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큰빗이끼벌레’ 출몰 등 4대강 사업 피해 관련 방송보도 모니터 보고서지상파 3사,
4대강에 창궐한 끔찍한 ‘큰빗이끼벌레’가 안보이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3년 연속으로 심각한 수준의 녹조가 발생하고 있으며, 법적 보호종․멸종위기 어류를 포함한 토종어류 수가 감소하였다. 급기야 올해는 ‘큰빗이끼벌레’라는 혐오스러운 외래벌레가 창궐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국민이 입을 끔찍한 환경재난에 더해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 진 빚도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기획재정부에 2015년 예산에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부채 원금 800억 원과 이자비용 3,170억 원을 반영해 주라고 요청했다. 한마디로 무책임한 국책사업 추진으로 막대한 빚을 져놓고 국민에게 갚아달라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4대강 사업 실패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내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문제는 하루가 멀다고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방송보도는 이런 문제를 보도하지 않는다. 6월 22일부터 7월 9일까지 7개 방송사의 메인뉴스에서 4대강 관련 방송보도를 살펴보면 과연 이것이 대한민국의 뉴스가 맞는 것일까 의심이 될 정도로 부실하다.
지상파 3사, 큰빗이끼벌레 출몰에 대해 전혀 보도 하지 않아
최근 4대강에 큰빗이끼벌레’라는 북미 원산 태형동물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 3사의 저녁종합뉴스는 괴물 수준의 큰빗이끼벌레 출몰에 대해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큰빗이끼벌레는 삼각형이나 오각형의 모습을 띤 개체지만, 군체를 이루어 성장하며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실제 지난달 금강에서는 2m 크기까지 자란 큰빗이끼벌레가 포착되기도 했다. 주로 정체된 수역에 사는 외래종 벌레가 4대강 사업이 이뤄진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서 창궐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발 빠른 상황파악과 책임 있는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무리한 국책사업의 추진으로 빚어진 생태계 교란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은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주의를 환기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상파 3사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언론사의 심각한 직무유기이다.
큰빗이끼벌레 관련 보도는 YTN과 TV조선이 1건, JTBC가 4건 보도했다. YTN <4대강에 흉측한 외래종 증가>(7/5)는 보도 제목으로 ‘4대강’을 표기했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벌레 자체에 초점을 맞췄을 뿐 4대강과의 연결은 없었다. 기자가 마지막에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물길이 막혀 이끼벌레가 늘었다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TV조선 <이끼벌레부터 녹조라떼까지…‘이상징후’>(7/6, 김준희 기자)는 YTN과는 달리 환경오염과 4대강의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녹조와 이끼벌레 출몰에 대해 묶어서 보도하면서 앵커는 “4대강 사업 이후 심각해진 낙동강 녹조가 올해는 일찍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영산강과 금강엔 외래종 벌레가 대량으로 발견됐는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하고, 기자도 “큰빗이끼벌레 창궐은 4대강 보 설치로 이들 강의 유속이 느려진 것과 연관 있다는 분석”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JTBC는 큰빗이끼벌레에 대해서 5건에 걸쳐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4대강 곳곳 큰빗이끼벌레…정체는?>(7/7)에서 최재석 강원대 환경연구소 어류연구센터장과 긴 인터뷰를 나누었고, 다음날에도 <[시청자궁금증]‘큰빗이끼벌레’>(7/8)에서 인터뷰 이후 시청자들이 추가로 질문한 것을 토대로 상세히 설명했다. 낯설고 혐오스러운 생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궁금증을 구체적으로 풀어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JTBC의 보도가 돋보였다.
MBC, SBS, 채널A는 4대강 관련해 어떤 내용도 전혀 보도 안 해
KBS는 수자원공사 부채 문제를 보도했고 <토종 어류 감소 등…4대강 사업 때문?>(6/23, 류재현 기자)에서 낙동강에 토종 물고기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기자는 4대강 사업이 원인이라는 환경단체의 인터뷰, 추후 모니터링을 더 해봐야 한다는 환경부의 입장을 언급했다. 덧붙여 정부가 뚜렷한 원인이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음도 지적했다. 그러나 모니터 기간 중 MBC, SBS, 채널A는 4대강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보도하지 않았다.
녹조 현상에 대한 발로 뛰는 보도는 JTBC뿐
심각한 녹조 현상을 보도한 것도 JTBC뿐이었다.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녹조가 올해는 더 심각해지고 낙동강의 조류경보는 작년보다 40일이나 빨라졌다. JTBC는 7월 1일 <낙동강 끝자락까지 녹조…불안한 부산>(구석찬 기자), <한 달이나 빨리…영산강도 ‘녹조 비상’>(정진명 기자) 보도에서 낙동강과 영산강의 심각한 녹조 현상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손석희 앵커는 “매년 녹조가 발생하면 환경단체와 당국 간에 4대강 사업이 원인이냐 아니냐를 놓고 똑같은 논란이 계속”된다면서 “이제는 객관적인 결론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는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지고 호수화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인터뷰를 담았고 영산강 고유 특성 때문이라는 수자원공사의 주장을 언급했다.
JTBC, KBS, YTN만 수자원공사 부채에 대한 혈세 지원 보도
국토교통부가 내년 예산에서 수자원공사의 4대강 부채의 이자 3천여억 원은 물론 빚의 원금 8백억 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환경참사를 가져온 것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공사비로 인해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게 된 이런 상황에 대해서 방송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6월 29일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에 밝힌 내용을 가장 먼저 방송한 곳은 YTN과 JTBC이다. 그러나 YTN은 <수공 4대강 빚, 세금으로 갚는 방안 추진>(6/30, 고한석 기자)에서 세금 투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전혀 없이 “원금 상환을 위한 세금 투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JTBC <4대강 부채, 결국 세금으로 메우나>(6/30, 이정엽 기자)에서 앵커가 “애초부터 국민의 세금으로 4대강 빚을 메울 생각이 아니었는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하고 국토부와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비판 인터뷰를 담은 것과 비교된다.
KBS는 7월 1일 <9확대경/‘4대강 빚’ 8조 결국 세금으로 갚나?>(7/1, 임승창, 조빛나 기자)에서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특히 이 보도는 수익사업으로 원금을 갚겠다는 계획과는 달리 개발사업계획이 더디고 수익도 예상이 안 된다는 문제를 짚었다. 기자는 “4대강 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익 예측을 했고 잘못된 수익 예측은 결국,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지적했다.
JTBC는 이외에도 3건을 추가로 보도했다. 특히 <3년 뒤엔 17조 부채…갚을 수 있나?>(7/9, 윤정식 기자)에서는 수자원공사가 현재와 같이 수익이 난다고 가정하면 “17조 원을 갚으려면 무려 94년이나 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실제 대안이 없는 건 아니라며 “현재 수공은 시화와 구미, 여수,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택지개발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곳의 자산가치는 어림잡아 4조 원 안팎입니다. 이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도와 함께 KBS <“수자원 공사, 부채속 임원 거액 성과급 지급”>(7/7, 간추린 단신)도 수자원공사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상태를 언급했다.
한편 TV조선은 <건설사 ‘과징금 폭탄’ 휘청>(6/25, 정운섭 기자)에서 공정위가 지난 2012년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등으로 건설사에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앵커가 “잘못했기 때문에 벌을 받는 것이지만 쪽박을 깨지는 말아야 할 텐데 걱정”라고 말할 정도로 건설사 위기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였다. YTN은 <삼성물산 “정부가 4대강 입찰 담합 조장”>(7/8, 단신)에서 삼성물산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 재판에서 “정부가 4대강 공사의 입찰 담합을 조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고 보도했다. 4대강 사업 관련해서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만큼 입찰을 둘러싼 짬짜미가 있었다는 점도 그 짬짜미를 정부가 조장했다는 주장도 심각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를 다룬 방송사는 건설사 경영만 걱정하거나 짧게 전했으며, 다른 방송사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