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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세월호 유가족 만남 관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2014.8.20)
등록 2014.08.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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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유가족 만남의 의미 외면하는 

조선․중앙, YTN․MBC 

 

 

  지금 대한민국은 ‘교황 열공’중이다.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인 닷새간의 탈권위주의적 행보는 많은 국민을 감동시켰다. 교황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쌍용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송전탑 예정지 주민들, 용산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명동성당으로 초대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접전했다. 말로만 ‘소통’을 강조해 온 우리네 정치인들의 행보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교황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피해자 가족의 만남은 그 감동의 정점이었다. 

 

  단원고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이하 유민아빠)는 지난 7월 14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시작, 오늘(20일) 단식 38일째이다. 단원고 고 이승헌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이하 승헌아빠)와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 그리고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세월호 십자가 순례단’은 지난 7월8일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까지 갔다가 마침내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가 있는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6kg이 넘는 나무십자가를 지고 38일 동안 800km가 넘는 길을 걸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추스르기도 힘든 유가족들이 이처럼 목숨을 건 고행을 하고 있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유가족과 국민의 염원을 끝까지 외면한 채 진상규명을 할 수 없는 ‘무늬만 특별법’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5일 교황은 ‘세월호 십자가 순례단’ 유가족을 만났고 16일 광화문 카퍼레이드 중 단식 34일째를 맞은 유민아빠를 만나 깊은 위로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후 교황은 순례단 승헌아빠에게 세례를 주었다. 이러한 교황과 세월호 유가족의 만남은 유가족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향한 절박한 호소를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리게 했고, 유가족을 둘러싼 각종 오해와 억측을 해소하고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데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교황과 유가족 만남의 내용과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우리는 주요 신문과 방송이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교황과 유가족의 만남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다. 

 

 

신문과 방송 모두 비교적 주요하게 보도했지만, 조선․중앙은 소홀

 

  교황과 유가족 유민아빠와 승헌아빠의 만남을 가장 상세하게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와 경향신문이다. 한겨레는 관련 기사를 총 6건 보도했고, 그 중 1건을 1면에 배치했다. 경향신문도 5건의 관련 보도 중 2건을 1면에 배치해 사안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동아일보는 총 4건의 기사 중 1건을 1면에 배치했으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2건을 보도했을 뿐이고 그나마 1면에 배치된 기사는 없었다. 조선일보는 교황과 유민아빠의 만남 관련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표2> 참조)

 

 

 

 

  방송은 시복식 당일 있었던 교황과 유민아빠의 만남과 관련해서 KBS만 2꼭지로 보도했고, 모든 방송사가 1꼭지를 보도했다. 보도 비중도 전 방송사가 10번째 보도 이내로 주요 배치했다. 승헌아빠의 세례식 관련 보도는 YTN 이외 모든 방송사가 1꼭지씩 보도했다. KBS, MBC, SBS, JTBC가 관련 내용을 10번째 꼭지 이내로 배치한 데 비해 TV조선은 26번째로, 채널A는 19번째로 낮은 비중으로 배치했다. (<표3> 참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 달 넘게 단식 중인 유민아빠와 교황 만남 외면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 광화문 카퍼레이드 중 차를 멈추고 내렸다. 그리고 당시 단식 34일째를 맞았던 유민아빠에게 다가가 그를 위로했다. 유민아빠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교황과 유민아빠의 만남을 전혀, 단 한 줄로도 보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조선일보는 사실상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앙일보도 오십보백보다. 중앙일보는 <유족에게 ‘프란치스코’ 세례명…“예정 없던 놀라운 일”<(8/18, 7면)에서 “전날 광화문 시복식 직전에 카퍼레이드를 하다가도 400여명 유가족 앞에 내려 얘기를 들었다. 딸을 잃고 광화문에서 34일간 단식 중인 김영오 씨의 손도 잡았다”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이 보도는 보도량 체크에서는 포함시켰지만, 사실 중앙일보 역시 유민아빠와 교황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대통령이 외면한 세월호 유족…다가가 손잡아준 교황>(8/18, 3면, 진명선 기자)에서 “평생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분이 우리가 힘들 때 우리에게 와 주어서, 우리 손을 잡아주어 정말 고맙다”고 말한 유민아빠의 소감을 전했다. 또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인터뷰와 누리꾼 반응도 함께 보도했다. 기사는 유민아빠가 교황에게 편지를 건네는 사진(교황방한준비위원회 제공)과 함께 실렸다. 경향신문도 <교황, 한국사회에 숙제 던지다>(8/18, 1면, 백승찬·조형국 기자)에서 사진과 함께 교황과 유민아빠의 만남을 보도했다. 

 

  특히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서 교황과 유민아빠의 만남의 의미를 부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새누리당, 교황의 세월호 메시지 깊이 새겨야>(8/18)에서 교황은“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는 김 씨의 간청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정부의 총체적 무능에 분노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책임 규명의 정도를 외면하는 정치권에 절망한 세월호 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을 교황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무참”하다고 비판했다. “실질적인 수사권이 보장되지 않는 세월호 특별법을 유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여당이 풀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여당에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사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른 감동>(8/18)에서 교황의 유가족 만남이 “모두 세월호 유족들의 요청을 잊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하며 정부·여당이 유가족과의 소통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황과 유민아빠의 만남 보도 안한 YTN, 교묘히 편집한 MBC

 

  교황과 유민아빠의 만남과 관련해 가장 문제가 있는 뉴스는 YTN이었다. YTN <뉴스나이트 1부>는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유민아빠와 교황의 만남은 사실상 보도하지 않았다. YTN은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거행>(16일, 1번째, 김선희 기자)에서 리포트 말미에 “세월호 유가족 4백여 명과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한 소외계층들도 많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습니다.”라고 뭉뚱그렸을 뿐이었다. 물론 보도전문채널인 YTN이 관련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스로 저녁종합뉴스라고 자처하는 <뉴스나이트 1부>에서 관련 내용을 누락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MBC는 교묘하고 비겁한 편집행태를 보였다. 교황과 유민아빠의 만남을 다루긴 했지만, 다른 보도에 살짝 한마디 소식을 끼워 넣은 수준이었다. MBC는 <124위 시복미사 100만 명 운집>(16일, 1번째, 양효걸 기자)에서 시복 미사 관련 내용 중 “한 달 넘게 단식 중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 앞을 지날 땐 차를 멈추고 내려가 두 손 모아 위로했습니다.”라고 기자가 설명한 뒤, 유민아빠의 발언 모습을 보도했다. 문제는 특별법 제정 호소 발언은 뚝 잘라 버리고 “잊어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세월호”라고 말하는 발언만을 실었다. 

 

 

 

  채널A도 <한국서 첫 시복식 ‘세월호 상처’ 위로>(16일, 1번째, 정동연 기자)에서 시복 미사 관련 소식에 유민아빠 만남을 슬쩍 실었는데, TV조선은 그나마 <세월호 유족 손잡아 위로>(16일, 2번째, 이채현 기자)에서 김 씨와 교황의 만남을 한 꼭지로 다뤘다.

 

  KBS와 SBS, JTBC는 타사에 비해서 비교적 상세하게 관련내용을 전하고, 그 의미를 제대로 짚었다. KBS는 <시민들에 일일이 화답…축복의 키스>(16일, 4번째, 우정화 기자)에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 제정되도록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십시오”라는 유민아빠의 발언을 실었다. 또한 <세월호 유족에 각별한 관심>(16일, 6번째, 심수련 기자)에서는 교황이 세월호 참사에 표한 깊은 위로와 관심을 보였다고 추가 보도했다. SBS도 <차에서 내려 유가족 손 꼭 잡은 교황>(16일, 2번째, 박하정 기자)에서 KBS와 같은 내용의 유민아빠의 발언을 실었고, 그에 앞서 기자가 “넉 달 전 단원고 2학년이던 딸 유민 양을 잃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였습니다.”라고 말해서, 유민아빠가 34일째 단식중이며 그 목적이 특별법 제정임을 강조했다.  JTBC도 <세월호 유가족 아픔 보듬은 교황>(16일, 4번째, 김지아 기자)에서 관련 내용을 상세히 전하고 여기에 “우리 유가족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니까 교황님께서 도와달라고. 특별법 제정이 돼서 할 수 있게끔”이란 유민아빠의 인터뷰도 함께 실어 유가족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바라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전달했다.   

 

 

한겨레‧경향‧동아, ‘세월호 십자가 바티칸 행’ 제목 처리해 의미 부각

 

  15일 교황은 대전월드컵경기장 중앙제단 뒤에 있던 제의실 앞에서 세월호 유족 10명을 15분가량 만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만남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세월호 십자가 순례단’은 교황에게 자신들이 짊어졌던 ‘십자가’를 전했다. 교황은 이 십자가를 바티칸으로 가져가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교항이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는 이들의 호소에 끝까지 지지하고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리고 교황은 실제 출국하면서 이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내용도 다른 보도에 몇 줄 끼워 넣는 식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교황, “세월호 희생자들 聖母께 의탁”…대전 5만 신도 “비바 파파”>(8/16, 2면)에서 “세월호 유족을 만난 교황은 유가족 순례단이 전국을 돌 때 지고 다녔던 십자가를 바티칸으로 가져가겠다고 약속”했다는 점과 “유가족 순례단의 한 아버지”가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세례를 받을 계획”이라고 간단히 전하는 데 그쳤다. 

 

  한겨레는 <800㎞ 짊어지고 온 ‘세월호 십자가’ 바티칸 간다>(8/16, 3면, 진명선 기자), 경향신문은 <교황, 노란 리본 달고 미사… 세월호 십자가, 로마로 가져간다>(8/16, 1면, 박은하·조형국·이종섭 기자), 동아일보는 <노란리본 단 교황 “세월호 십자가, 로마 가져가겠다”>(8/16, 3면, 이기진 기자)에서 제목으로 의미를 부각했다. 중앙일보는 <“슬픔 속에 하나 된 한국…이제 공동선 위해 협력하길”>(8/16, 8면)에서 세월호 순례단 정황을 한 건으로 보도했다. 

 

승헌아빠 세례식은 비정치적으로 판단했는지 그나마 모든 언론이 보도했으나 YTN은 누락 

 

17일 교황은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의 소성당에서 승헌아빠에게 자신과 같은 세례명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주며 세례를 해주었다. 관련 내용은 5개 신문이 모두 보도했다.  

 

그러나 방송의 경우 YTN이 또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MBC는 <교황, 세월호 유가족에게 직접 세례>(17일, 3번째, 단신)로 단신 처리했다. TV조선과 채널A는 보도를 하기는 했지만 각각 26번째, 19번째로 보도순서를 뒤에 배치했다. 

 

 KBS는 <세월호 유족 세례…세례명 ‘프란치스코’>(17일, 3번째, 심연희 기자)에서 승헌아빠 세례 소식을 다루며 교황이 이 날도 세월호 유족을 위해 시간을 할애했음을 전했다. SBS도 <오늘도 챙긴 세월호..유가족 직접 세례>(17일, 2번째, 소환욱 기자)에서 세례 소식과 교황에 대한 세월호 유족들의 반응을 함께 실었다. JTBC는 <교황,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씨 세례>(17일, 3번째, 윤샘이나 기자)를 전하며 유가족의 슬픔을 돌보는 교황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2014년 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