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불리하면 ‘물타기’…야당에 불리하면 ‘부풀리기’

[방송] 정몽준 아들 막말 보도에는 야당 불리한 사안 하나씩 끼워 넣고 

세월호 관련해서 공무원과 정치인 등의 구설수가 많았던 한주였다. 국가적 참사에서 공인의 부적절한 처신은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여당에 불리한 내용이냐 야당에 불리한 내용이냐에 따라서 보도 자체가 은폐되거나 부풀려지고, 물타기 되는 등의 편파적 보도가 많았다.   

■ MBC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정몽준 아들 막말 아예 보도 안 해 

MBC가 정몽준 아들 SNS 막말 관련한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21일 타 방송사들이 모두 관련 내용을 보도했지만, MBC는 이러한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대놓고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도저히 누락하기 힘든 사안이라는 점에서 MBC의 행태는 노골적이다. 

정몽준 의원의 아들 관련한 내용만 단독으로 다루기에는 부담스러웠는지 야당의 불리한 내용을 물타기 한 보도도 있다. SBS 16번째 <“미개한 국민정서”아들의 SNS파문>(21일, 최대식 기자)는 정몽준 의원 아들에 대해 다루면서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의 좌파단체 정부 전복작전 발언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의 트위터 발언을 함께 묶어서 보도했다. 이는 세월호 관련한 구설수들을 모두 묶은 것이었지만 파급력 면에서 정몽준 아들 발언 논란은 단독보도로 나가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내용임을 국민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채널A <“국민 미개”글 파문…아버지 사죄>(21일, 이남희 기자)에서도 ‘국회의원 임내현’이라고 쓴 조끼를 입고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행동도 도마에 올랐다고 끼워 넣어서 정몽준 아들 발언을 물타기 했다. 

■ 실종자 대표 역할 한 송정근 씨는 일방적으로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기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방선거 예비 후보인 송정근 씨가 실종자 가족 대표를 맡았던 것에 대해서는 비판 보도가 많았다. 송 씨의 행동은 분명히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다. 송 씨는 경황이 없는 와중에 안산 지역의 목사로서 실종자 부모들과 함께 진도에 내려갔고, 그러다 초기에 가족대표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송 씨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해명을 했고, 대표직을 그만두고 예비후보로서도 탈퇴했다고 한다. 문제가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런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이 송정근 씨를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한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는 보도는 문제가 있었다. 

송정근 씨 사안은 채널A <실종자 가족 대표 알고보니…>(21일, 송찬욱 기자)에서 먼저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서는 송 씨의 발언도 인터뷰를 하고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다음날 SBS <가족 아닌 사람이 실종자 가족대표라니>(22일, 최재영 기자)에서는 송 씨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앵커가 알고 보니 실종자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본인은 ‘선의’로 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고 언급했고, 기자는 ”송씨는 직계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알렸지만 일부 가족의 요구로 대표직을 맡겼다가 이틀만에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앵커와 기자의 멘트와는 달리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쓴 거잖아요. 우리를 얼마나 이용한거야. 그 배신감이. 진짜 엄마들이 말로 할 수가 없어요. 배신감은…“이라는 실종자 가족의 인터뷰를 담았다. 

△ 4월 22일자 TV조선 <뉴스쇼 판> 화면 캡처

TV조선 <가짜 판치는 참사 현장>(22일, 박소연 기자)에서는 송정근 씨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송씨는 대표직에서 쫓겨났고, 소속 정당에서도 영구제명됐습니다.”라고 기자멘트했다. SBS와 TV조선은 송정근 씨 사례를 다루면서 다른 가짜 학부모도 판을 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이는 진짜 파렴치한과 송정근 씨를 한패로 묶는 효과를 주었다. 

- YTN, “엇 어쩌다 이렇게 객관적인 보도를 한 거야? 당장 삭제!”

송정근 씨 관련 보도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YTN이다. YTN 뉴스나이트 1부에서는 22일 조은지 기자가 리포트한 <실종자 가족 대표, 알고보니 정치인>이라는 보도가 19번째로 방송되었다. 이 보도에서 “안산에서 청소년 쉼터를 운영했지만 세월호 실종자 가족은 아닌 겁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논란이 있습니다”라고 기자멘트했고, 송정근 씨의 발언 “수고했다. 목사님 아니었다면 누가 했겠냐 라는 게 그 당시 첫날 학부모들의 분위기였어요. 송정근 목사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더라. 딱 띄우고 나니까 그때부터 내가 완전히 마녀사냥 된 겁니다. 저는 정치적인 욕심이나 생각 갖고 내려간 사람 아니에요”라는 발언이 담겼다. 

이 보도는 방송사의 송 씨 관련 보도 중에서 그나마 송 씨의 해명이 가장 객관적으로 담은 리포트였다. 이런 보도를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서 아예 삭제해버린 배경이 궁금하다.  

■ 새누리당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 폭탄주 자리 논란, 지상파 방송3사 보도 안 해

새누리당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와 홍순승 세종교육감 예비후보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렸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었다. TV조선 <이 와중에 ‘폭탄주’ 판벌였나> (19일, 정세영 기자), <최병묵의 정치속보기/ ‘국민 안전 법안’ 국회 표류 누구 책임인가>(19일, 대담)에서 부적절한 행동임을 지적했다. 채널A는 <이 와중에 건배? 유한식 처신 논란>(19일, 임수정 기자)에서 관련내용을 다루었다. 

그러나 이날 이 내용은 지상파 3사에서 보도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에 불리한 내용 이라 보도누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YTN은 다음날 단신으로 <술자리 참석 세종시장 후보에 ‘경고’>(20일)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JTBC는 <이 와중에 폭탄주…‘좌파색출’ 논란도> (20일, 최종혁 기자)에서 홍순승 세종 교육감 예비후보 “교육계 지지표는 전부 다 우리 시장님께 합쳐 드리겠습니다. 우리 유한식 시장님과 세종시 행정수도 한국의 D.C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하여, 위하여!”라는 육성발언을 담았다. TV조선 <‘폭탄주’ 징계…선거 연기론도>(20일,홍혜영 기자)에서도 관련 내용을 담았다. 

■ KBS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까지 보도 뽑아

KBS는 단신으로 <김기춘, “실종자 가족 위해 의료진 보강”> (20일)을 보도했다. 이날 폭탄주 논란 등 여러 악재가 있었으나 이러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던 KBS가 어처구니없게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을 별도로 뽑아 보도한 것이다. 내용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오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탈진하고 있다며 가족들의 건강 확인과 안정을 위해 의료진을 더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습니다”이다. 청와대 홍보실도 아니고 참 기가 막힌 내용의 뉴스이다. 

[종편시사] 야당에 불리하면 물고 늘어져…

△ 4월 21일 TV조선 <돌아온저격수다> 화면 캡처

21일 오전,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국회에서 사과발표를 하면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날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는 정 후보의 아들 발언 논란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대신 새정치민주연합의 임내현 국회의원의 마라톤대회 참가 논란과 경기도 교육감 진보진영 후보로 출마한 이재정 후보와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SNS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올렸다며 비난하는 내용이 다뤄졌다. 언론의 관심이 가장 뜨거웠던 정 후보 아들 논란은 빠진 채 그 자리에 야당 정치인 논란만이 채워진 것이다.

다음날인 22일에도 <돌아온 저격수다>는 세월호 관련 실종자 가족 대표를 맡아 논란이 된 새정치민주연합 도의원 후보인 송정근 씨를 집중 비난했다. 출연진들은 “이 비극을 이용해 먹으려는 정치판에 환멸을 느낀다”, “이게 새 정치냐”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힐난했다. 

이어 24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술자리에 참석해 건배사를 했다며 또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으로 왜곡한 내용을 퍼날랐던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는 이러한 비판이 없었다.

한편 채널A <직언직설>에서는 정 후보 아들의 SNS 파문을 주제로 다루면서 정 후보에게 후폭풍이 닥쳐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면서도 “18살짜리 막내아들”, “떡볶이 먹고, 순대 먹고 할 나이”라며 ‘어린 나이’라는 것을 반복해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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