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4년 9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 (2014.10.9)
등록 2014.10.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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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편파적일 수 없다!
- TV조선 ‘유가족 폭행 시비’보도, 민언련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 -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4년 9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방송보도’를 선정했다. 

 

 

 

 JTBC ‘포스코 페놀 유출’ 보도,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

 

조용히 묻혀가는 기업의 환경파괴 제대로 짚어내 공론화


2013년 6월 강원도 강릉시 옥계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 공장 인근에서 페놀이 다량 발견되었다. 유출된 페놀의 양은 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당시 포스코는 페놀이 4월 공장에서 유출된 것임을 확인했고, 공장 주변에 차단벽을 세워 더 이상의 오염을 방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고발생 1년이 넘어선 지금까지 신문, 방송에서는 페놀 유출 관련 후속보도를 찾기 힘들었다. 기껏 나온 보도래야 6월 강릉시가 ‘포스코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는 즉시 오염토양에 대해 정화 조치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 자료를 냈을 때뿐이었다. 그나마 관련 보도는 단신이었고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어느 방송도 다루지 않았다. 이처럼 관련 내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JTBC는 포스코 페놀 유출 사고를 심층적으로 취재한 후속보도를 내놨다.

 

JTBC는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에 걸쳐 7개의 꼭지로 포스코 페놀 유출 사고를 보도하였다. 한 달이 넘는 취재기간이 걸린 만큼 한 꼭지 당 2분 정도의 길이로 총 15분가량 보도하여  탐사 시사프로그램에 가까운 분량과 내용으로 구성했다. 

 

 


JTBC는 포스코가 강 주변에만 오염 방지 차단벽을 세웠고 1년 뒤에야 공장 주변을 두르는 차단벽을 설치해 이 사이 오염은 계속 확대되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지역 지하수에서는 기준치의 1만 5천배가 넘는 페놀이 검출됐으며 주변 밭을 조금만 파도 빨간 페놀의 모습을 볼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주민의 몸에서는 학계에 보고된 적조차 없는 고농도의 페놀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JTBC는 23일은 4꼭지를 통해 △사고 경위 △주민들의 페놀 중독 △확산된 피해를 정리해 보여줬고, 24일 <하천, 해변서도 페놀>(24일, 윤영탁 기자)에서는 집단 폐사한 홍합 등을 통해 사고의 심각성을 느끼게 했다. JTBC는 단순히 사고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포스코의 입장을 듣고 반박하였으며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JTBC의 ‘포스코 페놀 유출’ 보도는 시민단체와 다른 언론의 움직임도 이끌어냈다. JTBC의 보도 후 ‘환경운동연합 강릉추진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공장인근 주민과 논·밭 경작민 등에 대한 건강 및 역학 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JTBC는 <페놀 오염에 중독까지>(23일, 김상진 기자)에서 “최종 정밀조사보고서가 나오는데 1년이 넘게 걸렸고요.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 데다 내용자체도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언론에선 사고 내용을 회사의 설명에 의존한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페놀 유출’과 같은 엄청난 환경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언론이 이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을 꼬집었다. 이후 한겨레, 경향신문, 동아일보도 이 사건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민언련은 사안의 중대성에 반비례한 언론의 무관심 속에 조용히 넘어갈 환경사건을 심층 취재하여 공론화한 JTBC의 ‘포스코 페놀 유출 관련 보도’를 이달의 좋은 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보도, TV조선 ‘세월호 유가족 폭행 시비’ 관련 편파보도


보도량, 여론호도, 거짓보도까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집행부 5명과 대리운전기사 간에 폭행 시비가 발생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V조선은 ‘폭행시비’ 이슈를 극대화함으로써 유가족 전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유가족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폭행시비’에 대한 TV조선의 보도량은 가히 광적인 수준이었다고 할 것이다. 또한 SNS로 여론을 살펴보겠다는 꼭지를 활용해서 유가족과 김현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 식 인신공격을 퍼부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폄훼하는 왜곡보도까지 일삼았다.

 

9월 17일부터 30일까지 TV조선의 유가족 폭행 시비 관련 보도는 총 52건이다. 나름 비슷하게 열심히 보도한 채널A의 43건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MBC와 JTBC 12건과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사건은 세월호 유가족이 연루되었다는 점, 국회의원이 대리기사에게 권위를 내세웠다는 점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심야 취객의 단순 폭행사건이다. 그렇다면 언론 보도도 그 사건의 비중에 걸맞게 보도했어야 한다. 그러나 TV조선은 17일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유가족 폭행시비 관련 보도를 이어나갔다. 수사내용이 진전이 없어도, 몇 꼭지에 걸쳐 다뤄야 할 이야기가 없어도 TV조선은 ‘한 이야기 또 하고, 보여준 영상 또 보여주기’와 ‘사실기사, 대담, SNS리포트 등 다양한 보도형태를 이용해 재탕 삼탕하기’ 전략으로 보도를 늘려나갔다. 이처럼 뉴스가치에 걸맞지 않은 압도적인 보도량은 그 자체가 극도의 편파이다.

 

 

또한 TV조선은 를 이용해 세월호 유가족과 김현 의원에 대한 비판을 마음껏 담았다. TV조선  코너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댓글들을 골라 소개하면서 ‘여론’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곤 한다. 주로 전교조나 진보교육감, KBS의 문창극 보도 등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과 다른 사안에 대한 비난 의견들을 모아 소개하는 편파성을 보여 왔다. 특히 해당 글이 실제 SNS에서 인용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거의 모든 인용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을 발췌한다는 점은 이 코너의 고질적 문제이다. 

 

 

 

유가족 폭행시비 관련해서도 어김없이 를 활용한 여론조작 행태를 보였다. 특히 <"46㎏ 온순 김현"에 "몸무게 적으면 죄 안짓나?">(25일)에서는 “같은 당 국회 부의장이 “46kg의 온순하고 허약한 김현 의원이 어떻게 폭행에 가담했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 “온순 김현, 올해의 사자성어감”이라며 “그렇다면 몸무게가 적으면 죄를 안 짓고 살찐 사람은 죄짓냐”고 반박합니다. “운동권 출신 독사가 온순하냐”부터 “금뱃지 달더니 맹수로 변한 것 아니겠냐”는 반응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건강 이상, ‘에멘탈치즈’ 너무 먹은 탓?>(26일)에서 “국민들이 함께 울어줄 때 끝내야 했다”며 “이제 세월호 특별법을 여야가 합의를 하든 말든 관심도 없다”고 싸늘하게 반응한다고 전하고, 유가족들에게 “빨리 짐 싸서 농성장을 떠나라”고 전했다. 


이처럼 ‘SNS’ 의 이름을 빌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비판성 의견을 담고, 김현 의원이나 유가족에 대해서 마녀사냥 식 막말을 방송보도에서 전파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행태이다.

 

‘폭행시비’에 대한 TV조선 최악의 왜곡보도는 <민변 유족 변호 손 떼>(23일, 이재준 기자)였다. 당일 4번째로 비중 있게 배치한 이 보도는 앵커부터 “대리기사 폭행에 연루된 세월호 유가족의 변호를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른바 민변이 이번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변호를 맡는데 부담을 느낀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민변이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라는 비아냥거림으로 시작했다. 여기에는 폭행사건이 얼마나 불리하다고 판단했으면 민변이 손을 뗐겠느냐는 식의 언질과 함께 아무리 그래도 민변이 이렇게 의리가 없어서야 되겠냐는 훈계까지 담겨있다. 


그러나 이 앵커멘트는 사실이 아니다. 민변은 “대리기사 폭행에 연루된 세월호 유가족의 변호를 맡았던” 적이 없으며, 따라서 ‘민변이 손을 뗐다’는 표현도 거짓 보도이다. 세월호 유가족 피의자 5명이 경찰조사를 받을 당시 대한변협 법률지원단 소속 오세범 변호사, 양홍석 변호사, 김종보 변호사가 긴급하게 입회하게 되었고, 당시 변호사 선임계를 낸 바 있다. 이들 변호사 중 일부가 민변 회원이기는 했지만, 일부는 대한변협 회원이었다. 민변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사건에 대해서 (민변이) ‘맡는다’, ‘안 맡는다’는 식으로 의사결정을 한 적이 없다. 변호사들이 개별적으로 사건을 맡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추측으로 보도한 것이다.

 

 

또한 이 보도에서 이재중 기자는 “지난 19일 대리기사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찰에 출석할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함께 했습니다”라고 보도하면서 “저는 이렇게 들어오실 줄 몰랐어요. 진짜 몰라요”라고 목소리를 들려주고 하단에 ‘박주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TV조선이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라고 한 박주민 변호사는 당일 영등포경찰서에 없었으며 당연히 박 변호사의 목소리가 아님이 밝혀졌다. 게다가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박 변호사는 “(김종보 변호사의) 해당 발언은 유가족에 급작스럽게 몰리는 기자들을 향해 변호사가 한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보도에서는 이 발언은 유가족을 비판하는 듯 한 맥락으로만 보인다. 박 변호사가 보도에 대해 항의하자, TV조선 측은 다음날 오전 7시쯤 인터넷에 게재되는 뉴스에는 김종보 변호사로 자막을 수정해 게재했다. 또한 이후 논란이 커지자 TV조선은 <뉴스쇼 판> 인터넷 다시보기에서 보도목록과 스크립트를 삭제했다. 


 민언련은 사안에 걸맞지 않게 압도적인 보도를 퍼부었고, 여론을 빙자해 유가족과 김현의원에 대한 심한 막말을 전파했으며, 급기야 사실이 아닌 내용까지 보도한 TV조선의 ‘세월호 유가족 폭행 시비 관련 편파’ 보도를 2014년 9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2014년 10월 9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