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11차보고서⑤] ‘표현의 자유’조차 ‘선동’으로 몰고가는 언론들(2014.5.12)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이번 주(5월 셋째주)부터는 지방선거 전까지 주 2회(월, 목) 발행할 예정입니다.
■ 11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MBC 박상후 전국부장을 용서할 수가 없다
2) 청와대 출입기자도 ‘기레기’를 자처하는가?
3) 박원순은 ‘때리고’…김황식은 ‘봐주고’
4) KBS, ‘세월호 물타기’ 총대 맸나…채동욱 4꼭지-무인기 4꼭지
- <문화>․<조선>․<중앙>의 ‘웃픈’ 경제살리기 출구전략 ‘옹호’
5) ‘표현의 자유’조차 ‘선동’으로 몰고가는 언론들
- [종편/방송 뉴스] ‘국민적 분노’를 ‘반정부 선동’으로 해석해
- [종편 시사] 박근혜 정부의 무능한 대응 비난하면 ‘종북세력’
- [신문] ‘정부 비판’을 ‘정치 선동’으로 호도하는 <조선>·<동아>·<문화>
‘표현의 자유’조차 ‘선동’으로 몰고가는 언론들
[종편/방송 뉴스] ‘국민적 분노’를 ‘반정부 선동’으로 해석해
세월호 대참사 이후 국민의 염원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 유가족에 대한 위로, 그리고 안전사회를 위한 염원이다. 이를 위해 사고 원인과 발생에 대한 책임자 처벌,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무능과 무대책 비판,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고 정부의 주장만을 앵무새처럼 옮긴 언론의 개혁이라는 과제가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의사 표현을 놓고 ‘반정부 선동’으로 몰아세우며 낙인을 찍고 있다.
민주노총 손피켓을 ‘좌파 몰상식 행태’로 몰아가
△ 5월 6일자 TV조선 <뉴스쇼 판> 화면 캡처
TV조선은 <간식상에 ‘대통령 비난글’>(6일, 이진석-백은영 기자)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해 대통령 하야 공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종 아이들 제단 위에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라는 민주노총 전단이 올려 있다는 것과 대통령 퇴진 내용이 있었다고 전달했다. 또 인터넷 그리고 거리에서 세월호 관련 박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묻는 내용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TV조선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해서 대통령 하야 공세로까지 이어 가는 건 좀 지나치다”라고 결론을 지었다. 같은 날 채널A 역시 <국민 슬픔에 편승한 ‘반정부 선동’> (6일, 윤영탁 기자) 라는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려는 정략”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 분위기는 세월호 대형 참사가 ‘인재’임이 하나 둘씩 드러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다. 하지만 이들 매체들은 이런 흐름을 오히려 ‘반정부 선동’ 또는 ‘정치적 이용’ 등으로 묶어내면서 ‘가만히 있으라’만 외치고 있다.
‘김용옥 교수 비판’에 횡설수설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한 신문사에 기고한 글에 비판도 거셌다. 채널A는 22번째 꼭지 <국민 슬픔에 편승한 ‘반정부 선동’> (6일, 윤영탁 기자)에서 김 교수의 기고문에 대해서 “이번 참사와의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다분히 정치적인 메시지입니다. 통합진보당은 '유가족과 국민의 목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적인 슬픔을 일부 세력이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라고 멘트했다. 채널A <[집중진단]국민 슬픔 틈탄 선동…그 진원지와 순수성은?>(6일, 대담)에서는 정치부 박민혁 차장과의 대담에서 국어시간이라도 된듯이 기자와 앵커가 김용옥 교수 글을 구구절절 해석하며 설명하고 김용옥 교수에게 물어보려 했는데 핸드폰이 없었네 어쩌네 하는 코미디 상황을 연출하더니 “그냥 박근혜 대통령이 싫어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얘기하기 위해서 저 앞에 사례를 든 게 아니냐란 지적이 있는데, 한 가지만 더 말씀을 드리자면 진보진영에선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이 퇴진론이 퇴진에 방점이 있는 게 아니라 이 뒤에 보면 퇴진을 못하겠거든 거국 내각을 구성해라 이렇게 제안을 합니다”라고 정리했다.
MBC, 전교조 추모영상 보여주며 문제제기
참사 희생자를 과거 독재정권에 희생된 학생들에 비유한 전교조 추모영상을 지적하며 일부 좌파의 정치선동으로 편가르기 하는 보도도 있었다. 무엇보다 채널A와 TV조선 이외에 MBC만 이 내용을 보도했다. MBC는 9번째 <전교조 추모영상 정치선동 논란>(7일, 노경진 기자)에서 관련 영상을 보여준 뒤 “일부에서는 전교조 등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것을 넘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전교조는 이 영상과 관련한 논란에 한 소속 교사가 현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시로 표현한 것일 뿐이며 수업에 활용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라고 멘트했다. 이외에 TV조선 <'무능 정부가 타살‘ 동영상>(7일, 신정훈 기자), TV조선 18번째 <‘세월호 참사 정치선동 도구’>(7일, 이승연 기자), 채널A <‘세월호 참사’ 들먹이며 정치 선동>(7일, 정동연 기자)에서 전교조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을 가했다.
[종편 시사] 박근혜 정부의 무능한 대응 비난하면 ‘종북세력’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토크프로그램에서는 지난 한 주간 세월호 참사 이후 벌어지는 정부 책임론 등을 언급하며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세력’, ‘종북세력’, ‘대중조작’, ‘분노마케팅’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전교조 동영상과 팽목항 임시제단에 올려져 있었던 민주노총 명의의 팜플릿이 주요 타켓이 됐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5월 6일 방송에 출연한 신혜식 씨는 “일부 대한민국의 반정부 세력은 대통령 비난에 힘을 싣고 있다고 합니다”라며 “여러분 남남 갈등을 조장하는 자 누구인지 똑바로 보고 심판해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선동’했다. 같은 날 TV조선 <신통방통> 진행자 김광일 씨는 “요즘 세월호 사고를 당한 국민들에게 ‘분노하라’, ‘거리로 뛰쳐나오라’ 이렇게 선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조선일보 기자의 말을 빌려와 ‘분노를 팔아서 정치적 흥행을 노리는 분노팔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날인 5월 7일에도 TV조선 <신통방통> 출연자 배진영 씨는 ‘엄마의 노란손수건’이라는 단체를 언급하며 “대표가 과거 민노당 대의원, 통진당 당원”이라고 언급했고, 북한 노동신문이 관련 보도를 한 것을 두고 “종북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 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했다.
△ 5월 7일자 TV조선 <신통방통> 화면 캡처
한편, 또 다른 출연자 송승호 씨는 “지금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졌고, 그럼 야당지지율이 반사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새정치연합 역시 떨어졌다”면서 “이번 사고의 책임이 1차적으로 박근혜 정부에 있지만, 박근혜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관행적으로 밀려오던 것에 대한 책임을 국민이 묻고 있다”, “국민이 너무 정확하게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사회자는 “누적되어 온 결과고, 지금 야당이 집권했을 때, 이미 사고의 씨앗이 심어져 있었다”라고 못 박으며 야당 책임을 강조했다.
이날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한 전원책 씨도 김용옥 교수를 언급하며 “지식인이라는 것이 상처를 어루만지고 달래주는 역할을 해야지 선동적으로 진영논리에 빠져서 이야기를 하느냐”면서 “뭐하냐는 것이냐”고 거세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현대 대중 민주주의의 맹점이 대중조작”이라며 일각에서 일어난 움직임을 “정치혼란을 획책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5월 8일 채널A <시사병법>에 출연한 변환봉 씨는 “전교조 동영상은 어떤 가치와 이상을 가진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이상을 연결시키는, 분노 마케팅, 감성 마케팅에 불과하다”, “상당히 잘못된 접근이다”, “이것은 사건을 확대시키는 것이고, 결코 진보라는 이름으로 용서될 수 있을 거 같지 않다”고 언급했다.
[신문] ‘정부 비판’을 ‘정치 선동’으로 호도하는 <조선>·<동아>·<문화>
조선, 동아, 문화일보는 세월호 참사에 무능으로 일관했던 現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反정부 투쟁’, ‘정치 선동’으로 몰고 갔다. 이 신문들은 ‘어린 희생 · 국가 재난’을 불순한 세력들이 ‘선동 도구’로 삼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고 도리어 또다른 선동이라고 할 만 하다. 세월호 추모 인파들은 정부의 우왕좌왕했던 초기 대응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사과에 대해 분노를 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0일자 <유족들 시위에 끼어든 한 외부인사 “여러분처럼 조용한 건 처음, 안타깝다”>에서 “시위꾼들이 유족들 농성장에도 나타나 反정부 선동을 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8일밤 세월호 유족들은 KBS보도행태와 보도국장의 부적적한 언행을 문제 삼으며 KBS측에 해결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자 청와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밤샘 농성을 진행했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도 농성장에 합류해 소신 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유족들도 문제 삼지 않는 일에 대해 조선일보만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선일보 같은 날 1면 팔면봉에 “세월호 가족의 청와대 항의 방문에 정치 선동꾼들 또 찬조 출연. 평소엔 뭐하고 지내는지 정말 궁금”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10일자 사설 <누가 왜 세월호를 정치 선동에 악용하는가>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고 정부의 대책 마련이 예고된 상황에서 건전한 비판을 넘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고 대통령 퇴진까지 주장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체 동아일보가 주장하는 ‘건전한 비판’이라는 것의 기준이 무엇이며, 언론이라는 동아일보가 설마 표현의 자유까지 막으려는 건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동아일보는 9일자 <세월호를 ‘反정부 불쏘시개’ 삼는 사람들>에서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를 대통령 퇴진 요구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수장이 대통령 아니었던가. 무능한 정부에 대해 대통령을 꾸짖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지금이 정말로 왕조 시대인가. 문화일보는 이른바 ‘전교조의 세월호 추모영상’을 가지고 7,8,9일에 걸쳐 강도높게 비난하는 기사를 이어갔다. 전교조 추모영상은 5.1절 행사 등에 사용하기 위해 전교조가 작성해 지난달 29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이 학생들이기에 전교조가 이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게시된지 1주일이 넘은 시점에서 ‘내용’을 문제삼는 문화일보의 의도가 궁금하다. 문화일보는 7일 <어린 희생 · 국가 재난을 ‘反정부 투쟁’ 도구로 삼는 전교조>, 8일 <세월호까지 학생 선동 도구로 삼는 전교조의 反이성>, 9일 <“전교조 영상물은 추모 가장한 정치선동”>에서 보다시피 대동소이한 내용을 3일에 걸쳐 보도했다. 10일 문화일보는 <점점 노골화하는 ‘세월호 정치선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민적 아픔을 대정부투쟁과 정권퇴진 운동으로까지 연결하려는 일부 세력의 정치 선동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대미를 장식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10일자 3면 <청와대 “순수 유가족” 표현… 불순 유가족은 누구?>에서 유족들의 청와대 앞 항의방문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 태도에 담긴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사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들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여전히 ‘불순세력이 유가족들을 정치적으로 선동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민 대변인은 청와대 앞으로 항의방문 온 유가족들에 대해 “지금 유가족분들이 와 계시는데, 순수 유가족분들의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가가 나서서 그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입장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사는 “유족들 사이에 정치선동을 하는 불순한 인물들이 섞여 있다는 청와대의 인식을 은연중에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전날인 9일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서 “사회 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언행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기사는 “이는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야권과 진보진영이 정부·여당 공격을 선동하고 있다’는 보수언론의 주장과 거의 똑같은 논리”라고 비판했다.
<끝>
2014년 5월 12일
공정선거보도감시단(민언련/언론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