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14차보고서①] ‘朴 대통령 눈물’에 그들은 열광했다(2014.5.22)
등록 2014.05.2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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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5월 셋째주부터는 지방선거 전까지 주 2회(월, 목) 발행할 예정입니다. 

 

■ 14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朴 대통령 눈물’에 그들은 열광했다

   - [종편] “총탄에 부모를 잃었을 때도 울지 않던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

   - [신문] 얼음공주의 눈물…달기똥 눈물, 비루(悲淚), 진정성 

 

2) [방송] 방송뉴스, 朴 대통령 담화에 비판적 검토 없이 ‘눈물’만 강조

 

3) 서울시장 선거, 여전히 ‘불공정 잣대 보도’

 

4) 무상 교육 때문에 ‘노후 교실’을 못 고쳤다고?

 

5) 촛불은 축소하고…北아파트 붕괴는 키우고

 

 

 

‘朴 대통령 눈물’에 그들은 열광했다

 

 

[종편] “총탄에 부모를 잃었을 때도 울지 않던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

 

 

19일 대통령의 담화가 끝난 후 TV조선과 채널A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대통령의 눈물’을 주제로 뽑았다. 이들은 대통령의 눈물에 ‘진정성’과 ‘의지’가 읽혔다면서 대통령의 눈물을 극대화 시켰다.

 

 

19일 채널A <시사병법> 사회자 정용관 씨는 프로그램 오프닝 멘트에서 “대통령이 오늘 눈물을 흘렸다”며 “누구도 겪어보기 힘든, 그래서 더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역경이 많았던 대통령, 그래서 더 꿋꿋하고 강해져야만 했던 대통령이 오늘은 눈물을 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정부 혁신안은 대통령이 현재 느끼는 엄중함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붙였다. 이후 프로그램은 ‘어머니를 흉탄에 잃고도, 아버지를 황망히 떠나보낼 때도, 면도칼로 테러를 당해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울었다’는 영상과 자막을 내보냈다. 패널로 출연한 이영작 씨는 “저 자리에서 그 이름을 부르면 누구도 안 울 수 없다”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철의 여인이란 이미지가 있었는데, 껍데기 벗겨보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널A <직언직설>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민영삼 씨는 “대통령이 연설 도중에 주룩주룩 저렇게 빗물처럼... 저도 아까 보면서 코가 찡해졌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냉철하고 근엄한 모습이 국민들에게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것을 완전히 불식시키고. 정말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국가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탄하고 희생자, 유가족과 함께 국민의 비탄을 같이 한다는 그런 메시지가 완전히 전달된 장면”이라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다루는 내내 자료화면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영결식 장면과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던 장면들이 나왔다.

 

같은 날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서도 출연자 들은 입을 모아 박 대통령의 눈물을 주목했다. 임재민 씨는 “대통령 목소리가 많이 갈라졌다, 얼굴도 상하고... 끝까지 문구 하나하나를 고심하고, 직접 의견을 넣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다”, “대통령 자체도 총탄으로, 비운의 사건으로 부모님을 잃었기 때문에 더 여기에 마음이 갔을 것”,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보고 함께 울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신혜식 씨도 “대통령은 아버지를 총탄에 잃고 그 피 묻은 와이셔츠를 빨면서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셔가지고 그 뒤에 흘릴 눈물이 없다고 하셨는데, 오늘 이렇게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마음이 얼마나 애잔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며 “다섯 번이나 사과한 대통령에게 또 뭘 더 문제제기를 하고 뭘 해라 이런 부분은 좀 과한 것”,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대통령을 감쌌다.

 

 

[신문] 얼음공주의 눈물…달기똥 눈물, 비루(悲淚), 진정성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대국민담화도중 흘렸던 눈물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많다. 정치적 효과를 노린 의도적 눈물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고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언론이라면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것에 주저해야함이 옳다.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거나 폄훼하는 등 기자 개인의 주관, 가치가 들어가는 순간 공정하지 못하고 의도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조선, 중앙, 동아, 문화일보의 관련 기사는 한마디로 종이가 아까울 정도였다. 20일자 동아일보 <횡설수설 : 얼음공주의 눈물>은 제목 그대로 횡설수설이었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흘렸던 눈물을 상기시키며 “위엄있는 행동이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중년 남자라면 다른 것도 흘려선 안 되지만 특히 눈물은 참을 줄 알아야한다”며 지금껏 공석에서 울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을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더니 송 논설위원은 “(눈물을 참아왔던 박대통령이) 자신의 구명조끼마저 벗어주고 희생된 학생과 승무원 얘기를 하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보였는데 여기에까지 정치적 효과 만점의 눈물을 구사한 것이라느니 분석하는 사람은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흘린 눈물은 위엄있는 것이 아니라고 단정 지으면서 유독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에 대해서만 이렇게 두둔하고 나서는 논리는 대체 무엇인가. 송평인 논설위원은 또 “한국은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서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칭찬은 고사하고 ‘아이를 안 키워봐서’, ‘감정이 메마른 얼음공주여서’ 그렇다느니 비난받는 나라다”라고 말했다. 송 논설위원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대다수의 국민들은 대통령의 소통, 공감 능력 부족에 아쉬움을 표한 것이지 울지 않았다고 비난한 적은 없다. 이제 제발 그만 좀 횡설수설하시라. 

 

동아일보에 뒤질세라 조선일보의 김광일 논설위원도 20일자 <만물상: 대통령의 눈물>에서 “대통령의 부릅뜬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런 ‘달기똥’ 눈물은 참 오랜만에 봤다”며 “스스로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고 박 대통령의 눈물을 묘사했다(편집자 주 : ‘달기똥’은 닭똥의 충청도 방언). 이어 김 논설위원은 “어제 박 대통령의 눈물은 흔한 정치적 눈물은 아니었다”며 “나라를 참사에 빠뜨린 부조리를 바로잡고 싶다는 소망까지 담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쯤되면 누가 박 대통령이고 누가 김광일 논설위원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상사병도 증상이 심해지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법이다. 문화일보 박학용 논설위원은 21일자 <오후여담 : 박대통령의 비루(悲淚)>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다음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현충원 묘소 참배시 차분했던 모습을 보고 “박 대통령의 ‘무(無)눈물’의 의미를 어슴푸레 알게 됐다”고 했고 중앙일보는 20일자 사설에서 박 대통령의 눈물에 대해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단언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도 이미 침몰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여기저기 ‘딸랑 딸랑’ 소리들만 넘쳐난다.      

 

 

대통령 담화에 정작 빠진 내용은?

 

 

△ 5월 20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이번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끓어오른 비판 여론에 등 떠밀리듯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국가안전처 신설’, ‘해양경찰 해체’ 등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고 설익은 대책들을 내놓아 “또다른 졸속”이라는 우려를 불렀다. 또 박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담화에서도 또다시 질의응답 없이 자신의 말만 늘어놓는 태도를 보여 “여전히 불통”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KBS 보도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것이다. 경향신문은 20일자 1면 <국정기조에 대한 성찰을 빠졌다> 제목의 머릿기사에서 “사고 발생 원인과 정부의 우왕좌왕 대응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조직과 기능을 떼었다 붙이는 국가안전대책을 사고 한 달만에 급조해 내놓은 것은 전형적인 땜질 처방이며 보여주기식 대책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3면 머릿기사에서는 “박 대통령은 현재 진행중인 구조 작업을 어떻게 마무리할지와 정부 대응의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의 콘트롤타워로서의 대응 실패와 역할, 책임 회피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고 짚었다. 국가안전처 신설 등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개편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기존의 부처 기능을 없애거나 새로 만들기보다 ‘떼었다 붙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한겨레신문도 같은 날 1면 <세월호 대책도 졸속… ‘기본’ 또 안 지켰다> 제목의 머릿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에 내놓은 방안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그 형식과 절차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내용이 정부조직법 개정 등 국회에서 처리가 이뤄져야 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별다른 협의 절차 없이 충격요법의 ‘깜짝쇼’ 형태로 대통령이 발표해버렸다”는 것이다. 또 “기자들의 질문이 있었다면 ‘청영방송’(청와대의 방송뉴스 내용 개입) 논란이 일고 있는 KBS 사태, 최근의 잇따른 공안·측근 인사 대거 기용 이유, 세월호 수습 과정의 정부 대처 잘못에 대한 생각 등 곤혹스러운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질문의 장을 원천봉쇄했다”며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했다. 이 신문이 3면에 정리한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강압 수사를 주도한 우병우 전 대검 수사기획관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선 캠프 출신인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임명·내정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는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교사들은 교육부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정부는 세월호 촛불추모집회 때 연행된 시민들에게 ‘전원 형사처벌’ 방침을 내세우고 있고, KBS 방송 뉴스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신문은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기존의 국정운영 기조를 반성하고 ‘환골탈태’하기보다는, ‘대통령의 눈물’이라는 다분히 감상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위기를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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