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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한국경제 위기’? 방송사들의 ‘이재용 구출작전’
2017년 1월 16일
등록 2017.01.17 16:33
조회 383

16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단연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 관련 재단 및 법인에 지원한 430억 원을 뇌물로 보고 뇌물공여‧횡령‧위증 등 3가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로써 삼성의 뇌물을 최순실이 대신 수수하도록 도움을 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도 공식화됐습니다. MBC‧TV조선‧채널A‧MBN은 이런 와중에도 삼성의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고 이 부회장이 구속될 시 발생할 경제적 타격을 부각했습니다. 한편 MBN은 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에 찬사를 쏟아냈습니다. 

 

1. 이재용이 구속되면 삼성 매출이 감소하고 한국경제가 위험해진다? 
특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채널A를 제외한 6개 방송사 모두 톱보도로 이를 타전했습니다. 채널A은 이날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을 톱으로 다룬 뒤 9번째 보도부터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다뤘죠. 방송사들 모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횡령 등 혐의와 이로써 공식화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각각 1건씩 기본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MBC‧TV조선‧채널A‧MBN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구속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가장 수위가 높은 방송사는 TV조선과 채널A입니다. TV조선 <“영장 청구 이해 안 돼” 삼성 충격>(1/16 https://bit.ly/2jZ2RMc)에서 윤정호 앵커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올가미를 씌운 거라는 분위기”라고 전했고, 김하림 기자는 “삼성은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오는 글로벌 기업인데, 뇌물기업으로 낙인 찍힐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뇌물죄가 인정되면, 미국 등에서 반부패방지법에도 걸려 수십억원의 과징금에, 막대한 벌금, 입찰 제한 등의 추가 피해가 예상됩니다”라고 삼성을 ‘봐줘야한다’는 읍소하는 듯한 멘트로 일관했습니다. 여기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중국 등 해외국가에서도 (반부패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벌금을 물거나 사실상 영업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습니다”라는 최지영 변호사 인터뷰를 덧붙였고요. 이어서 “브랜드 이미지 추락도 불가피”하다면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문제, 경쟁업체가 이를 적극 활용하는 문제, 이런 문제들이 당면한 문제”라는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위원 인터뷰까지 보여줬습니다. 삼성의 ‘영업활동 제약’과 ‘이미지 추락’을 걱정하는 TV조선의 진심이 느껴지는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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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인터뷰까지 동원해 ‘삼성 영업차질’ 강조한 TV조선(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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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에 ‘한국경제 위기’ 예견한 채널A(1/16)

 

채널A는 좀 더 거시적인 ‘우려’를 내놨습니다. 채널A <삼성 경영 시계 ‘멈춤’>(1/16 https://bit.ly/2ivMo1J)은 이미 제목에서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만으로 삼성그룹의 경영이 멈췄다고 과장했습니다. 상식적으로도 비현실적인 묘사입니다. 하태원 앵커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황규락 기자는 “국내 대기업의 맏형 격인 삼성. 한국 수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만 20%가 넘고, 시가총액은 코스피 시장의 5분의 1을 차지”한다며 ‘맏형 삼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니 “지난 연말 예정됐던 사장단 인사 등 조직개편은 무기한 연기됐고 지배 구조 개편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세계 최대 전기장치 기업인 미국 하만을 인수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던 전략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인수가격만 약 9조 원으로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미국 내 소액주주 반발에 이어 삼성의 경영공백까지 악재가 겹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재용 구속=한국경제 위기’라는 전형적인 ‘재벌 프레임’입니다.

 

2. SBS는 과도한 위기론 경계, JTBC는 삼성 피해 예상 보도 없어
TV조선과 채널A처럼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MBC와 MBN도 비슷한 수준의 ‘삼성 걱정’ 보도를 1건씩 냈습니다. MBC는 “구속영장 청구 자체로도 경영상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당장 삼성전자의 인수에 반대하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미국 하만의 소액주주들이 기업윤리 문제를 추가로 제기할 가능성”을 전했습니다. MBN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2.14% 하락 마감했는데, 이보다 더 큰 우려는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입니다. 계속된 수사로 삼성그룹이 인사를 미루면서 사업 재편과 투자, M&A와 같은 중장기 계획 수립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MBC는 TV조선처럼 삼성이 받을 타격을, MBN은 채널A와 같이 이재용 구속이 한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예단하는 ‘환상의 콜라보’를 보여준 셈입니다. KBS는 16일엔 이런 보도가 없었지만  이틀 전 <영장 결단 내일 이후…고심 깊어진 특검>(1/14 https://bit.ly/2ipMlEt)는 채널A와 내용이 상당히 흡사합니다. 


SBS와 JTBC는 어떨까요? SBS <삼성 “특검의 결정 이해하기 어렵다”>(1/16 https://bit.ly/2jSxcYw)도 삼성 측의 우려와 걱정은 전했지만, “시장은, 지금 당장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업황이 워낙 좋기 때문에 실적이 고꾸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미래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라며 지나친 위기론을 경계했습니다. JTBC는 ‘삼성의 피해’나 ‘한국경제 타격’ 관련 보도 없이 “대가성 지원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강요 때문”이라는 삼성의 법리적 반박만 전달한 보도를 1건 냈습니다.

 

3. 구시대 재벌 논리 반복하는 방송사들…사실만 보도해야
16일 특검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관련 보도량은 KBS‧JTBC‧TV조선‧채널A‧MBN 5건, MBC‧SBS 7건입니다. MBC‧TV조선‧채널A‧MBN은 앞서 설명한 ‘이재용 구속=경제위기’라는 프레임의 보도 1건 외에도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로 인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금을 출연한 다른 재벌 기업들도 비상사태에 빠졌다는 보도를 1건 추가했습니다. 결국 TV조선‧채널A‧MBN 3개사는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관련 보도 5건 중 절반에 가까운 2건에서 ‘재벌 걱정’을 한 셈입니다.


그러나 ‘재벌 총수 구속=기업과 한국 경제의 위기’라는 프레임은 오래 전부터 재벌이 내세웠던 방어 논리에 불과합니다. 일단 이런 도식은 삼성의 범죄 혐의를 은폐하려는 의도를 지닙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지시 아래, 최순실 관련 재단은 물론 최순실 개인 회사에까지 430억 원이라는 거금을 제공했습니다. 심지어 그 목적은 기업 경영과 하등 관련이 없는 정유라 말 구매 등 사적 지원이었으며 박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 청탁을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여기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일가 지원을 몰랐다고 증언해 위증 혐의도 적용이 됐고 이에 따라 증거인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특검은 판단한 겁니다. 


이 부회장의 이런 혐의들은 삼성그룹 운영이나 한국 경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법치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 재벌 총수 한 명이 없다고 해서 마치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이 멈춰서 손실이 발생하고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리는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허구적 주장이기도 합니다. SK와 CJ처럼 재벌 총수가 수감된 바 있는 기업들도 당시 이런 논리를 폈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기업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방송사들이 이런 논리를 반복하는 것은 재벌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4. ‘노타이’로 분위기 바꾼 반기문? 하루도 쉬지 않는 ‘반파라치’ MBN
방송사들의 ‘반기문 띄우기’는 여전합니다. 특히 MBN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반기문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동정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 행보에 대한 미화는 수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MBN <넥타이 푼 반기문>(1/16 https://bit.ly/2j2VCie)에서 김주하 앵커는 “한국에 도착한지 5일째인 반 전 총장이 뭔가 바뀌었다”면서 “어두운 색깔의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오늘은 아예 노타이 차림”이라고 전했습니다. 정규해 기자는 “안정되고 깔끔한 코디로 귀국 인사를 마친 반 전 총장은 귀국 초반엔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조문 정치에 집중”했지만 “현장 방문과 소통 등 민생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스타일이 확 달라졌”다면서, “밝은 색 넥타이로 분위기를 전환하는가 하면 노타이 횟수도 부쩍 늘었”다고 비교했습니다. “넥타이를 푼 채 청년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13일 자사도 보도했던 반 전 총장의 ‘청년층과의 식사’ 장면을 또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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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타이 푼 반기문’? 반 전 총장 패션까지 보도하는 MBN(1/16)

 

반 전 총장의 넥타이 색깔 교체와 ‘노타이’가 과연 3일 전 행보를 다시 조명하면서까지 보도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낯 뜨거운 ‘동정 보도’는 MBN에서만 나왔습니다. 이날 타사의 경우 TV조선은 무려 4건을 반 전 총장에 할애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신경전 1건, 문재인‧반기문 지지율 변동 1건, ‘반기문 턱받이 서민 코스프레’ 논란 1건, 반 전 총장 거제도 방문 등 민생행보 받아쓰기 1건을 보도했습니다. 받아쓰기 보도가 1건 있지만 MBN처럼 잔뜩 미화가 담긴 보도는 아닙니다. 채널A는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신경전 1건과 반 전 총장과 박 대통령의 통화를 1건 보도했고 지상파 3사는 1건의 보도로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총장의 신경전만 전했습니다. JTBC는 1건의 보도에서 반 전 총장의 박 대통령 전화통화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5. 사측의 송사 진행과정 보고하는 MBC, 뉴스 사유화는 계속된다
MBC는 또 자사의 타 매체와의 송사를 보도로 냈습니다. MBC <악의적 보도 강경 대응…관련자 고소>(1/16 https://bit.ly/2jSMRar)는 “문화방송이 허위 보도로 MBC뉴스의 브랜드 가치를 깎아내린 TV조선과 미디어오늘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태도를 보인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을 형사고소”했다고 전했습니다. “TV조선의 피고소인은 취재기자 조새해, 하누리, 사회부장 이진동, 보도본부장 주용중, 대표이사 변용식”이라며 피고소인까지 나열하고는 “정윤회 씨를 비상식적 호칭으로 부르고 있는 식당주인인 취재원 A씨가 정윤회 씨의 최측근인지 전혀 근거자료가 없으며 자극적인 얘기를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늘어놓고 있을 뿐”, “익명으로 처리한 모 방송사 사장이 MBC 안광한 사장이라고 다른 언론매체에 알려주는 등 문화방송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사를 작성해 공공의 이익이 결여돼 있다” 등 자사가 고소장에서 TV조선의 혐의로 명시한 내용도 읊었습니다. 미디어오늘에 대해서도 “피고소인은 강성원, 정철운, 이하늬 등 취재기자 3명과 이정환 편집인 겸 대표이사”라면서 “미디어오늘이 TV조선의 허위기사를 충분한 취재 없이 MBC 안광한 사장의 실명과 함께 다음날 바로 인용해 MBC뉴스의 신뢰성을 훼손하기 위해 악의적인 기사를 작성했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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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 사장의 명예훼손 송사 일일이 보도하는 MBC(1/16)

 

이는 지난 13일, TV조선과 미디어오늘이 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조치를 예고했던 MBC <“편의적 단정으로 허위 보도”…공식 대응>(1/13 https://bit.ly/2iSq26z)의 후속보도입니다. MBC는 비선실세 정윤회 씨가 MBC 안광한 사장도 만나 보도협조를 논의했다는 TV조선과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데요. 안광한 사장 개인과 사측의 명예훼손 고소 건을 자사 메인뉴스에서 일일이 보고하는 행태는 뉴스의 공영성을 무시한 ‘사유화’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TV조선이 ‘정윤회 회동’의 증거로 제시한 관련자 증언을 해명하는 대신, 증언의 당사자가 ‘자극적인 얘기를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했다’며 개인의 신상을 비판했습니다. 이는 제대로 된 반박이 아닙니다. MBC가 이렇게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박근혜 정부와의 유착설을 제대로 끊어내고 싶다면 ‘백종문 녹취록’과 고영주 이사장의 ‘매카시즘’ 발언, 12월 한 달 간 이어진 ‘태블릿PC 흔들기’ 등 비정상적인 ‘친청와대 행보’를 먼저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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