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국정원과 세월호 연관성 의혹 관련 방송‧신문 모니터 보고서 (2014.8.1)
국정원의 세월호 연관성 은폐하는 공영방송과 조중동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 복원 결과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의 핵심은 국정원이 세월호 증개축 및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는 것이며 그 근거는 노트북에 있던 문건 내용과 작성 시기였다.
세월호 첫 운항일보다 앞선 2013년 2월 27일에 작성된 이 문건에는 증축한 4층 갤러리의 천장 칸막이와 도색, 작업수당 보고서 등 국정원의 지적사항을 이행한 100여건의 작업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소유주가 아니고서는 개입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라고 추정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사실 세월호와 국정원의 연관성 의혹은 참사 초기부터 제기됐지만 국정원은 세월호와 연관된 행동 자체를 부인해왔다. 7월 10일 국정원 기관보고에서도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세월호 관련해 국정원이 한 일이 있다면 보고하라고 했지만 별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이 나오자 뒤늦게 해명을 했고, 이틀 뒤 다시 해명을 했는데 이전과 내용이 달라서 스스로 의혹을 증폭시켰다.
결국 국정원의 해명을 사실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단 문건을 작성한 선원을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31일 국정원은 “문건 작성자는 지난 5월 15일 (사망한 채) 발견된 세월호 직원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의 계속되는 말 바꾸기에 이어 문건 작성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황당한 답변까지 나오자 이 사안에 대한 국민의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재보선 선거 국면에서 여야 정치공방의 도구로 잠시 언급되었을 뿐, 진상규명을 위한 진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진 바 없다.
침묵하는 언론, 국민의 알권리를 완전히 박탈한 셈
무엇보다 언론이 문제이다. 국정원의 거듭되는 말 바꾸기는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세월호와 국정원이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황이 있음에도 언론은 이에 대해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국정원이 세월호 증개축에 관여했다면 이는 세월호의 직접적인 침몰원인을 국정원이 제공했고 국정원이 책임의 핵심에 있음을 시사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검경은 물론 언론들이 지금까지 유병언 일가를 쫒느라 혈안이 된 이유는 바로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원인인 무리한 증축이 청해진해운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호의 실질적 소유주가 국정원이 아닐까 의심되는 문건이 나왔고 이에 대한 국정원의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언론이 이런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31일 문건 작성자가 사망한 것도 아니고 “사망한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서도 신문과 방송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국정원의 세월호 연관성 의혹에 관해서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돋보인 JTBC와 공중파 체면 지킨 SBS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방송사 7개 저녁종합뉴스를 모니터한 결과 세월호-국정원 연관 의혹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는 JTBC와 SBS뿐이었다. KBS, MBC와 YTN, TV조선, 채널A는 관련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JTBC는 의혹이 제기된 25일과 28일 각 1꼭지씩 총 2꼭지를 보도했고, SBS는 1꼭지를 보도했다.
JTBC는 <대책위 "국정원, 세월호 운항관리 개입했다" 의혹 제기>(25일, 9번째, 이지은 기자)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제시한 의혹을 문건 내용과 함께 전했다. <세월호 노트북에 '국정원 지적사항'…국정원-세월호 관계는?>(28일, 9번째, 강신후 기자)에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야당의 입장과 국정원의 해명을 동시에 전달했다. 또한 국정원측 해명에 “취재진이 2천 톤 급 이상 여객선 17척의 유사시 보고계통을 모두 파악한 결과, 세월호만 '국정원 보고'가 명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월호만 보고체계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대목입니다” 등 자체 분석 내용을 근거로 반박․보도하며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SBS는 <국정원, 세월호 관리에 개입 의혹"…논란 확산>(27일, 7번째. 안정식 기자)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의혹제기와 국정원의 해명, 정치권으로 번진 논란까지 주요 사안을 조목조목 보도했다. 같은 공중파 방송사임에도 불구하고 사안을 외면한 KBS, MBC와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JTBC [뉴스9](7월 25일) 방송화면 갈무리
제대로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 뿐
5개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을 제대로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뿐이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2건, 경향신문과 조선일보가 1건 보도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단 한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나마 사안을 온전히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였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해당 내용을 전하긴 했으나 특정 기사의 두 번째 소재 또는 단순 언급 등에만 그쳤다. 한겨레는 <“세월호 증개축에 국정원 개입>((7/26, 8면, 광주/안관옥 기자), <“2000t급 사고때 왜 세월호만 국정원에 먼저 보고하나”>(7/30, 6면, 이유주현․김수헌 기자)에서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의 기자회견 내용부터 정치권으로 번진 의혹 제기, 국정원의 해명 등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칼럼(시론)/흑색선전에 발목잡힌 ‘세월호 특별법’>(7/30, 박주민 변호사)에서 “세월호 증개축에 국정원이 관여돼 있다는 것을 유가족들이 폭로하자 유대균이 검거되는 기막힌 우연도 벌어지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전했다.
중앙, 보도는 했지만 사설에서 ‘가족대책위의 공격‘과 ’야당의 공세‘로 격하
중앙일보는 <구원파 신도 “유병언 사망 이젠 믿을 수밖에…”>(7/26, 4면, 최경호․임명수․최모란 기자)에서 “한편 세월호에서 건진 노트북PC에서…”로 시작하며 기사의 두 번째 소재로 해당 문건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는 노트북 발견과 복구에 대해 언급하고, 문건 내용과 함께 유가족과 국정원의 주장을 간단히 담았다. 그러나 <사설/눈앞의 학생들도 구조 안 한 무능한 해경>(29일)에서는 세월호 참사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이 시급한데 선정적 가십․의혹에 본질이 묻히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사설은 “야당은 28일 국가정보원의 세월호 증개축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공개한 문건을 근거로 국정원이 세월호와 관련 있다며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국정원은 ‘테러 등에 대비한 선박 보안 점검의 일환이며, 세월호 사고와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의 공세는 멈추질 않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마디로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가족대책위의 공격‘과 ’야당의 공세‘로 격하시킨 셈이다.
조선, 내용은 보도하지 않으면서 여야의 선거용 정치공방으로 본질 왜곡
동아일보는 관련 내용을 단 한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도 국정원 문건 자체에 대한 보도는 없었다. 다만 조선일보는 <경제 살리기 내세운 與… 세월호 불씨 살리는 野>(7/29, 4면, 이동훈․김경화․김은정 기자)에서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이 세월호 운영‧관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도 요구”라고 단 한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정작 ‘세월호-국정원 연관성 의혹’에 대한 보도는 전혀 없고, “야권 전체가 세월호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를 일으키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당이 세월호 국정원 연관성을 선거에서 ‘세월호 심판론’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한 것이다.
2014년 8월 1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