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유대균 씨 검거 관련 방송모니터 보고서 (2014.7.29)
TV조선과 채널A 보도, 그 자체가 폭력이다
- 세월호 특별법 보도는 외면한 채 흥미위주의 보도만 쏟아내 -
지난 25일 유병언 씨의 장남 유대균 씨가 검거되었다. 검찰은 27일 유대균 씨에 대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유 씨의 도피를 도운 박 아무개 씨와 하 아무개 씨는 범인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참사 원인 중의 하나인 청해진해운에 대한 수사와 선주의 책임 소재는 분명히 가려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유 씨 일가를 검거한다고 해서 참사의 모든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언론은 특별법과 국정조사, 단식농성에 들어간 유가족과 국민의 진상규명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충분히 보도함으로써 정부와 국회의 진상규명 노력을 견인해낼 의무가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방기한 채 오로지 유병언 일가 수사에만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바로 그날 세월호에서 건져 올린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시사항"이라는 파일이 법원의 노트북 검증에서 확인되고, 그 내용은 국정원이 세월호 증개축과정이나 세월호의 운영 등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이었는데도 그런 내용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반면, 대신 유대균씨 검거와 관련된 선정적인 보도에만 집중하였다. 이는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축소은폐하려는 권력의 이해관계와 대중의 속된 호기심을 증폭시켜 시청률을 올리려는 상업주의적 선정성이 기묘하게 결탁하여, 결국 진실보도를 수면아래로 끌어내린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부터 유병언 씨에 대한 과잉 취재와 마녀사냥에 가까운 선정적이고 반인권적 보도는 심각한 수준까지 와 있다. 특히 TV조선과 채널A는 결과적으로 이미 고인이 된 유병언 씨에 대해 ‘체액 묻은 휴지’, ‘단신 콤플렉스’, ‘건강 집착증’ 등 신상털이에 가까운 방식으로 온갖 정보를 모아 마구잡이로 보도하는 황색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장남 유대균 씨 검거 과정에서 그의 도피를 도운 박 아무개 씨에 대해 관음증적 보도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
방송사 모두 유 씨 검거 3일간 톱보도, MBC․YTN․SBS․채널A는 특별법 보도 없어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모든 방송사 메인뉴스의 톱보도는 유대균 씨 검거 관련 내용이었으며, 보도량도 엄청났다. 그러나 이 시기에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 유가족들의 폭염 속 단식농성, 이를 지지하는 국회의원과 시민사회 등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 등 중대한 세월호 관련 이슈들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들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 시기, 세월호 특별법 등 기타 세월호 진상규명 관련 보도를 비교해보면 JTBC가 4꼭지로 관련 내용을 전하고 있고, MBC, YTN, SBS, 채널A는 단 한 꼭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TV조선은 ‘특별법이 문제’라는 식의 보도만 내놔
TV조선은 관련 내용을 2꼭지 보도했지만 ‘특별법이 걸림돌’이라는 식의 편향적 접근뿐이었다. TV조선은 <세월호 특별법에 막혀…>(26일, 21번째, 정세영 기자)에서 박 대통령의 “많은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사명감을 갖고 국회와 정치권에 설명과 설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발언을 전한 뒤, 기자가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부동산 활성화와 내수 진작 등을 위한 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세월호 특별법과 연계돼 처리가 안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국회와 청와대가 “세월호 특별법에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TV조선<특검 추천권, 증인 ‘신경전’(27일, 14번째, 신정훈 기자)은 특별검사 추천권과 세월호 진상조사 청문회에 나설 증인 채택 관련한 여야의 대립을 보도하면서 기자는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 모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보다 여야 간 기 싸움만 남은 상태“라며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여야 갈등만을 부각했다.
도피 조력자 박 아무개 씨 관련 보도, 인격권 침해 전형적인 사례
도피 조력자 박 아무개 씨 관련된 내용은 모든 방송사가 별도의 꼭지로 보도했다. KBS, SBS, JTBC가 한 꼭지씩 박아무개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MBC와 YTN이 2꼭지, 채널A가 6꼭지, TV조선이 7꼭지를 보도했다. 특히 방송보도는 박 아무개 씨에 대해 여성, 미인 등을 부각하고 ‘미녀 무사’, ‘호위무사’ 등의 별칭을 사용하면서 흥미를 유발시켰다.
얼굴 클로즈업 처리하며 독설적 표현하는 방송 보도
모든 방송사가 검거되어 경찰과 검찰로 이송되는 도피 조력자 박 아무개 씨의 모습을 마치 영화 찍듯 클로즈업 처리했다. 언론보도에서는 경찰이 사전에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모자나 수건이 필요한지 물었으나 본인이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가 무엇이든 피의자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 있는 방송이라면 그런 선정적 영상처리는 피했어야 했다.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에는 인격권 관련한 조항이 있다. 제2장 인격권의 2항에는 △용의자나 피의자, 피고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범죄자의 얼굴, 설명 등 신상 정보 공개에 신중을 기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용의자나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등 공익적으로 신상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을 때도 언론사는 신중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우리 언론은 피의자에게 폭력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사실상 대답하지도 않을 형식적 질문을 던진 뒤, 대답하지 않았다고 “냉정한 표정”(KBS), “당당한 표정”(MBC), “냉혹할 정도로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일관”(YTN) “쏟아지는 질문에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입을 꽉 다물고 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불빛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TV조선), “전혀 흔들리지 않는 꼿꼿한 모습”(채널A)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특히 TV조선은
이혼과 자녀양육 등 박 아무개 씨 사생활 노출시키며 인권침해
MBC, JTBC, TV조선, 채널A는 박 씨가 이혼 소송 중인 점을 언급했다. 이는 세월호 사건은 물론 국민의 알권리, 공익성 등과도 아무 관련이 없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다.
박 씨가 자녀를 ‘내팽개쳤다’는 표현도 자주 언급되었다. 채널A <태권도 유단자…석달 도피 수행>(25일, 7번째 노은지 기자)에서는 기자가 “박 씨는 또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판도 내팽개치고 3달 가까이 대균 씨의 도피를 도왔다”고 보도했고, TV조선 <“두아들 팽개치고 대균 위해 호텔 물색”(26일, 4번째, 이승재 기자)에서는 “이혼 수속 중인 박 씨는 자신이 키우던 두 아들까지 집에 내팽개치고 유 씨를 따라 나섰다”면서 “자식까지 버린 채 도피행각을 버린 박씨”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한편 <"결혼 전부터 유대균 수행비서">(26일, 5번째, 전병남 기자)에서는 남편 박 모 씨가 진술한 내용이라면서 “(박 씨가) 고가의 명품 브랜드 D사 등의 화장품만 사용하는 등 사치스러운 편”이라며 “인터넷 사용의 대부분을 쇼핑에 쓰곤 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채널A 시사토크, 물 만난 고기처럼 박 씨 인권 난도질.
선정성이라면 우열을 가리기 힘든 TV조선과 채널A는 박 씨의 인권에 대한 난도질 경쟁에 나선 듯하다. 시사토크프로그램이 아닌 채널A 메인뉴스에서도 <좁은 방에서 단둘… 석달 동안 뭐했나?>(26일, 2번째, 고정현 기자)와 같이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유대균 씨와 박 모씨의 성적 관계를 상상하게 하는 보도가 있었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욱 노골적으로 발전해서 심각한 명예훼손 수준으로 나아갔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27일), TV조선 [황금펀치](27일), 채널A [뉴스특급](27일)에서는 특별한 근거도 없이 좁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었음을 강조하며 “야릇한 상상’, “장성한 남녀가 뭐 석 달 가까이 있었다, 뭐 그건 굉장히 여러 가지의 상상과 추측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운운하며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부추겼다.
△방송사 도피 조력자 박 아무개 씨 관련 보도량과 보도목록(7월 25일~28일)
가장 심각한 것은 TV조선 [황금펀치](26일) 사회자 이봉규 씨의 태도이다. 사회자는 시종일관 두 사람의 관계가 내연 관계임을 단정한 듯 이에 대한 질문은 쏟아냈고, 패널들이 애매한 대답을 하면 또 다시 성적 관계를 연상하는 질문을 했다. 급기야 패널들이 두루뭉술한 답변만 이어가자 사회자 스스로 나서 다시 “아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그렇지 않아요? 친하게 지냈는데, 이혼을 하고 이혼 소송 중인데 둘이 피신생활을 하고”라고 말하더니 “남녀관계는 모릅니다. 그렇게 간단한 거 아닙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는 종교보다 더 셀 수도 있어요”라고 스스로 원하는 답변을 했다. 범인을 은닉했다는 이유로 한 사람의 인권을 이렇게까지 난도질해도 되는지, 그럴 권리를 도대체 누가 이들 방송사와 방송인에게 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TV조선 [황금펀치](26일) 사회자 이봉규 씨 방송화면 갈무리
TV조선․ 채널A 유대균 붙잡힌 날 시청률 올랐다고 자랑
조선일보는 <유대균 붙잡힌 날 ‘뉴스쇼 판’ 시청률 지상파 뉴스에 육박>(28일, 2면, 장원준 기자)에서 자사 메인뉴스 시청률이 3.424%로 종편 메인뉴스 중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이는 대형사건 국면에서 시청자들이 갈수록 종편의 보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라고 평했다. 동아일보도 <채널A 종합뉴스 시청률 5% 돌파>(28일, 12면, 허진석 기자)에서 자사 메인뉴스가 “25일 개국 2년 7개월 만에 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자사 종편 방송사가 얼마나 부끄러운 보도를 쏟아내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 씨의 엄마가 “(딸이)원래 겁이 많은 성격”이라고 했다며 실제 “경찰이 문을 열자마자 박 씨는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립니다. 겁먹은 표정이 역력하고 조금의 저항도 없다”고 보도한 TV조선의 <“박수경은 사실 겁쟁이”>(27일). 유대균 씨가 뼈 없는 치킨을 시켜먹었고, 배달원이 말하길 “조용한 목소리의 남성은 음식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뼈 없는 치킨 한 마리를 시켰고”, “현금으로 16,500원을 계산했다”는 것을 보도라고 한 채널A의 <“소심한 목소리로 뼈없는 치킨 주문”>(27일). 채널A와 TV조선이 단순히 흥미위주의 허접한 보도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중대한 인권침해를 계속하고 국민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는데도, 종편 특혜를 그대로 유지시키고 시청률 자랑을 하게 만드는 방송의 현실이 안타깝다. <끝>
2014년 7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