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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종편·지상파 광고규제 완화…시청자 권익·공익성 훼손
이범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에 대한 광고 규제 등을 ‘주거니받거니’식으로 번갈아 풀어주면서 시청자의 시청권과 방송의 공공성을 허물어가고 있다. 시청자 권익은 외면한 채 양쪽 민원을 차례로 들어주면서 전파의 공익성을 해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지난 4일 지상파 방송의 광고총량제(광고 총량만 정해주고, 광고할 프로그램이나 유형은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연내에 허용하고, 중간광고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상파와 종편의 간접광고도 완화하겠다고 했다. 종편들과 종편의 대주주인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반발하고 나섰다. 지상파에 특혜를 주었다는 것이다.
세 신문사는 사설에서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중간에 방송을 끊고 광고를 내보내 시청자의 짜증을 돋우는 대가로 수입을 올린다”고 밝혔고, “지상파 방송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기 위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지상파 대리인이냐’는 말이 나올 지경”이라고도 보도했다.
방통위가 지상파에 허용키로 한 광고총량제는 종편에선 시행 중이고, 논란 끝에 보류된 중간광고도 종편에는 이미 허용돼 있다.
정작 이번 방통위 결정을 보는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시각은 싸늘하다. 정부가 종편의 초기 생존을 돕기 위해 온갖 광고 특혜를 줬다가, ‘형평성’을 문제삼는 지상파에도 다시 규제를 풀어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실제 방통위는 2010년 12월 종편의 광고총량제 허용을 청와대에 보고했고, 이듬해인 2011년 12월 지상파의 광고총량제 허용을 보고했다. 이쪽저쪽으로 광고의 둑을 터준 것이고, 지상파는 당시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들이 반발해 3년 정도 유예돼온 것이다.
정부가 종편과 지상파의 광고 규제를 풀어주면서 시청자들만 희생되고 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광고총량제를 다 도입해도 채널 간 광고 차별성이 없어 산업적으로 효과가 크지 않다”며 “시청자들의 불편함만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상파에 다소 어려움이 생긴 것은 종편에 부당한 특혜를 주었기 때문인데 이를 풀겠다며 시청자의 주머니를 노리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구조적인 문제에 손을 대지 않고 광고만 풀어서는 종편의 특혜만 굳히고 시청자의 권리는 더욱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