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유병언 잡기’로 도배된 TV조선․채널A에 대한 보고서(2014.7.3)
등록 2014.07.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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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보도 양산하는 TV조선·채널A, 역시 ‘귀태’다

 

 

 

TV조선과 채널A가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 거의 매일 ‘유병언’ 관련 이야기로 도배를 하고 있다. 이들 채널은 지난 4월 말 이후, 뉴스는 시사토크프로의 자료로 쓰고, 시사토크프로의 내용은 다시 뉴스거리로 사용하는 상호 재활용 방식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유병언’을 사회적 의제로 부각·연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과잉 집착하는 정부와 부풀리기로 화답하는 종편의 ‘유병언’ 부각 전략

박근혜 정부는 유 씨 검거를 위해 검·경뿐 아니라 군대 동원(합동참모본부를 포함해 육해공군)까지 불사했다. 임시반상회를 열어 유 씨의 수배전단을 뿌리며 신고를 독려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검거작전이다. 여기에 TV조선과 채널A가 앞 다투어 유 씨를 ‘희대의 범죄자’로 단정하고 온갖 자극적인 언어를 동원해 사건을 부풀리고 있다. 정부의 작전 규모와 두 채널의 방송만 놓고 본다면 유병언은 전무후무한 대한민국의 위험인물이다. 

문제는 두 달 넘게 매일 보도할 정도의 관련 뉴스거리가 없다는 데 있다. 정부가 ‘호들갑’을 떨며 검거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유 씨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을 덮쳤는데 놓쳤다거나, 유 씨의 측근 혹은 도피를 도와준 사람을 체포했다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종편 채널이 유 씨 관련 소식을 매일 다루려다 보니 결국 유 씨의 여성편력, 식습관, 언행 등 어처구니없는 가십거리까지 저녁종합뉴스에 등장한다. 

 

‘체액 묻은 휴지’와 ‘널브러진 침대’…이게 뉴스라고?

지난 5월 28일 채널A는 <종합뉴스>에서 유 씨가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체액이 묻은 휴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은신처에 체액 묻은 의문의 휴지>) 다음 날 TV조선 <뉴스쇼 판>은 한술 더 떠 당시 함께 있던 여성을 체포해 ‘여성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검사’를 했다며 두 사람이 ‘특수한 관계’라고 검찰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뉴스는 내내 널브러진 침대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해당 영상은 두 채널 시사프로의 자료영상으로 장시간 되풀이 노출됐다. 

그밖에도 유 씨와 티끌만큼이라도 관련된 내용들은 신변잡기든 강연이든 모두 뉴스가 되고 있으며 어깨걸이에 ‘단독’, ‘특종’이라는 문구까지 붙어 기사로 등장한다. 다음은 유 씨 관련 가십성 뉴스들의 제목과 내용이다.

 

 

 채널
(프로명)

 보도일

 제목

내용 

 TV조선
(뉴스쇼 판)

6.19

유대균 도피 돕는 '신엄마'의 딸…이혼소송도 팽개쳐

유 씨의 도피를 돕는 신도가 이혼 소송 중 자취를 감췄다는 내용

6.28

곳곳에서 드러난 유병언 '작은 키 콤플렉스' 

강연 내용과 저술내용을 짜깁기 해서 유씨가 작은 키 콤플렉스가 있다는 내용 

6.28

유병언의 유도사랑 강연회…힘자랑 ·인맥자랑 유씨가 강연에서 힘자랑 했다는 내용 

채널A

(종합뉴스) 

6.19 

전 경호원이 본 유병언의 용인술 

용인술이 뛰어나다는 내용 

6.19

 사람 다룰줄 안다 최측근이 본 유병언은?

용인술이 뛰어나다는 내용 

6.27

 도 넘은 유기농 집착…해괴한 '무 무덤'까지 유 씨가 유기농에 집착한다는 내용 

 

 

“유병언 씨가 삼계탕도 드시나?” 과도한 집착이 만들어낸 황당 질문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더욱 황당하다. TV조선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4월 말부터 ‘유병언’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5월부터는 유 씨의 측근이라고 하는 이청 전 세모유람선 선장을 거의 매회 출연시켜 ‘유병언 캐기’에 나섰다.

5월 23일자에는 이 씨의 부인 이숙자 씨까지 함께 출연했다. 이들 부부는 유병언 씨 집에서 가사와 운전 등을 도왔다고 한다. 진행자(장성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오늘 인천 특수지검은 이 방송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에 영향을 줄만한 중요한 내용이 다뤄질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쏟아진 질문은 이게 과연 시사토크인가 의심할 정도의 황당한 질문들이 줄을 이었다. 진행자는 이숙자 씨에게 “유 씨가 어떤 음식을 주로 즐겼나”, “고기를 먹을 때 특별히 안 먹는 고기가 있었나”, “여름 복날 삼계탕이나 오리탕을 드시나, 열기 있는 인삼탕도 드시나”, “유 씨가 잡식성인가”, “과일도 가리는 건 없나”, “순수한 쌀밥을 즐겨먹었나” 등 의도를 알 수 없는 황당한 질문을 취조하듯 쏟아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검찰은 이것에 집중해야한다”며 유 씨가 도피 중인데 평소 습관처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정작 이 씨 부부가 “(도피중이라)그런 건 따지지 않을 것 같다”고 진행자와 다른 의견을 내자, 진행자는 “금수원 곡물을 꼭 먹으려 하지 않겠냐”고 재차 물으며 유 씨의 식습관을 파악한 것이 대단한 성과인 양 강조했다.

 

5월 23일자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화면 갈무리

 

 

검찰에 수사 지시! 검찰의 윗선 TV조선? 

이어 진행자는 유 씨의 여자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했다. “유 씨는 여자를 더 믿습니까, 남자를 더 믿습니까?”, “내연관계에 있는 제3의 신도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한 뒤, 유 씨의 부인인 권 모 씨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 씨가 유 씨의 여자관계에 분노해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물으며, “이건 검찰 수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더니 또 다시 검찰을 향해서 “검찰은 국내통화에 대한 도청․감청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국제통화에 대해서도 추적해야 한다”, “김 씨에 대해 수배전단과 포상금을 걸어야 한다”며 수사방향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에 있는 한인 교포들의 요구”라며 김혜경 씨의 사진을 공개했다. 프로그램은 방송 시작부터 ‘김혜경 씨 사진 최초 공개’라는 자막을 띄우고 이를 거듭 강조했다. 

채널A <직언직설> 또한 4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총 39회 방송 중 단 2회를 제외한 37회분에서 유병언 관련 주제를 다루었다. 여기서도 과거 유 씨의 최측근으로 TV조선에 고정출연했던 이 청 씨를 출연시켜 ‘유병언 탐정놀이’에 가세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유병언 잡아서 수습비 물고, 정치커넥션 밝히면 끝 ?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서는 세월호 참사 후 일주일 뒤인 4월 22일부터 5월 30일까지 총 31회 방송에서 유병언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그나마 6․4 지방선거 국면에서 주춤하더니 최근 또다시 유병언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다른 점은 ‘신상털기’가 아니라 ‘국가개조’라는 거대담론을 운위하면서 과거 정부에 책임을 덮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돌아온 저격수>는 유 씨 체포 작전이 곧 ‘국가개조’라면서 박 대통령을 치하하는 한편, 과거 야당정부 때 유 씨가 성장했다는 주장을 섞어 과거정부 책임론을 펴고 있다. ‘좌파가 제기하는 정부 책임론 등의 선동이 유 씨와 구원파가 뻔뻔하게 나오는 배경’이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패널들은 “유병언을 잡아 세월호 사고 수습비 6천억 원을 마련해야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세모가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살아났다. 이 부활 과정에서 유 씨로부터 사과박스에 가득 채워 돈을 받은 정치인이 누군지 밝혀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라는 것이 유 씨와 연관된 정치커넥션을 분명히 밝히는 것, 이것이 국가개조”라는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정권 코드 맞추기’와 ‘시청률 확보’ 일거양득 노리는 종편   

두 종편 채널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선거’보다 ‘유병언’에 집착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과 GOP 총기사건에도 ‘유병언’ 아이템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비껴갈 대어급 아이템이 새롭게 등장하지 않는 한 종편의 ‘유병언 캐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 종편은 유 씨 체포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전부인 것처럼 ‘오버’하지만 정작 유 씨에게 적용되는 ‘죄’가 무엇인지, 법적으로 유 씨가 책임져야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짚어보거나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유병언만 잡으면 끝”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종편이 ‘유병언 잡기’에 몰두하는 행태는 정권에 코드를 맞추면서 시청률까지 높이려는 꼼수이다. 이로 인해 그날의 중요하고 핵심적인 소식들을 정리해 전해주는 저녁종합뉴스에서 저질·선정성 뉴스가 양산되고 있다. 시사프로그램에서는 특정 종교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판, 특정 인물에 대한 지나친 인권 침해가 언론이라는 이름 아래 매일 펼쳐지고 있다. 종편의 이러한 행태는 명백한 전파낭비이며 언론의 폭력행사이다.<끝>

 

 

 

2014년 7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