 ‘투자 막는 수도권 규제 上中下’를 통해 총 16건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에 동조하는 기사를 연재했다.
- 대기업 공장 해외이전은 수도권 규제 때문 주장
26일 [투자 막는 수도권 규제<上>]에선 수도권 규제 때문에 기업 공장의 해외이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을 7건의 기사를 통해 전했다. <규제線이 가른 두 마을의 운명>(1면, 호경업‧채성진 기자)에서는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지역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과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의 사례를 비교하며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수도권 규제 정책인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한강 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 보전을 명분으로 양평군에 규제가 집중된 반면 인접한 비 수도권인 문막읍은 관련 규제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위 기사에서 기업 해외이전의 근본이유에 대해서 “국내 기업들은 중국·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대거 생산 거점을 옮겼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수도권 규제 정책 탓으로 돌리는 건 논리적 비약이자 모순이다.
- 시행령만 고치면 OK…규제완화 방법 상세히 설명해
27일 [투자 막는 수도권 규제<中>] <수도권 규제 완화 의외로 간단… 시행령만 고치면 돼>(5면, 이위재 기자)에서는 정부가 시행령 수정에 의지를 갖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나갈 것을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수도권 규제 중 상당수는 정부의 시행령만 고쳐도 대폭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연보전권역 내 공업지 조성 면적을 최대 6만㎡ 이내로 제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 시행령’ 규정”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이어 “수정법 시행령의 경우 절차적으로는 관할인 국토교통부에서 개정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입법 예고를 한 뒤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된다”며 법안 개정 절차를 상세히 전달했다. 또한 “수도권 규제 완화는 입법을 해야 하는 부동산 관련 규제보다 훨씬 풀기 쉽다…정부 당국의 의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전했다.
- 규제 완화로 도시화에 성공한 파주시와 화성시
28일 [투자 막는 수도권 규제<下>]에서는 규제완화로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선 경기도 파주와 삼성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경기도 화성의 예를 르포기사 형식으로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파주시와 화성시를 도시화의 성공사례로 추켜세우며 “파주와 화성시의 성장 비결은 과감한 수도권 규제 완화로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규제완화 혜택 유무로 엇갈린 희비? 선명한 사진을 통해 극단적 대비 효과 유도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촉구하는 조선일보 ‘투자 막는 수도권 규제 上中下’ 연재기사의 특징은 선명하고 큰 사진이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사진/첨단 의료단지와 경운기… 운명 갈린 두 마을>(1/26, 5면, 이진한 기자)와 <규제線이 가른 두 마을의 운명>(1/26, 1면, 호경업‧채성진 기자)에 함께 실린 사진기사에는 규제완화를 통한 도시화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해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시행에 힘을 더하려는 조선일보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두 사진기사에는 규제완화로 의료단지 및 상업시설이 들어선 강원도 문막읍과 규제의 영향으로 여전히 본래의 자연 상태를 보전중인 경기도 양평읍의 모습이 나란히 실렸다.
인구·자본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외면, 긍정적 측면만 부각해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도권 완화 정책”을 공식화 한 이후 총 16건의 관련기사를 실어 정부 논리에 힘을 실었다. 그린벨트 때문에 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한 기업들이 해외로 빠지고 있고, 이로 인한 손실이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규제 완화 성공사례로 파주와 화성 반도체 공장단지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와 자본의 수도권 집중 현상과 문제점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더구나 현재 다수의 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미 규제가 완화되어 있다. 한겨레 <대통령님, 비수도권은 포기하겠다는 건가요?>(1/29, 19면, 부산/김광수 기자)에 실린 지역균형발전협의체의 ‘수도권 규제완화 대응 및 지역균형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정부의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에도…제조업은 물론 지식산업분야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나온다. 또한 수도권에 “인구의 49%, 예금 70%가 몰려있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정규직이 비수도권 거주 정규직에 비해 “월급 29만여 원”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공식화한 것은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은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선일보는 또한 토목공사 중심의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한 채,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언급이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 모색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 ‘투자 막는 수도권 규제 상중하’ 기사 16건을 2015년 1월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좋은 신문보도, 한겨레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투쟁 관련기사 28건’
사측 손 들어준 대법 판결로 다시 굴뚝 농성 시작한 쌍용차 해고노동자
지난해 11월 13일 대법원은 2009년 쌍용자동차 측의 165명 정리해고에 대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측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대법 판례가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 조항을 확대해석해 집단해고의 문을 활짝 열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대법 판결 한 달 뒤인 2014년 12월 13일부터 지금까지 평택 쌍용차 공장내 70미터 높이의 굴뚝에 올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해고자 복직 및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를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했다. 1월 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진행된 오체투지 행진에는 씨앤앰 비정규직지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등의 해고노동자들도 동참했다. 오체투지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바닥에 댔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티베트식 큰 절을 말한다.
기사 형식 총 동원해 쌍용차 해고자 복직투쟁 사실 전한 한겨레
한겨레는 1월 한 달 동안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투쟁’ 관련 내용을 28건 보도했다.
그 중 1면에 배치된 기사는 총 3건이었고, 10면 이내에 배치된 기사는 18건이었다. 또한 사진기사 4건으로 굴뚝 농성·오체투지 행진 현장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전달했고, 사설 2건, 칼럼 3건에서 해고노동자 복직을 촉구했다.
눈에 띄는 기획기사 4건과 르포기사…복직 투쟁하는 해고노동자들 심경 전달해
한겨레는 새해 첫날부터 <50일만에 밟은 땅…“남은 쌍용차·스타케미칼 걱정”>(1/1, 14면, 김민경 기자)을 통해 씨앤앰 고공농성자의 농성해제 사실을 보도하면서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굴뚝농성 상황도 함께 전했다. 또한 9일엔 쌍용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특집 기사 4건을 실어 눈길을 끌었고, 12일엔 오체투지 현장 르포<끝내 막아선 경찰…끝까지 감싸준 시민들>(1/12, 12면, 김민경 기자)를 실어 해고노동자들의 절박함을 알렸다.
- 기획기사 : 해고는 사망이자 정신적 사형선고…복직 당위성 알려
한겨레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관련 기사 중 가장 눈에 띈 기사는 9일자 신문에 실은 4건의 기획기사다. 한겨레는 <“쌍용차, 해고자 복직 결단을” 시민·종교계도 힘 보탠다>(1/9, 1면, 전종휘·박승헌 기자)에서 “대규모 정리해고에 이은 26명의 죽음으로 한국사회에 거대한 생채기를 남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 회사 쪽이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쌍용차가 13일 4년 만의 새 차를 출시하며 재도약을 꿈꾸는 상황인데다 12일엔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방한할 예정이어서 이참에 복직 문제를 풀고 가는게 좋다는 제안이 나온다”고 전했다.
<사쪽 “티볼리 연 12만대 생산땐 해고자 복직 고려>(1/9, 5면, 전종휘·박승헌 기자)에서는 종교계의 오체투지 행진 참여 사실과 일반 시민들의 ‘굴뚝데이’ 행사 및 ‘쌍용차 챌린지’ 제안·동참 선언이 SNS를 통해 번지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또한 “정리해고가 노동자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경기나 경영이 좋지 않아 빚어진 일인 만큼, 경영이 좋아지면 해고자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과)의 발언을 실어 해고자 복직의 당위성을 주지했다.
<쌍용차 해고자들 빚 5276만원 늘어…70%가 ‘자살충동’>(1/9, 5면, 김민경 기자)에서는 한겨레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2014.12.22~2015.1.2) 결과를 통해 “해고는 살인” 이자 “정신적 사망선고”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설명했다. 한겨레는 설문에 응한 해고노동자 중 77%가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는데 그 주요 이유가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쌍용차 해고노동자’라는 낙인은 거주 지역인 평택에서의 재취업을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응답자의 70%가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2011년 평택대학교가 쌍용차 해고자와 무급휴직자 등 4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52.5%였다”라고 전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좌절이 깊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평했다. 이어 “어떤 심리치료보다도 복직이 가장 큰 치유라고 할 수 있다”는 ‘와락(쌍용차 노동자·가족 치유공동체)’ 권지영 대표의 의견을 전달했다.
- 르포 : 해고노동자들의 오체투지 행진과 시민들의 응원 ‘굴뚝 데이’ 행사
‘쌍용차 오체투지’ 마지막 날의 모습을 오체투지 행진 사진과 함께 전한 르포 <끝내 막아선 경찰…끝까지 감싸준 시민들>(1/12, 12면, 김민경 기자)도 눈길을 끌었다. 한겨레는 경찰이 비폭력 시위인 오체투지 행진을 막아선 사실과 “4박5일간 바닥에 얼굴을 대며 해고 뒤 힘들어하다 스스로 목숨 끊은 동료들을 생각했다”는 해고노동자 고동민씨의 인터뷰 내용을 함께 전했다. 또한 “경찰에 막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엎드려 있던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 건 굴뚝 농성 30일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굴뚝 데이’ 응원전이었다”고 말하며 시민들의 해고노동자 복직 투쟁 지지 사실을 전달했다. 이어 시민들이 ‘이창근, 김정욱이 만드는 티볼리를 타고 싶어요’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린 사례를 나열했다.
사설에선 사측 입장전환 촉구해
한겨레는 두 건의 사설을 통해선 쌍용차 사측의 입장전환을 촉구했다. <굴뚝 위 노동자의 절규에 쌍용차가 답할 때다>(1/10)에서 쌍용차 신차 ‘티볼리’ 출시를 앞두고 방한 예정인 대주주 마힌드라 그룹 마힌드라 회장이 지난 2013년 해고자 복직을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강조하며 “신차 발표 이전에 굴뚝 위 해고노동자들에게 먼저 이 약속의 이행 여부를 밝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힌드라 회장 방한 이후에는 사설 <쌍용차 신차 출시·해고자 복직 함께 풀길>(1/17)에서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는 신차 판매의 성공보다 해고자 문제의 해결이 더 빠른 길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마힌드라 회장이 “쌍용차의 흑자 전환을 해고자 복직의 전제조건으로 달았다니 아쉽다. 해고자 문제를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기대해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