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16차보고서②]유독 정몽준 후보에게만 유리한 언론보도(2014.5.29)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5월 셋째주부터는 지방선거 전까지 주 2회(월, 목) 발행할 예정입니다.
■ 16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농약급식’만 부풀리는 방송, ‘관권 개입 의혹’에는 모르쇠
2) 유독 정몽준 후보에게만 유리한 언론보도
3) 조선, 동아는 여당의 ‘선거 전략실’을 자처하는가
4) 청와대 비서실은 ‘방송사’가 지키겠습니다.
5) 보수언론 “세월호의 모든 책임은 유병언이다”
6) 6일 남은 선거운동기간, 선거보도 늘리고 제대로 알려라!
7) [지역_부산] 후보 ‘입’과 ‘발’만 쫓는 지역신문
정몽준 후보에게만 유리한 언론보도
[신문] 보수신문들이 ‘박원순 후보 부인 찾기’에 열중한 까닭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6.4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향후 4년을 일할 일꾼을 검증하는 언론의 역할마저 방기해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할 의무가 언론에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후보자들의 공약 검증 등 선거보도를 제대로 하고 있는 언론은 쉬 찾아보기 힘들다. 도리어 가십 정도의 이야기를 지면에 대폭 할애하면서 선거 자체를 희화화하려는 의도마저 보이고 있다. 조선, 중앙, 동아, 문화일보는 뜬금없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부인이 국내에 있느냐 해외에 있느냐를 가지고 분탕질을 했다. 후보의 부인이 선거에 출마한 것도 아니고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한마디로 정몽준 후보 측의 네거티브에 적극 동조한 탓이다. 언론이 중심을 잡아도 모자랄 판에 특정 후보 측의 주장에 놀아난 꼴이 된 것이다.
△ 5월 27일자 문화일보 7면 기사
문화일보는 26일자 5면에서 아예 기사 제목을 <선거운동에 모습 안 보이는 박원순 부인…왜?>로 잡았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박원순 후보의 부인 강난희 씨가 큰 선거전에 나선 후보 부인답지 않게 언론 노출을 꺼리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라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27일자 <鄭측 “朴부인 빚 4억…일정 공개하라” 朴측 “치졸한 흑색선전…일정 소화 중”>에서는 정 후보와 박 후보의 사진을 나란히 싣고는 정 후보는 김황식 전 총리와 유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박 후보는 “나홀로…”라고 표현했다. 박 후보 부인 관련해 은근히 비꼰 것이다. 또한 문화일보는 28일자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故人까지 욕보이려 하는 野>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허영일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이 낸 논평 ‘1992년 대통령 선거 때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의 어머니는 어디 계셨나’를 지적한 것이다. 허 부대변인의 논평 내용이 일부 적절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이 같은 ‘후보 부인 네거티브’의 시발점은 정 후보 측에 있었다는 것은 왜 문제 삼지 않는 것인가.
△ 5월 26일자 동아일보 4면 기사
동아일보의 사진 장난도 빠지지 않았다. 26일자 4면에 정 후보와 박 후보의 유세 장면을 찍은 사진 설명이 <부인과 함께한 鄭…安과 함께한 朴>이었다. 박 후보 측에 연일 ‘부인이 어디 있는지 공개하라’는 정후보측의 주장을 사진 설명으로 대신한 것이다. 26일자 중앙일보 박용석 만평 역시 ‘박 후보 부인 잠적설’을 퍼뜨리고 있는데 일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6일자 <鄭측 “박원순 부인 어디 갔나”…朴측 “아들 단속이나 잘하라”>에서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얘기 등을 전하더니 급기야 27일자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까지 기사 제목에 등장시키는 등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정몽준 “朴, 나경원 1억 피부과 꺼냈던 네거티브 원조”…박원순 측 “대답할 가치 없다”>에서 네거티브 원조는 朴측이라는 정후보측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종편시사] TV조선 <신통방통>은 사실상 ‘정몽준 후보 측 선대위’였다.
26일 TV조선 <신통방통>에서는 서울시장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 캠프 대변인들과 전화연결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질문 내용 자체가 편파적으로 구성됐다.
사회자 김광일 씨는 정몽준 후보 캠프 이수희 대변인에게 “준비가 잘 되고 있느냐”고 물은 뒤 이 대변인의 답변을 한번 더 정리하며 “박원순 후보 쪽을 이미지 후보, 거기에 대응해서 정몽준 후보는 일할 줄 아는 후보로 대비해보겠다는 말씀이냐”고 되물었다. 이후 사회자는 정 후보 측이 박 후보 측을 향해 공격을 하고 있는 서울시 채무 3조원 문제와 박 후보 부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대변인은 “염치가 없고, 자화자찬 하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등 박 후보에 대한 비난의 말을 내놨다. 다음 질문도 박 후보의 선거벽보에 대한 이야기로 박 후보에 대한 정 후보 측 공격 포인트를 열어주는 질문만을 던졌다. 그 외엔 정 후보의 일정과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이었다.
반면, 박 후보 캠프 대변인에게 던진 질문은 박 후보가 밀고 있는 정책이나 홍보방향이 아니라 정 후보 캠프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러더니 돌연 광주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과 야권연대를 둘러싼 지도부의 갈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들에게 각 캠프의 동향을 묻는 질문을 해야하는 시간에 사회자는 반대 측의 공격 질문만을 쏟아낸 뒤, 새정치민주연합의 갈등 상황을 부각하는 부정적 질문을 덧붙인 것이다.
[방송] 정몽준 후보의 일방적 흑색선전을 공방으로 처리해 쌍방과실로 보여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에 그동안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박원순 후보가 비교적 강력한 대응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몽준 후보의 일방적 인신공격일 때에는 정상적인 선거운동 과정인 양 자연스럽게 녹취 인용하고 기자멘트로 옮겨주던 방송들이 이제는 ‘네거티브’, ‘두 후보 간 공방이 거세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박원순 후보가 일방적으로 인신공격성 질문을 받을 때는 이에 대해서 ‘네거티브’라는 표현조차 주저하던 언론들이, 박원순 후보가 적극적 대응을 하자 이제 ‘공방’이라며 마치 이전투구를 하는 것인 양 접근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MBC <흠집 내기 고개 드는 네거티브>(25일, 김세로 기자)에서는 정몽준 후보의 박원순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발언을 기자멘트와 녹취를 통해서 3가지나 쏟아냈다. 기자는 먼저 정 후보가 “박원순 후보는 ‘불확실한 국가관이 가장 큰 문제’라며 서울시장 자격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라고 멘트했다. 이어 정 후보의 “김일성 만세라고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하는 권리라는 말씀을 하시고요”라는 발언을 녹취 인용했으며, 기자가 다시 ““박 후보는 서민 후보라고 자처하지만, 박 후보의 부인은 서민봉사 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외국 출국설을 제기했다”고 멘트했다. 그러나 이 보도에서 박 후보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기자가 “‘흑색선전이라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는 기자멘트와 박 후보의 “이러한 흑색선전에 대해 당사자와 유포자에게 가능한 모든 법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라는 발언을 녹취 인용한 것이 전부였다. 무엇보다 네거티브는 지금 정 후보 측의 일방적 행동임에도 제목이 앵커가 “서울에서는 정몽준, 박원순 후보 간의 공방이 뜨거움을 넘어서 거칠어지는 모습입니다”라고 말하고 제목도 <흠집 내기 고개 드는 네거티브>로 선거판 자체가 혼탁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나마 SBS <鄭 ‘안보관’ 공격 VS ‘흑색선전 극치’>(25일, 장훈경 기자)에서는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지만, 제목은 분명하게 양측의 행태가 다름을 드러냈다.
TV조선 <‘부인 안보여’…네거티브 공방>(25일, 서주민 기자)에서는 제목부터 네거티브 공방이며 앵커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박원순 후보가 정몽준 후보 아들의 발언을 문제 삼자,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후보의 부인을 문제 삼으며 공격에 나섰습니다. 정몽준-박원순, 두 후보 모두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자 역시 보도에서 정몽준 후보 측의 외국 출국설은 길게 언급하고, “서울 시민들 정면으로 바라보기 그러니 옆 얼굴로 포스터 낸 것이 아니겠습니까”라는 정몽준 후보의 발언을 담았다. 이 보도 역시 정몽준 후보의 일방적인 흑색선전과 막말과 그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는 박원순 후보의 입장을 쌍방이 싸우고 있다는 식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무엇보다 박 후보가 먼저 정 후보 아들을 문제 삼았다는 식의 앵커멘트는 심각한 문제이다. 박원순 후보는 정 후보 아들 문제를 먼저 언급한 바가 없으며, 정 후보의 아들 발언은 SNS 글과 스스로 한 사과 기자회견, 부인의 변명성 발언 등으로 일파만파 커졌을 뿐이다. 한마디로 박원순 후보가 네거티브 한 것이 아니라 여론이 그렇게 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형성된 것이다. 이를 두고 박원순 후보가 네거티브를 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박 후보에 대한 불공정 보도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정몽준 후보가 3년 전 박 후보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피부과 네거티브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에도 시사주간지에서 나경원 후보의 피부과 문제를 단독보도하면서 알려진 것이지, 박원순 후보가 네거티브 선거 전략으로 이를 밝혀내거나 이를 이용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분리하지 못하는 정몽준 후보와 TV조선의 이 보도는 잘못된 주장을 하는 셈이다.
한편 채널A에서는 기자가 “박원순 후보도 피부과에 다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 후보 자신은 얼마짜리 피부과 다니는지 밝혀야 합니다”라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정몽준 후보의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