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국민파업대회 관련 주요일간지 및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 보고서(2014.2.26)
등록 2014.02.26 20:45
조회 813

 

 
‘도다리 쑥국’에 밀린 ‘국민파업대회’
- 조중동과 방송3사, 25일 국민파업대회 현장목소리 축소·왜곡 나서

 
25일,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노동계와 300여개의 사회단체들은 ‘박근혜 정권 1년, 이대로는 못살겠다 2.25 국민파업대회’를 전국 12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개최했다. 4만 여명이 서울광장에 모였고, 전국적으로 10만 여명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국가기관 대선개입 수사 방해와 특검 거부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규탄했다. 또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파기하고,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무시한 채 공공부문 민영화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농민, 장애인, 언론인, 여성계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는 장이었다.
그러나 방송3사와 조중동은 국민파업대회를 외면했다.

 

■ MBC, 보도조차 안해…KBS·SBS는 단신처리

 

 방송3사 메인뉴스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10만여 명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MBC는 아예 관련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KBS와 SBS도 보도 말미에 단신으로 처리했다. 사안을 은폐 축소했다는 점에서 방송3사 모두 매한가지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처럼 주요한 사안은 축소하고 외면한 MBC와 KBS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도다리 쑥국’을 소개하는 리포트 보도를 했다는 점이다. 해당 보도는 ‘제철 맞은 도다리와 쑥을 함께 끓여 먹는 국’이라는 내용으로 1분 30초가량을 할애해 남해안의 대표적 봄철 음식을 소개했다. 공영방송사들이 이와 같이 뉴스가치가 떨어지는 내용은 입 맞춰 보도하면서 국민파업대회는 언급조차 하지 않거나 30초도 되지 않는 단신으로 처리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1년 실정을 비판하고 나선 국민들의 목소리가 ‘도다리 쑥국’에 밀렸다.

 

 

 

반면, 종편 채널인 JTBC는 박대통령 담화와 이를 평가하는 보도에 이어, 4번째 꼭지로 국민파업대회를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JTBC는 국민파업대회를 박근혜 정부 1년의 이면으로 짚었으며, 기자가 직접 서울광장을 배경으로 앵커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대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자세히 보도했다. “지상파뉴스가 종편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 조중동, ‘국민파업대회’ 내용은 없고 오로지 ‘불법’, ‘시민불편’?!

 

26일, 국민파업대회를 다룬 주요 일간지의 보도행태는 차이를 보였다.

 

<“일할수록 뺏기는 삶, 더는 못 참겠다” 서울광장 등 전국 12곳서 ‘국민파업’>(경향, 14면)
<전국 10만여명 “노동·인권탄압 더 이상 못참겠다”>(한겨레,10면)
<파탄 난 노동정책이 총파업 불렀다>(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일할수록 더욱 빼앗기고 대기업의 착취를 막기는커녕 손을 들어주는 정부하에서, 공안탄압으로 유신독재가 부활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더6 이상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대회사를 보도하면서, 박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는 대회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경찰이 행진구간으로 허가받은 인도를 막고 최루액을 쏘면서 대회 참가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며 충돌의 원인으로 경찰의 대응을 꼽았다.


한겨레신문은 “시민사회는 박 대통령 취임 첫해를 ‘민주주의와 인권 퇴행의 1년’이라고 혹평했다”며 시민사회연석회의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의 평가를 전하는 한편, 사설을 통해 “국민들도 불행이지만, 정부도 스스로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기위해서는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정부에게 “강경대응을 철회하고 오히려 노동계와 대화를 시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들만의 시위…시민들 “도대체 왜 하는건지”>(조선, 12면)
<철도노조, 파업 아닌 자기혁신이 필요하다>(중앙, 사설)
<또 도로점거 불법시위…퇴근길 시민 발 묶여>(동아, 12면)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불법’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국민파업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들은 ‘박근혜 정부에 의해 헌법은 유린당했고 민주주의는 파괴됐다’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한줄 처리하는데 그쳤다.

 

▲ 2월 26일자 조선일보 10면

 

제목부터 ‘그들만의 시위’라고 뽑은 조선일보는 “많은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았다는 것 말고는 시위를 벌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면서 “스케이트장이 설치돼 수용 인원이 7000명으로 줄어든 서울광장에 두 배에 가까운 1만 3000여명의 시위대가 몰려들면서 서울광장은 콩나물시루처럼 미어터져 시위대가 차도까지 밀려나왔다”, “인근 지하도에까지 시위대가 몰려 경찰은 지하도 통행까지 차단,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기사 말미에는 집회를 비난하는 시민 네 명의 인터뷰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기사 첫 문장부터 “시민들이 퇴근하느라 분주하던 25일 오후 서울의 주요 도로인 을지로와 남대문로가 시위대에 불법 점거당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일이 또 벌어졌다”, “서울 도심의 시민들은 버스와 택시 등에 갇힌 채 1시간가량 오도 가도 못했다”로 시작했다. 이어 “처음에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됐다가 “시위대가 서울광장에서 을지로1가 방향 7차로를 모두 차지한 채 행진을 시작하면서 불법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대가 인도를 따라 걷지 않고 갑자기 차로를 점거하며 행진을 시작했다”며 ‘불법시위’로 몰아가는 기사를 내놨다. 또 “퇴근길 도심 교통을 마비시키는 불법 시위집회가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를 막는 경찰은 무기력하고 속수무책인 모습”이었다며 경찰의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국민파업대회와 관련한 일반 기사 뿐 아니라 사진기사조차도 내놓지 않은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국민파업대회에 참여한 ‘철도노조’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중앙일보 사설은 “한국철도공사 노조가 25일 24시간 파업을 벌였다”면서 “지난해 12월 9일부터 30일까지 이뤄졌던 최장기간 파업을 철회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또다시 파업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어이가 없다”면서 “철도노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기혁신이지 파업이 아닐 것”, “소비자의 이익을 도외시한 경영은 물론 노동운동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훈계했다. 철도 민영화 등에 반대하며 국민파업대회에 참가한 코레일 노조와 시민들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끝>

 

 

2014년 2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