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12차보고서⑤⑥] 대한민국을 ‘이건희 공화국’으로 만드는 언론 등(2014.5.15)
등록 2014.05.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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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이번 주(5월 셋째주)부터는 지방선거 전까지 주 2회(월, 목) 발행할 예정입니다. 


■ 12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선거보도 늘었는데 편파성도 ‘동반 상승’

- 새누리당 ‘선거운동’에 나선 TV조선, 채널A

- 정몽준 후보 부인의 아들막말 두둔 발언 JTBC와 YTN만 보도

-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시장 발언 불공정하게 인용

- 공영방송 KBS, 선거보도 적어도 ‘너무 적어’


2) 보수신문 여론조사의 ‘착시효과’…유권자 혼동만 부추긴다


3) 朴대통령 담화에는 ‘예고편’도 필요하다


4) ‘정몽준의 눈물’에 열광하는 TV조선과 채널A


5) 램스타드 기자가 ‘구세주’인가?


6) 대한민국을 ‘이건희 공화국’으로 만드는 언론





램스타드 기자가 ‘구세주’인가?




언론들 ‘미국 기자의 글’ 옮기기 급급


14, 15일 한국 언론들은 애타게 기다렸다는 듯이 전략국제연구소(CSIC)의 한 기고문을 옮기기에 바빴다. 



△ 조선일보 5월 14일자 4면 기사



문화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경기일보, 연합뉴스, KBS(단신), TV조선, 뉴스Y, YTN, tbs 교통방송, 노컷뉴스, 경기일보, 아시아경제, 매일경제 등 상당수 매체들이 미국 미네폴리스의 스타트리뷴의 디지털경제 에디터인 에반 램스타드의 “세월호 비극이 또한 한국 경제 혼란이 되고 있다-The Sewol Tragedy Has Also Become an Economic Disruption for South Korea”는 글을 인용해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미국적 시각에서 바라본 ‘세월호 후폭풍’에 대한 한국 사회와 경제 관측이지만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 도약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했고, 조선일보는 “참사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정치적 리더십은 부족해서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미국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이 글을 쓴 램스타드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월스트리스 저널 한국 지사의 기자로 일한 바 있다. 기사화된 글은 전략국제연구소의 한국 부문(office of the Korea chair)에 실린 것이다. 한국 부문은 삼성전자 미국지사가 후원을 하고 있다. 물론 이 글이 전략국제연구소와 삼성전자 미국지사의 관점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이고 있다. 


램스타드는 기고문에서 한국경제가 세월호 사건으로 천천히 내려가고 있으며 이는 미국 9.11 테러 때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즉 부끄러움과 분노 등의 감정이 실물 경제 등이 영향을 주고 있으며, 콘서트, 축제 등 여러 행사들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9.11 당시 데이비드 레터 맨, 조지 부시 대통령, 줄리아나 뉴욕시장처럼 "It's OK to move on"을 말하는 이가 한국에는 없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중앙일보 사설과 같은 맥락


램스타드는 “하지만 언론은 노력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램스타드는 중앙일보 사설 중 “당장 세월호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일상적인 소비와 통상적인 활동은 차분하게 재개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침몰이 비통하다고 해서 서민경제를 가라앉히고 대한민국 경제까지 좌초시킬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는 내용을 인용했다. 


이것은 4월 30일자 중앙일보 사설 <세월호 침몰로 서민경제까지 가라앉아서야 …>의 한 대목이다.


중앙일보는 이 사설에서 현재 자제 분위기가 소비지출이 위축시키는 내용 나열->국가적인 재난의 충격과 슬픔이 서민경제를 나락으로->9·11 테러,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시적으로 소비가 급감->대구 지하철 사고 이후에도 소비가 최저수준 -> 현재처럼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서민경제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일상적인 소비와 통상적 활동 차분히 재개->대한민국 경제 좌초 시킬 수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같은 글의 흐름과 논조는 램스타드의 기고 글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램스타드는 “일상으로”를 영어로 이야기했다는 정도이며, 대통령이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물론 글에는 한국은행 통계와 메킨지 보고서를 언급하고, 촛불 시위와 뉴욕 타임즈에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광고가 실렸다는 등의 내용이 덧붙여져 있다. 이 같은 사회적 압력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의 침식으로 이어져 경제 변화의 의미 있는 작업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램스타드는 현재 한국에 있지 않고 ‘소수의 한국의 매체’를 통해 제한적으로 한국 상황과 경제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지적이 일정 정도 타당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한계가 있다. 세월호 참사가 왜 이렇게 한국에서 충격으로 다가오는 지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왜 시민들이 “가만히 있어라”라는 말에 분노하는지도 헤아리지 않은 채 경제 위축되니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이는 다른 의제로 물타기 중인 정부 입장의 우 리 언론의 보도 행태와 흡사할 뿐이다. 


결국 중앙일보 등 한국 언론에 영향을 입은 램스타드의 글이 다시 한국 언론에 의해 보도되면서 ‘미국적 시각’ 또는 ‘미국’에서 나왔다는 식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대한민국을 ‘이건희 공화국’으로 만드는 언론



TV조선 물량공세 수준 보도 쏟아내

 지난 11일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 시술을 받았다. 모든 방송사가 당일 이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JTBC와 채널A가 비교적 차분하게 1꼭지씩 다룬 반면, KBS와 SBS가 각 2, 3꼭지씩 다뤘다. 특히 MBC는 톱보도로 3꼭지나 보도했고 TV조선은 6꼭지로 물량공세 수준의 보도를 했다. 기사 비중도 2번째 꼭지부터 시작해 7번째 꼭지까지 내보내 그날 최고의 뉴스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국민들은 굳이 몰라도 되는 개인병력정보까지 알려줘 


보도내용도 문제가 있다.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위치가 남다르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온 국민이 미주알고주알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병력까지 지나치게 자세히 보도했으며, 심지어 이 회장 곁을 누가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보도됐다.

KBS는 <급성심근경색이란…‘그룹경영·후계구도’ 파장은?>(11일, 정인성 기자)에서, “당뇨병을 앓고 있고, 복부비만에 고령인 점”을 언급했고, MBC는 <급성 심근경색 응급 시술>(11일, 김경호 기자)에서 “지난해 8월 폐렴 증상으로 열흘 가량 입원 치료, 2009년에는 기관지염, 2008년에는 독감으로 입원, 1990년대 말 림프암 수술을 받은 뒤 줄곧 폐를 비롯한 호흡기가 좋지 않았다”다 것을 보도했다. 마치 병원의 진료 기록을 해킹이라도 한 수준이다. 이렇게까지 상세히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사생활 침해일 뿐 아니라 국민에게는 과잉 정보일 뿐이다. TV조선은 한 술 더 떠 <이건희 회장이 받은 시술은?(호원병원 이용재 원장)>(11일)에서 ‘심근경색’에 대한 전문의와의 상세한 대담까지 보도했다. 


삼성공화국이라는 현실 이렇게 부각시키나


 한편 이건희 회장 수술을 계기로 삼성그룹 경영과 후계구도에 관한 내용도 지나치게 비중 있게 보도했다. JTBC가 시술과 회복을 중심으로 사실관계 위주로 보도한 데 비해, 지상파 3사는 ‘그룹경영과 후계구도’에 대한 별도의 꼭지를 각각 편성했다. 마치 자신들이 삼성그룹의 임직원이나 되는 것처럼  <삼성 초긴장, 3세 승계 더 빨라질 듯(SBS)>, <후계 승계 작업 속도 낼 듯(MBC)>, <급성심근색이란…‘그룹경영‧후계구도’ 파장은?(KBS)> 등 호들갑스러운 관심을 보였다. TV조선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보도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TV조선은 <삼성 ‘초비상’…급거 귀국>(11일, 유정원 기자)에서는 “초비상”, “급히 귀국”, “비상 대기”, “어젯밤 서울 순천향대학병원엔 대형 자동차 19여대가 한번에 들이닥쳤다”라며 마치 큰 난리라도 난 것처럼 보도했다. (11일, 이루라 기자)에서는 “잡스 없는 애플이 될 뻔”, “해외 가서도 삼성 때문에 어깨 펴고 다녔다” 등을 소개했다. <‘건강관리’에 극도로 신경>(11일, 유아름 기자)에서는 그동안 서너 차례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으나 매번 경영에 복귀해왔다며 이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소개했다. “2006년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한 직후엔 8천억 원 규모의 대대적인 사회 환원을 약속하며 창조경영을 새로운 경영화두로 제시했는가 하면, 지난 해 8월 가벼운 폐렴 증상으로 열흘이상 치료를 받고 퇴원한 이후엔 다시 모두 바꿔야 한다는 마하경영을 화두로 던졌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TV조선의 보도는 이건희 회장을 벌써부터 ‘위인화’하려고 노력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끝>



2014년 5월 15일

공정선거보도감시단(민언련/언론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