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검찰의 국정원 증거 위조 수사 발표 방송3사 저녁뉴스 모니터 보고서(2014.4.15)
‘딸바보’ 저리가라 ‘대통령바보’ KBS 보도
- 국정원 수사 결과 발표일에 KBS는 박대통령 ‘지지율 상승’ 부각보도 -
어제(14일), 국정원의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38일간의 검찰 수사가 국정원 팀장급 이하 직원 4명에 대한 기소로 끝났으며, 당일 대공수사국장 서천호 전 2차장의 사표가 청와대에 의해 즉시 처리됨과 동시에 개인사과문 발표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결국 검찰 수사 초기부터 우려했던 대로 ‘윗선’은 밝히지 못했고, 담당 검사까지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이 났다.
14일 저녁 방송3사는 이 사안을 어떻게 다뤘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 KBS이다. MBC와 SBS는 국정원에 대한 수사 발표를 톱으로 보도하며 총 3~4개 꼭지씩 보도했는데 KBS는 15번째 꼭지부터 3개 꼭지를 보도하는데 그쳤다.
그동안 KBS는 박대통령 동정 관련보도, 무인기 관련보도, 북한 관련 보도 등에 치중하면서 선거 관련 보도는 매우 적게 보도했다. 그러던 KBS가 국정원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날에 지방선거 D-50이라며 여론조사를 기획했다. 내용에서도 박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내용과 함께 여당에 불리할 것으로 예견된 서울‧인천의 접전, 경기도 우세를 짚었다. 미리 예정된 국정원 수사결과 발표 일에 하필 여론조사 기획을 만들어 톱보도로 배치한 것이다. 이는 선거 시기에 여당에 불리한 국정원 증거조작사건은 축소하고 여당에 유리한 대통령 지지율 상승 중심의 보도는 확대한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라 하겠다.
모두가 ‘윗선’ 못 밝힌 검찰 비판하는데, KBS는 ‘증거 위조 감싸기’
15번째로 뒤로 밀린 보도순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보수언론조차 ‘윗선’을 못 밝힌 검찰을 성토하는 것이 현재의 여론이다. SBS는 검사 2명을 무혐의 처리한 것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KBS는 ‘윗선’을 밝히지 못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지 않으려 했다. 이날의 어깨걸이 제목만 봐도 확연하다. <수사 마무리, 국정원장 등 “무혐의”>, <청와대, 국정원 2차장 사표 수리>이다. 수사는 더 이상 캘 것 없이 마무리됐고, 국정원장 등은 혐의가 없다는 점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MBC가 <‘윗선’ 개입 물증 못 찾아> SBS가 <윗선 못 밝혀…‘제 식구 감싸기’ 논란>라고 제목을 뽑은 것과 비교된다.
KBS 9시 뉴스 [데스크분석] 화면 갈무리
특히 <[데스크분석] ‘증거 위조 사건’ 이 남긴 과제는?>의 주장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장한식 기자는 국정원의 판단력은 기대 이하였다고 말한 뒤, 그 이유가 “중국 국적자의 간첩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중국 정부의 ‘출입국문서’를 입수하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과연 어느 나라가 협조할까요?”라고 물으며 이런 상황에서 “요원들은 다급하게 위조에 나섰다”고 평했다. 국정원을 감싸려는 궁여지책이 애절하기까지 하다. 기자는 “검찰의 수사발표로 사건은 일단락”됐다고 급히 결론을 냈지만, “썩은 환부를 도려내는 국정원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한 마무리멘트는 공허할 뿐이다.
MBC 역시 검찰의 수사 발표를 그대로 전한 것 외에 추가로 비판이나 문제 제기 없이 평이하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KBS의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언론사들마저 검찰의 이번 발표를 비판하는데도,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는 적극적으로 검찰과 국정원 수뇌부를 감싸고 나섰다. 이번 보도를 통해 그간 이들 방송사들이 ‘종박 방송’, ‘정권의 나팔수’ 같은 별명을 그냥 얻은 것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끝>
2014년 4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