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동아는 여당의 ‘선거 전략실’을 자처하는가

동아일보, ‘편향적 제목달기’ 심각

△ 5월 27일 동아일보 4면 기사

동아일보가 지방선거 판세를 전하면서 노골적으로 편향적인 제목을 달았다. 27일 4면 5단 크기로 처리된 동아일보 기사의 제목은 <“여 ‘대통령 눈물’ 후 하락세 멈췄지만 여전히 어려운 싸움”>이다. 여론조사 전문가 5명이 바라본 전망을 4대 포인트로 초점을 정해 보도한 것이다. 문제는 제목부터 여당 입장에 맞춰져 있다. 대부분의 판세 기사들의 경우 여야 균형을 맞춰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제목은 야당 관련 내용은 아예 없고, 순전히 여당 입장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를 ‘대통령 눈물’로 바꿔 표기하면서 일단 여당의 하락세가 멈췄지만 여전히 어려운 싸움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여당의 선거운동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녹아있는 것이다. ‘선거 전략실’에서 나올만한 문건이 버젓이 지면을 통해 나온 꼴이다.

조선일보, 세월호 책임 묻는 것을 ‘분노 마케팅’으로 매도

아울러 조선일보는 27일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의 입을 빌려 <선거는 ‘과거 심판’ 아닌 ‘미래 선택’이다>라고 전하면서 선거를 ‘화해와 용서’ ‘국가 개조 수준의 변화’ 그리고 ‘경제와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칼럼은 야당이 세월호 참사 속에서 ‘성난 10대’와 ‘성난 엄마’들이 여당에 등을 돌리게 하는 분노 마케팅을 하지만, 분열과 혼란이 두려운 부동층은 야당에 등을 돌리고 야당 패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국가 개조 수준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보여준다면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유권자가 감정과 선동에 휘둘려 투표한다면 그 대가가 고스란히 유권자 몫이 된다는 경고와 함께 ‘경제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5월 27일 조선일보 이영작 칼럼

이 전 교수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세월호 참사’는 예정되어 있었다. 단지 국민만 몰랐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변해야 하고, 이 변화는 선진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라는 주장까지 했다. 앞뒤가 바뀌어도 한창 바뀐 느낌이다. 어떻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박 대통령의 ‘국가 개조 수준의 변화’에만 초점을 두자는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무능한 정부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을 ‘분노 마케팅’,‘후진적 정치행위’라고 폄하할 수 있는가. 

또한 조선일보는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후보들의 전과(前科) 내용을 전하면서 ‘민주화 운동’ 등은 고려치 않은 채 단순 집계해 내보냈다. 28일 <음주 운전 분묘 도굴 … 광역단체장 후보 45%가 ‘전과’>라는 제목의 기사는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했다. 기사는 전과자 비율이 가장 높은 정당은 통합진보당(12명 42%), 새정치민주연합(8명, 28%), 정의당(3명, 10%), 새누리당(2명, 7%) 순이었다고 전했다. 전과 내용이 음주 운전에서 분묘 도굴, 음란물 유포까지 다양하다고 하면서 제목에는 통진당 후보가 12명으로 1위를 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 시민사회단체의 자료를 보면 통합진보당 후보 중 전과가 있는 12명 중 2명이 음주 운전이 포함되어 있었고 나머지 후보자들은 집시법, 공무집행 방해,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것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은 ‘방송사’가 지키겠습니다. 

대통령을 넘어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받들어 총’

채널A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충성이 지나치다. <“그만 두더라도…恨 남으면 안 되지”>(25일, 홍성규 기자)에서는 김기춘 실장이 요즘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한 꼭지를 할애하면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최근 심경이 담긴 발언이 알려져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수석비서관들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들과의 회의석상에서 김 실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런 뒤 “청와대 참모진을 그만두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지만 한이 남으면 안 되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니까 열심히 하자”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청와대 참모들이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각오를 다지는 글을 액자에 넣어 선물했는데 김 실장은 사를 버리고 공을 위해 일한다’는 의미의 ‘멸사봉공(滅私奉公)’과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의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란 말도 적기도 했습니다."라고 장황하게 김 실장의 입장을 설명했다. 같은 날 <靑 이르면 26일 개편, 누가 바뀌어야 큰 폭 개각?>(25일, 대담)에서도 “김기춘 비서실장은 조금 전에도 나왔지만, 멸사봉공 해보겠다고 실천을 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비판에는 굉장히 초월하고 있는데, 비판이 많으면 초연, 초월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런 상황이고요”라며 김 실장의 현황을 전했다. 이 보도에서는 이정현 홍보수석이 매일 등산을 가며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국가개조업무에 흠뻑 빠져있고, 주철기 수석이 내일 지구가 망해도 사과나무를 심자 스타일이라는 등 아주 다양한 청와대 수석보좌관들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고 있다. 

△ 5월 26일 채널A <종합뉴스> 화면 갈무리

더 놀라운 것은 다음날 같은 내용이 또 다시 보도됐다는 것이다. <개편 임박한 靑 수석들의 대처법>(26일, 박민혁 기자)에서는 “유임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초월형’”이라면서 “집중적인 비판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평소 즐겨 쓰던 ‘멸사봉공’, 사를 버리고 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게 청와대 참모진들의 설명”이라며 전날 뉴스에서 했던 말을 또 한 번 반복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매주 일요일에도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리는데 휴일 회의 시간만큼은 조금 늦추자는 수석들의 건의에도 ‘회의시간은 근무기강과 관련이 있다’며 기강을 잡고 있다“는 새로운 멘트를 추가해 띄우기에 나섰다. 이어 이정현, 유민봉, 주철기 수석에 대해서도 전 날 했던 내용을 그대로 반복해 내보냈다. 청와대를 띄우기 위해 ‘재활용․복제 보도’까지 내보내 전파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KBS와 YTN, 민경욱 ‘잠수사’ 발언 보도 안 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민간잠수사가 시신 수습 시에 1구당 500만원을 받는다”는 발언을 해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민 대변인은 “민간잠수사의 일당이 100만원”이라는 발언도 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시신을 두고 금전 문제를 논하는 것은 모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 9일에도 청와대 앞을 찾은 가족들에 대해 ‘순수 유가족’은 120명 정도라며 박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가족들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전력도 있다. 더 어이없는 일은 이 발언을 두고 민 대변인이 그저 “인센티브를 통해 잠수사들을 격려해야 한다는 개인 생각”이라고 변명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방송사들은 25일과 26일에 걸쳐 이 사실을 보도했다. 25일 당일에 JTBC와 SBS, 채널A는 민 대변인의 발언에 대한 분노한 잠수부들과 유가족들의 반응 등이 들어간 보도를 냈다. JTBC는 <“시신 1구당…” 청와대 대변인 또 구설>(25일, 안태훈 기자)에서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 대변인의 “절박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잠수사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즉흥적이고 경솔한 발언이라 생각한다”는 발언을 전했다. 심지어 채널A조차 <“시신 1구 500만원” 靑의 가벼운 입>(25일, 이남희 기자)에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어야 할 대통령의 ‘입’이 오히려 국민의 상처만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논란 부른 靑 대변인 ‘잠수사’ 발언>(25일, 노유진 기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헌신적 수색에 전념하고 있는 민간 잠수요원을 모독한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민 대변인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라고 요구했다”며 야당의 입장으로 마무리했다.

26일에는 MBC가 <與 강원․野 수도권 지도부 출동>(26일, 윤지윤 기자)에서, 지방선거 관련한 보도의 말미에 민 대변인의 발언과 새정치연합의 사퇴 요구, 민 대변인의 해명을 기자멘트로 간략히 보도했다. MBC는 보도가 너무 뒤늦고 성의 없어 논란이 커지자 마지못해 보도한 것으로 보이며 마지막에 민 대변인의 해명을 배치해 오히려 논란을 수습하려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주말 내내 이렇게 논란이 이어졌음에도 KBS와 YTN은 끝끝내 침묵했다. 청와대 대변인의 말은 곧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다. 더구나 중요한 사안에 대한 대변인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타방송사들의 보도가 이어졌는데도 침묵했다는 것은 청와대와 박대통령을 어떻게 해서라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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