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4년 12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발표(2015.01.20)
조선, 진보당 강제 해산 결정한 헌재 권위 부각,
체제와 법이 국민에 우선한다는 논리 극대화해
민언련이 2014년 12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를 선정했다.
나쁜 신문보도,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을 온몸으로 환영하는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극적인 제목과 사진, 보도내용으로 판결 의미 극대화한 조선일보 12월 20일 보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해 강제 해산을 결정했다. 소속 의원 5명의 국회의원직도 박탈했다. 헌재의 최종 의견은 “종북세력이 당을 장악한 뒤 북한식 사회주의 모델을 이행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2013년 11월 헌재에 정당해산 심판을 요구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논리와 판박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해산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됐다. 8 대 1 결정이었다. 재판관 9명 중 박한철 헌재소장과 주심 이정미 재판관을 비롯해 총 8명의 재판관이 해산 결정을 했고, 김이수 재판관만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이로써 통합진보당은 창당 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튿날은 20일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憲法이 대한민국을 지켰다>(12/20, 1면, 전수용 기자)였다. 헌재 재판관 9인이 나란히 착석한 모습을 중심으로 찍은 재판정 사진도 함께 실렸다.
이날 모든 신문이 이 사안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고, 보수지인 동아와 중앙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동아일보 1면에는 조선일보처럼 판결의 의미를 극대화한 사진이 없었고, 중앙일보도 헌재 재판관 9인의 작은 사진과 함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모습을 배치했다. 이에 비해서 조선일보의 1면은, 헌재 결정의 의미를 단적으로 부각할 수 있는 극적인 제목을 뽑고, 헌재의 권위를 부각하는 사진을 배치해, 조선일보가 헌재 결정을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의미를 가장 확실하게 드러낸 보도였다.
기사에서도 드러난 노골적인 헌재 결정 지지
조선일보는 이 날 1면기사 외에도 총 25건의 관련기사를 실어 헌재 결정 내용에 힘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통진당, 폭력혁명 노선 추종… 大韓民國 체제에 실질적 위협>(12/20, 3면, 전수용 기자)에서 헌재 결정문을 분석하겠다고 했으나 결정문 주요 항목을 (하나하나) 소제목으로 달아 해당내용을 풀이해주는데 그쳤다. 분석은 없었다. 헌재의 의원직 박탈에 대해서도 <의원직 유지한다면 정당 존속과 다름없다>(12/20, 3면, 양은경 기자)에서 “헌재가 의원직 상실을 선고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당 해산 결정의 실효성 때문”이라며 헌재의 결정을 두둔했다.
<사설/從北 통진당 대한민국 헌법이 심판했다>(12/20)에서는 “헌재 결정의 핵심은 북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종북(從北) 꼭두각시에 불과한 통진당과 그 세력은 대한민국과 민주주의의 적(敵)”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통진당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헌정 질서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국민적 공감을 반영”한 것으로 진단했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8명이 찬성한 것은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했다. 그리고 “헌재는 이번 결정으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헌법(憲法)을 지켜”낸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출한 통합진보당에 강제 해산 결정을 내린 헌재 결정내용을 적극 두둔하고, 이 판결에 국민 모두가 완전히 승복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었다. 특히 20일자 1면 머리기사 형식과 내용은 체제와 법이 국민에 우선한다는 헌재의 일방적 논리와 치우친 정치적 판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을 뿐, 정당 해산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라는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는 외면했다는 점에서 극단적으로 편향적 보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 <憲法이 대한민국을 지켰다>(12/20, 1면, 전수용 기자) 보도를 12월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좋은 신문보도,
세계일보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 관련 보도 208건
박근혜 대통령의 거듭되는 ‘인사 참사’ 원인으로 거론된 ‘비선 실세 정윤회’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취임 이래 지금까지 거의 모든 ‘인사’에서 실패했다.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시작으로 김용준·안대희·문창극 전 총리 후보, 김명수 전 교육부 장관 후보 등은 각각 병역·부동산, 고액수임료 수수, 친일 논란, 제자 논문 표절 및 대필 요구 논란 등으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 참사’가 계속되자 청와대 인사 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제기됐고, 인사 참사를 책임질 배후로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으로 불리는 보좌진들이 지목됐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론과 박 대통령을 국회의원 시절 보좌했던 정윤회 씨의 ‘비선 실세론’이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정윤회가 비선 실세다! <세계일보>의 특종보도와 정윤회의 국정농단
이 와중에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014년 1월 6일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내용을 특종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지난 11월 28일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11/28, 1면, 김준모·조현일·박현준 기자)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 떠돌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은 정윤회(59) 씨가 자신의 비선라인을 활용해 퍼트린 루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이 포함된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단독 보도했다. <비선실세그룹 ‘십상시’ 국정 정보 교류·고위직 인사 간여>(11/28, 3면, 김준모 기자)에서는 “감찰 보고서에 기록된 대로라면 정씨는 자신의 비선라인을 통해 청와대·정부 동향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는 등 사실상 ‘숨은 실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정윤회 씨와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해 자체 감찰을 벌”인 점 자체가 “세간의 ‘비선 실세’ ‘문고리 권력’ 의혹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와대 감찰 보고서’에는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박 대통령의 핵심 보좌진 10여 명을 ‘십상시’로 명명, 이들을 실세로 지목했고, ‘문고리 3인방’이 청와대 내부 문서를 정윤회 씨를 비롯한 외부 인물에게 전달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또한 공식적인 직책이 없는 정윤회 씨가 김기춘 비서실장 경질설 등을 찌라시에 흘리는 방식으로 국정에 개입해 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청와대의 본질 흐리기, “청와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
세계일보의 ‘정윤회 국정개입’ 보도의 파장은 엄청났다. 비선 실세의 존재와 전횡이 공식적으로 거론되자 국민적 논란이 크게 일었고, 검찰은 내용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기자 등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보도 당일(28일) 고소했다.
박 대통령은 12월 1일 “청와대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 행위”라고 공표하며 ‘문건 내용’보다 ‘유출 경위’로 사건의 쟁점을 옮겨 본질을 흐리고자 했고, 12월 7일에는 ‘문건’을 ‘찌라시’라고 말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주요 일간지들은 후속보도에 열을 올렸고, 곧 이 문건이 정윤회 씨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간의 권력쟁투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관점과 정윤회 국정개입의 실제 사례를 캐낸 한겨레 <“정윤회 관련 문체부 국·과장, 박 대통령 직접 교체 지시”>(하어영·김원철·김외현 기자) 보도도 등장했다. 정윤회 씨, 박지만 EG회장,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이 차례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소환돼 조사를 받던 최 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파문의 본질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여부!” 지속적으로 보도한 세계일보
청와대 문건을 입수·보도한 세계일보 조 모 기자는 12월 11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문건 유출 수사의 참고인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17일 김 모 기자는 피고소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취재 과정 및 보도 경위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세계일보는 청와대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문건 내용을 취재·보도한 자사 기자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 받고, 자사를 검찰이 곧 ‘압수수색’ 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도는 상황에서도 ‘정윤회 씨 국정개입 사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첫 보도가 나간 11월 28일 이후, 12월에도 1일부터 31일까지 12월 한 달 간 총 208건의 관련내용을 보도했다. 일반·사진기사는 총 186건이었고, 이 중 28건을 1면에 배치했다. 1면 배치 기사를 포함해 6면 이내에 배치한 기사는 총 143건이었다. 사설/칼럼은 22건 실었다. 세계일보는 12월 한 달 동안 신문이 발행되지 않은 일요일과 23일, 30일을 제외한 모든 날짜에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 관련 보도를 실은 셈이다.
이러한 집중 보도는 관련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한 언론사로써 사건의 흐름을 알리고 쟁점을 짚어주고, 본질을 주지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세계일보는 <사설/靑, ‘파문 본질’ 제대로 보고 국정 토대 바로 세워야>(12/13)에서 “모든 언론이 비선 실세가 작동했는지에 눈을 모으는 것…대통령의 눈을 가리는 일은 없는지, 그로 인해 국정 파행이 빚어지는 것은 아닌지 여부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설/커지는 ‘문건 파문’, 靑은 본질을 제대로 봐야 한다>(12/16)에서도 “이번 파문의 본질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여부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문건 유출에 초점이 맞춰진 인상이 짙다…‘정윤회 문건은 찌라시’라는 청와대 입장은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무엇을 말하겠는가…국정동력을 훼손하는 각종 의혹이 비밀주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특종 보도했고, 이후에도 뚝심 있게 ‘대통령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여부’라는 파문의 본질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세계일보의 보도로 대표성과 권한이 전무한 정윤회라는 인물이 ‘인사’ 등 각종 국정 현안에 깊숙하게 개입해온 정황이 공식적으로 드러났고, 박 대통령 인사 참사 원인도 밝혀지고 있다.
사실 세계일보는 민언련 ‘이 달의 좋은 신문보도’ 모니터 대상 신문이 아니다. 그러나 민언련 선정위원회는 세계일보 ‘정윤회 보도’를 제외한 채 ‘12월의 좋은 신문보도’를 논의하는 것이 미흡하다고 결론을 모았다. 이에 민언련은 최고권력 주변에서 일러나고 있는 비선들의 국정농단과 권역암투 실상을 보도한 세계일보의 용기와 치열한 기자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2014년 12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로 세계일보의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 관련 보도 208건을 선정했다.
헌재의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 비판 사설을 1면 머리기사로 실은 한겨레
한편 한겨레 <사설/민주주의의 죽음, 헌재의 죽음>(12/20, 1면)은 모니터 대상 5개 신문의 12월 보도 중에서 12월 ‘이 달의 좋은 신문보도’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9일 헌재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결정했고, 소속 의원들의 국회의원직도 박탈했다. 헌재 결정 이튿날인 20일 한겨레는 이례적으로 사설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한겨레는 첫 문단에서 “지금 여기, 해산과 해체의 위험에 처한 것은 수십 년간 힘겹게 일궈온 한국의 민주주의다”라며 헌재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고, 다음 문단에서는 “헌재 결정은 사법사에 남을 큰 오점이다”라고 일갈했다.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출한 정당에 ‘정치색’을 씌우고 이것을 문제 삼아 재판관 9명 중 8명이나 해산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매우 반민주적인 판결이었다. 독재를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헌법 재판소가 오히려 정부 편향적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선정위원회는 헌재의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이 박근혜 정부의 독재성 심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장문의 사설을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한 한겨레의 편집력을 높게 평가했다. <끝>
2015년 1월 20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