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15차보고서④⑤] 세월호 관련 또 ‘막말’한 대변인, 청와대의 ‘의중’인가? 외 1건(2014.5.26)
등록 2014.05.2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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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5월 셋째주부터는 지방선거 전까지 주 2회(월, 목) 발행할 예정입니다. 


■ 15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헬멧 쓴 정몽준, 배낭 멘 박원순’…조중동의 ‘악마의 편집’


2)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방송에 내보내야 하는가


3) 채널A와 TV조선의 찜찜한 보도들


4) 세월호 관련 또 ‘막말’한 대변인, 청와대의 ‘의중’인가?


5) 언론은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이다


6) 종편들의 ‘안대희 구애’…안대희가 구세주인가




세월호 관련 또 ‘막말’한 대변인, 청와대의 ‘의중’인가?





청와대 대변인은 말 그대로 청와대의 입이요, 대통령의 입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보며,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사건의 비중을 살핀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민경욱 대변인의 입이 어지러이 춤을 추고 있다. ‘계란 라면’ ‘순수 유가족’ ‘잠수사 폄훼’ 등 잇단 막말이 그칠 줄을 모른다. 이 같은 발언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와 언론 그리고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에 심각성은 더 크다. 


먼저 ‘계란 라면’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언론 등에서 ‘왜 이리 호들갑스럽게 보도하느냐’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 체육관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과 SNS에서 사진과 기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비판 여론이 커져 있음에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4월21일 청와대 기자들과 만나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 먹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황제 라면’ 사태를 무마하고, 서 장관을 보호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이 포함된 것이 아닌지 언론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 5월8일과 9일 세월호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KBS 항의 방문에 이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지금 유가족분들이 와 계시는데 순수 유가족분들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가가 나가서 그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입장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당시 민 대변인이 ‘순수’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뭘까. 불순한 세력이 세월호 사태에 대한 공분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5월 24일 민 대변인은 ‘민간 잠수사가 일당 100만원, 시신 1구 수습 시 5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 파악조차 하지 않은 말을 기자들에게 했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민 대변인은 “정부가 (그렇게나마) 격려해주길 희망한 개인적 생각”을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민 대변인은 정부가 이렇게 사태 수습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확인도 안된 개인적인 생각을 언론에 흘린 것인가. 청와대가 ‘대통령의 눈물’을 담은 영상을 편집해 ‘홍보’를 하는 상황에서 나온 민 대변인의 이런 발언들은 세월호 참사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진정성’을 되묻게 만든다.


민 대변인이 쏟아내는 막말에 정치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시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하지만 청와대 대응은 없다. 이런 대변인이 여전히 자리를 꿰차고 있는 한 ‘대한민국을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한 대통령의 공언도 공허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막말 대변인이 진정 청와대의 속내인가.

 



언론은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이다


지난 5월 17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 분회장 염호석 씨가 계속되는 회사와의 싸움에 힘들어하는 조합원들을 더는 보지 못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유가족의 뜻과는 다르게 노동자 염호석씨의 시신을 탈취해 갔다. 그리고 시신탈취에 항거하던 라두식 수석부지회장과 삼성본사를 항의 방문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위영일 지회장과 김선영 영등포분회장을 구속했다.  


10개 종합일간지, 6일간 총 11건 보도했을 뿐 

이 소식을 언론은 어떻게 다루었을까. 다른 업체도 아니고 무노조 삼성에서 그것도 사실상  위장도급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조합원의 세 번째 죽음과 시신탈취, 조합원 구속 등의 사안은 결코 뉴스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5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10개 중앙 일간지 중 이 소식을 지면에 반영한 기사는 경향신문 4건, 세계일보 1건, 한겨레신문 4건, 한국일보 2건, 총 11건 뿐이었다. 


조선일보의 패륜에 가까운 보도행태



△ 5월 23일 조선일보 B03면 기사



단 한건도 보도하지 않은 신문은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이다. 사안을 외면하고 모른척 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왜곡보도도 있다. 조선일보는 고인의 죽음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사옥 앞 시위로 인해 시끄럽다는 기가 막힌 보도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구조조정 맞물리며 시위 집중… 단골 집회장소 된 삼성타운>(5/23, B3면, 김승범 기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2일 오전 8시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 출입구 앞, 마이크를 든 남성이 “투쟁”이라고 외치자 바닥에 앉아 있던 400여 명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직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입니다. ‘임금 인상’과 ‘삼성의 노조 탄압 중단’등을 요구하며 사옥 앞 2개 차선까지 점거한 채 19일부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라고 운을 띄웠다. 이 보도에서는 삼성 사옥 앞 시위는 언급하지만 염 씨의 자살과 삼성전자서비스의 행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서초동 삼성 사옥 인근이 시끄럽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노동자 한명이 열악하고 불안정한 노동여건에 시달리다가 노조를 결성한 뒤에는 불이익으로 인한 박봉과 노동탄압으로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고인이 원한 장례마저 치르지 못한 채 경찰에 의한 시신탈취까지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일하던 노동자들이 벌이는 시위를 어떻게 이렇게 한가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패륜적 보도이다. 


JTBC 이외의 방송사 메인뉴스에서 전혀 보도하지 않아.

방송도 심했다. 지난 17일 이후 JTBC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잇단 죽음…왜?>(18일, 17번째 보도, 구석찬 기자)에서만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JTBC는 염 씨의 죽음과 유서 내용을 전한 뒤, "염 씨가 소속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그동안 삼성전자 측에 성실교섭 촉구와 건당 수수료 폐지, 월급제 도입,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투쟁해왔습니다"라고 기자멘트했다. KBS, MBC, SBS, YTN, TV조선, 채널A는 한 젊은 노동자의 죽음과 시신탈취라는 믿기 어려운 이 사건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언론은 세월호 참사가 인간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황금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위장된 겉말 일뿐 진심이 아니었다. 


이와중에 이승엽 홈런이 이건희 회장을 눈뜨게 했다고(?)


25일 저녁 무렵 ‘이승엽 홈런-이건희 번쩍’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인터넷에 뜨더니 다음날인 26일 조간 신문에는 이 믿기지 않는 기사가 거의 모든 신문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내용인즉슨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 이승엽 선수가 25일 3점짜리 장외홈런을 쳤는데 캐스터가 “이승엽 장외홈런”이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병석에 있던) 이 회장이 눈을 잠시 떴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은 이런 내용도 삼성이 전하면 기사화가 된다는 것이다. 언론은 삼성이 전한 이야기를 토씨하나 빠뜨리지 않고 정말 충실히 받아썼다. 소위 진보언론이라고 표방한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네티즌들은 해당 기사의 댓글을 통해 ‘이걸 기사라고 썼느냐’고 불같이 화를 내고 있다.   이승엽의 홈런을 두고는 ‘효녀 승청포’(편집자 주 : 이승엽의 ‘승’과 심청의 ‘청’을 조어한 것)라느니 ‘공양미 삼천석포’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이승엽 선수를 비꼬는 것이 아니라 이런 쓰레기 같은 기사를 만들어낸 대한민국 기자를 향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세월호 참사로 이미 ‘기레기(기자+쓰레기)’ 판정을 받은 대한민국의 기자들은 이제 삼성으로부터 어떻게든 공양미를 받기 위해 온갖 아양을 떠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조합원이 죽어나가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던 언론들이 이건희 회장이 눈 한번 ‘깜짝’하자 별의별 ‘생쑈’를 벌인 셈이다. 기자이기 전에 이건 사람도 아니다. 대한민국 최대의 광고주 삼성 앞에서 언론은 애완견이며 어떤 패륜적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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