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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재협상 관련 방송 모니터 보고서 (2014.8.19)
등록 2014.08.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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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제정에 계파갈등·진영논리 들먹이는 MBC

 ‘8‧7야합’을 지지하고 재협상 결정을 비판하는 편파보도 일삼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또다시 장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여당안 중심의 법안에 대해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8·7 야합’이라고 비난하자, 11일 새정치민주연합은 재협상 추진을 결정했다. 그러나 여당은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결국 13일 국회 본회의는 열리지 않아 예정됐던 ‘세월호 특별법’ 처리도 무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특별법 제정의 정신과 본질을 왜곡시켜온 언론, 그중에서 가장 파급력이 큰 방송의 책임이 크다. 특히 가족대책위가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 부여’ 항목이 왜 특별법 제정 관련 논쟁의 ‘핵심사안’인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언론의 ‘직무유기’는 심각하다. 

 

지상파 3사, 세월호 특별법 합의 보도량도 주요배치도 종편보다 못해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한 8월7일부터 13일까지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이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다.  우선 ‘세월호 특별법 합의’ 관련 보도가 KBS는 7꼭지, MBC는 6꼭지, SBS는 5꼭지이었다. 3개 지상파 보도를 합쳐도 JTBC 29꼭지보다 적은 것은 물론이고, TV조선 16꼭지, 채널A 9꼭지에도 못 미치는 보도량이다.  

 

시청자 관심도를 가름할 수 있는 ‘10번째 이내 배치 비중’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JTBC는 기간 내 10번째 보도 이내로 배치한 기사가 24꼭지나 되는데 비해서, KBS는 4꼭지, MBC는 4꼭지, SBS는 5꼭지 뿐이다. 한마디로 지상파 3사 저녁종합뉴스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인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외면한 것이다. 국민들에게 주요사안의 쟁점을 짚어주고 공론화 하는 공공재로써의 가치를 지상파 언론사 스스로가 떨어뜨린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대해 가장 많이 보도한 방송은 JTBC였다. JTBC는 총29꼭지의 기사 중 24꼭지를 10번째 이내에 배치했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와 관련해 채널A는 총 9꼭지를 보도했다. 그러나 10번째 이내에 배치한 특별법 제정 관련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TV조선 역시 총 16꼭지의 기사 중 4건만을 10번째 이전에 보도해서 관련 내용의 비중을 낮게 보았음을 알 수 있다. YTN은 관련 내용을 11꼭지 보도했고 그중 7꼭지가 10번째 이내 배치되었다.

 

 

공영방송 MBC,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진영 논리 운운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세월호 침몰의 원인규명을 통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여, 재해발생을 예방하고 또 재해가 참사로 확대되는 악순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언론은 이러한 특별법 제정의 의미와 과정, 쟁점사항을 명확하게 보도해야 한다. 그러나 JTBC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방송이 특별법 제정의 의미와 쟁점을 톺아보지 않고 있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방송은 MBC이다. MBC는 <새정치민주연합, 강경파가 주도권 장악…'타협' 실종>(8/13, 3번째, 박영일 기자)에서 엥커가 “세월호 특별법 합의 파기를 주도한 건 사실상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들”이라고 전하고, 신율 명지대 교수의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이 많은 비례대표 의원들은 특히 주요 현안마다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 등 외부세력이나 자신을 공천한 계파를 대변하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인터뷰를 실었다. 이는 TV조선, 채널A와 맥을 같이 하는 논조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를 야당 내 권력투쟁과 계파갈등으로 폄훼한 것이다. 

 

  MBC는 이어 <야당은 왜 강경파에 휘둘리나…온건파 침묵 이유는?>(8/13, 4번째)에서 스튜디오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과 대담을 진행했다. 앵커는 시작부터 “당내 강경파들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목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이라고 소개했고, “당내 강경파들이 자꾸 강경 노선으로 치닫는 이유가 모든 사안을 너무 정치적으로 좌우 이념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 그런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물었다. 이에 황 의원은 “의원총회를 해보면 강경파들이 우세를, 우위를 점하는 것 같다”, “평생을 운동 현장에서 전투력을 다져온 그 전의에 타 있는 이런 전사들이기 때문에 온건파들을 위세 면에서 압도하고 있는 그런 분위기, 형국”, “(강경파들이) 과거에 반독재 투쟁하던 그런 그 이른바 진영 논리에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지금의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척결 또는 투쟁의 상대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타협의 여지가 좁혀 들고 대화나 온건 노선이 자리하지 못하는 그런 환경이 있게 된 것 같다”고 발언했다. 

 

  황 의원은 이어 “‘새누리당이나 저희나 다 같이 대한민국의 한 정치 세력이고 대한민국의 장래에 대해서 염려하고 사랑하는 그런 정치 세력이고 정당이다"하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국심이 우리만 독점하는 게 아니라는 것, 새누리당의 애국심을 승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등 박영선 원내대표의 합의를 감싸주기 위한 친위대를 넘어서 새누리당 이중대 역할을 자처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낸 발언이라 하겠다. 

 

  문제는 이처럼 본인 스스로 심각한 ‘진영 논리’에 빠져있는 특정 정치인의 입장만을 부각한 인터뷰를 기획한 MBC이다. MBC는 ‘8‧7야합’의 문제점을 적절히 설명해줄 의원은 추가로 인터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족대책위가 진상규명위에 왜 ‘수사·기소권’을 요구하는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합의에 대해 왜 많은 국민들이 비판하면서 유가족 단식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는지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8‧7야합’을 지지하고 재협상 결정을 비판하기 위한 편파보도를 일삼은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정쟁으로 격하시킨 TV조선·채널A

 

  TV조선과 채널A의 ‘8‧7 야합과 재협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박영선 원내대표 체제 초기에 벌어진 계파간 권력다툼’이다. 

 

  TV조선은 <기로에 선 박영선,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가능성 시사>(8/10, 13번째, 홍혜영 기자)에서 박영선 원내대표가 “협상 파트너와 합의를 지키느냐 아니면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느냐”의 기로에 섰다면서 그에게 정치적 결단을 요구했다. 또한 <이슈진단/ ‘세월호 특검법’ 논란…새국면?>(8/10, 34번째)에서도 차기환 변호사와 대담을 통해 “(박영선 대표가) 야당 지지층 확실히 파악하고 갈 길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채널A는 <특별법 합의’ 후폭풍…박영선 리더십 ‘휘청’?>(8/9, 22번째, 노동일 경희대 교수)에서 노동일 교수가 “정치는 차악이라도 택해야”한다고 말하며 특별법 제정 논의를 정쟁으로 격하시켰다. 또한 <세월호 특별법 합의 후폭풍…박영선 대표 진퇴양난?>(8/10, 15번째, 동아일보 조수진 기자), <“세월호 협상 백지화”…박영선 리더십 ‘흔들’>(8/11, 20번째, 신재웅 기자)등을 통해 특별법 제정 논의를 새정치민주연합 내 당권을 둘러싼 갈등 정도로 문제를 축소시켜 보도했다. 특히 <세월호 특벌법 처리 무산되나…파행정국 장기화>(8/12, 27번째, 신재웅 기자)에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우리나라 정치는 어디로 가는가, 민주주의의 본질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한 내용을 싣고, 기자가 “국회가 연중무휴로 열리고 있지만, 정치권에 타협과 설득이 사라지면서 세월호 특별법은 물론 주요 민생법안 처리에 발목이 잡혔”다고 보도했다. 

 

  한편 TV조선과 채널A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재협상 결정’이 박원순, 정동영, 문재인 등과 재야 운동권의 압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TV조선은 <대권 노리는 빅맨들…박영선 대표 흔들기?>(8/11, 3번째, 최우정 기자)에서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세월호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야권에서의 입지강화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고 보도했다. <안팎 강경파에 박영선체제 ‘휘청’>(8/12, 18번째, 최수용 기자)에서는 박영선 대표에게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정국’부터 주요 현안마다 야당을 압박해온 재야 인사들의 반발”이 큰 부담이었다면서 명진 스님이 “야당까지 같이 동조를 해서 적당히 수사권·기소권 없는 특별법에 합의해주고…아주 미개한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발언한 것을 함께 보도했다. 특히 <황대진의 정치속보기/野 ‘합의 파기’ 재야 운동권 압박 때문?>(8/12, 19번째)의 황대진 기자는 “재야 운동권의 경우 국회가 잘 돌아가면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다. 광우병 사태나 이번 세월호 사태처럼 여야가 크게 싸우는 일이 있을 때 자신들의 입지가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여야로 하여금 싸움을 부채질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분들께 휘둘려 가는 야당은 자신들이 자질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채널A <세월호 특별법 파기…정국 파행 해결방법은?>(8/12, 28번째)도 조수진 기자가 새정치연합 안팎의 운동권 강경파들이 야당을 흔드는 “‘왝 더 독’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하고, 강경파를 “친노계, 정세균계, 초·재선 강경파”로 나누어 설명했다.

 

 

국민 여론 호도하는 TV조선

 

  TV조선은 <여야, '세월호' 정쟁…시민도 질려>(8/11, 2번째, 이채현 기자)에서 앵커의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지리한 힘겨루기에 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진 시민 인터뷰는 “무리한 요구지. 너무 과해요”, “물론 내 새끼들 잃어버렸지만 마음 아파. 진짜 아프지만 나라 사정 봐야 되고”, “시민들만 죽어나는 거예요. 경제가 안 좋아서 시민만 죽어나는 거예요” 라는 내용이 이어졌다. 마치 대다수의 시민이 세월호 특별법과 유가족을 부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여론조사 기관 모노리서치 조사 결과, 응답자 70.8%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중심이 돼야 할 부분은 ‘진상 및 책임 규명’이라고 응답했으며,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1,016명 중 64%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53%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정보는 <표> 참조) 따라서 조선일보의 아전인수 격 시민 인터뷰는 명백한 여론조작이다. 

 

 

JTBC, ‘유가족은 진상규명만을 원한다’ 대책위 입장 꾸준히 다뤄

 

  정치권에서 제안한 배·보상안을 놓고 유가족에 대한 오해와 억측이 아직도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JTBC는 ‘유가족은 진상규명만을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사·기소권’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양한 방법으로 주지시키는 보도를 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진상규명 불가능한 특별법…특례입학 거부”>(8/7, 10번째)에서는 여야 특별법 합의내용 보도 중 유일하게 가족대책위의 입장을 현장 인터뷰했다. 고 유예은 양 부친인 유경근 씨는 “진상규명이 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것도 저희에게는 의미가 없다”며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여야 ‘세월호법 재협상’ 갈등…13일 본회의 불투명>(8/12, 5번째)에서도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 대변인 정명교 씨 인터뷰를 통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 “기소·수사권 없는 특별법 반대…단식 확대”>(8/8, 7번째, 이희정 기자)에서도 “닷새 전, 건강악화로 22일 간의 단식을 중단했던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도 다시 단식에 돌입했다”며 유가족들의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들, 청와대 항의 방문…경찰과 충돌 빚어>(8/13, 16번째, 이희정 기자)에서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항의 방문에 나선 유가족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다 경찰과 충돌하면서,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실려”간 사실을 유일하게 전했다. 이어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4·16 TV라는 방송을 시작한 것과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의 단식이 31째로 접어든 것도 전달했다. 

 

  타 방송사들이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일정을 앞 다퉈 보도할 때에도 JTBC는 <인터뷰/유가족이 만난 교황…“너무 큰 슬픔에 기뻐할 수 없었던 처지가 답답”>(8/15, 8번째, 이호진/고 이승현 군 부친)에서 38일 동안 약 900㎞의 도보순례를 마친 고 이승현 군의 부친 이호진 씨를 직접 스튜디오로 초대, 인터뷰를 진행했다. 

 

  JTBC는 ‘세월호 특별법 합의’ 및 ‘재협상’ 관련 내용을 다각도에서 분석·보도했다. 지속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이유와 의미를 전달했고, 초대 인터뷰 등을 통해 유가족의 심경을 성실하게 대변했다. 또한 여야의 입장차는 국회에서, 유가족 관련 내용은 광화문 농성장에서 보도하는 등 현장감을 실린 점도 돋보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2014년 8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