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종북몰이는 명예훼손” 방통심의위에 부메랑? (2014.8.13)
등록 2014.08.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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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몰이는 명예훼손” 방통심의위에 부메랑?

‘종북’ 이중심의 사례 수두룩…3기 위원회 ‘종북’ 심의 어떻게?


조수경 기자



‘종북’이라는 표현이 명예훼손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간 ‘종북’이라는 표현을 남발한 언론사에 대해 솜방망이 의결로 끝냈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8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그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종북·주사파·경기동부연합 등의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변희재씨(미디어워치 대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변희재 대표는 이 대표 부부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법원도 변씨 등에 명예훼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데 이어 2심 재판부도 이 대표 부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고법은 이어 변 씨의 주장을 인용보도한 조선일보와 인터넷매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국 사회에서 무차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종북몰이’가 표현의 자유를 넘어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이다. ‘종북’이란 표현을 남발하며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전달한 언론사 역시 언론자유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특정 인물에 대한 보수 인사들의 ‘종북’ 발언을 그대로 전한 방송사에 대해 별다른 제재 없이 넘어갔다. 반면 ‘종북’으로 찍힌 인물을 인터뷰하면 중징계를 내리는 이중성을 보였다. 


박창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를 인터뷰 한 CBS가 대표적이다. 방통심의위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박 신부를 인터뷰하자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법정제재(주의)했다. “국기 문란”, “NLL을 부정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박 신부는 종북이 아니라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수준이다’, ‘종북이라고 하면 사실상 이 분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전한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대해서는 ‘문제없음’으로 결론 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 ‘종북 성향’이라고 비난한 MBN도 ‘문제없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에 대해 ‘종북’이라고 지칭한 정미홍 전 아나운서를 인터뷰한 TV조선, JTBC, 채널A 역시 모두 제재를 피해갔다. 심의 과정 자체도 논란이었다. 이들 방송사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시청자는 방송심의규정 공정성·객관성·명예훼손 등 세 가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명예훼손 조항 위반만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대표적인 종북몰이 사례였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사태를 다루기 위해 김재연 당 대변인을 인터뷰한 JTBC <뉴스9>는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제재를 당했다. 이중 심의 논란이 일자 방통심의위 야권 추천 위원들이 한동안 ‘공정성 심의’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한국진보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우리법연구회, 통합진보당 등을 ‘대한민국의 종북세력 5인방’이라고 규정했으나 역시 ‘문제없음’으로 마무리됐다. 


방통심의위가 종북 논란을 전한 방송사에 대해 사실상 이중잣대로 심의한데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북 좌파’ 자체가 개인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반한 표현임에도 방통심의위가 ‘문제없음’으로 결정한 것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 심의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방통심의위는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 받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여야위원들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개별 심의뿐만 아니라 방통심의위의 목표와 심의 기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3기 방통심의위 역시 ‘종북’ 심의를 앞두고 있다.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보내기로 한 결정을 두고 한 방송사가 ‘남한의 종북주의자들을 응원하러 온다’는 내용의 방송을 한 것과 관련,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3기 방통심의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