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세월호 대책회의를 폄훼하는 동아일보에 대한 모니터보고서(2014.8.30)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반정부 시위단체?
시민단체 활동가를 전문 시위꾼으로 낙인찍는 몰상식한 동아일보
28일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45일간 지속했던 단식을 중단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긴 싸움을 위해 새로운 출발합니다”라는 글을 실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유민아빠의 장기단식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가능한 법안 제정에 대한 유가족들의 간절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줬고, 세월호 문제에 여론을 집중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지금도 시민들과 각계 인사들이 광화문 농성장에서 동조단식 중이며, 이들은 수사‧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유민아빠의 단식중단 이튿날인 29일 주요 언론사들은 특별법 표류과정을 돌아보고 타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세월호 난국 돌파를 위해 요구되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을 위시한 야당 내 강경파의 부상과 문제점을 짚으며 ‘야당 책임론’을 강조했다.
1면 머리기사와 3면 전체, 사설로 세월호 대책회의 비난
그 와중에 동아일보는 29일 1면과 3면에 걸친 3건의 기사를 통해, 또 사설까지 동원하여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이하 세월호 대책회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헐뜯고 비난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정작 세월호 대책회의가 내세우는 주장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또는 세월호 대책회의의 활동 내용 중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못한 채 다만 종전까지 우리 사회의 핵심적 이슈에 대한 공동대책기구의 구성 단체들과 많이 겹친다는 점만을 부각하여 세월호 대책회의에 무작정 비난을 퍼부었다.
세월호 대책회의는 지난 4월16일 눈 뻔히 뜨고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300여명의 생목숨을 수장시킨 실로 충격적인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가 4월16일 이전과 분명하게 달라져야 한다며 거리로 나선 유가족과 국민들이 함께 발족시킨 범국민 기구이다. 세월호 대책회의는 실종자구조 및 희생자 추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 그리고 재발방지책 마련과 안전한 사회 건설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세월호 대책회의는 발족이후 400만 명이 넘게 참가한 서명운동을 진행하였다. 또한 세월호 특별법의 진상을 알리는 홍보물 제작과 배포, 전국 각 지역의 추모 집회 개최 등의 활동을 헌신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세월호 대책회의에 ‘색깔’을 씌워 ‘전문 시위꾼’으로 매도했다. 이는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의 의미와 이를 요구하는 유가족, 지원세력인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폄훼하는 왜곡보도다. 또한 수사‧기소권이 빠진 ‘무늬만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정부‧여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편파보도이기도 하다. 또한 역대 공동대책기구의 구성 단체를 분석하면서, 가장 최근의 공동대책기구인 "국정원 시국회의"(2013년 6월 발족)를 분석에서 제외했다. 또한 한국진보연대는 분석 대상인 6개 연대 기구에 모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개 연대 기구에만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 기술하고 있는 것다. 취재상의 오류인지 또 다른 연유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허술한 취재 결과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기사 작성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수준미달의 기사를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집중 배치한 동아일보의 편집태도를 보면서 향후 동아일보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정 시민단체와 활동가 이름 ‘지목’하는 동아, 진상규명 요구가 무슨 잘못인가?
동아일보는 세월호 대책회의 분석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하고 3면을 모두 할애해 관련 기사로 도배했다. 사설까지 실어 대책회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1면 머리기사인 <756개 단체 중 254개 광우병 시위때도 참여>(8/29)에서 ‘세월호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있는 각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을 ‘지목’했다. 동아는 대책회의에 “756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 단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우병, 제주해군기지 등 과거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주요 이슈 때 발족된 반정부 성격의 공동대책기구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이어 각 이슈 별로 참여 단체를 분류했고, “단골로 등장”하는 주요 인사들의 이름과 소속도 나열했다.
표까지 동원 시민단체 시위 강조하는 동아, 특별법 제정 요구가 불법인가?
3면
시민단체 활동가를 반정부 시위자로 규정한 동아, 마녀사냥 할 기세
3면 <“피해자 상처를 정치투쟁에 이용 시민단체에 밀려 야당 역할 실종”>(8/29)에서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통해 ‘한국의 시위문화’를 비판했다. 보도는 보수 성향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 참석자들의 발언으로 구성되었다. 보도는 제목부터 일방적인 시민단체 비판 목소리를 인용해 부각했다. 소제목 역시
특히 기사의 첫 문장은 “세월호 참사 관련 단식 릴레이에서 ‘유민 아빠를 살립시다’와 같은 감성적인 언어가 동원되는 건 한국의 정치가 얼마나 감정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근거다”라는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교수의 발언으로 시작된다. 홍 교수는 이어 “자칭 전문가 집단에서 시작돼 언론, 정당, 지지 국민, 시민단체로 이어지는 진보 성향의 연결 구조가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정치적 진지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서는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의 발언도 인용했다. 보도에서 이 교수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반정부 성향 단체들은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극단적”이라고 일갈하는가 하면, “사고피해자들의 약해진 감정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고 반정부 투쟁에 이용하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뿐 갈등과 슬픔을 조절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정치는 주권자인 국민의 감정을 살피는 것이 기본인데 이 기사에서는 그것이 매우 잘못된 정치적 태도인 것처럼 훈계하고 있다. 또한 “유민아빠를 살립시다”라는 구호가 ‘감성적 언어’라고 규정했는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단식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그 고통과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아적 발언이 아닐 수 없으며 약자에 대한 애정이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 건조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편파‧왜곡 보도 일삼아 건강한 시민사회 구성을 저해시키는 동아
동아일보는 <사설/야권, 세월호 빙자한 ‘정치투쟁 좌판’ 그만 치우라>(8/29)에서 노골적으로 시민단체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사설은 “야당 강경파와 유가족 곁에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라는 단체가 있다”고 말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광우병 사태 등을 주도했고 활동가들은 ‘단골 시위꾼’이라고 규정하는 등 앞 기사내용을 반복해서 전달했다. 이어 “야당과 유가족, 그리고 이들을 부추기는 대책회의는 국민의 뜻과는 정반대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5000만 명이 사는 대한민국이 4개월 넘게 세월호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정상적인 나라의 모습이 아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시민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말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서명하고 거리에서 홍보하며, 집회에 나오고, 동조단식을 하는 시민들은 누구의 지시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시민이고, 학생이고,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할머니이다. 시민들이 특정 집단과 세력의 부추김에 의해서 단식 등의 행위를 지속한다고 주장하는 동아일보는 편협하다 못해 미개하고 폭력적이다. 얼마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서 할 말이 없으면 애먼 세월호 대책회의와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되었는지 딱하기만 하다.
그러나 유가족을 지원하는 시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전문 시위꾼’으로 낙인찍고, 이들의 행위를 ‘반정부 시위’로 폄훼하는 행동은 건강한 시민을 적으로 몰아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일 뿐 언론의 할 짓이 아니다.
세월호의 취항과 운영에 국정원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고 또 국정원이 유병언씨 등과 세월호의 공동운영자가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사고 당일 대통령이 7시간동안 사라진 것에 대한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사‧기소권을 배제해야 한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만을 앵무새처럼 전하고 있는 동아일보에게, 조금이라도 언론의 모양새를 갖춰주기를 권하는 것은 무리인 것인가.
2014년 8월 30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