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트윗글 121만건 가리려 안간힘
-MBC는 편파보도, KBS 후반배치, SBS는 용어 바꿔치기

21일 검찰이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관련해 국정원이 정치‧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유포한 글이 121만 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2차 공소장 변경을 법원에 신청했다. 뿐만 아니라 이진한 제2차장과 법무부의 수사방해와 외압의혹이 제기됐다.
애초 국정원의 대선개입 글이 73건이라고 했다가 5만 여건으로 변경됐고, 급기야 어제 검찰이 121만 건에 이른다는 발표하자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 전주교구는 22일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열기로 결정했다.

■ 불리한 이슈, 방송3사의 3색 보도 태도

그동안 정부여당에 불리한 사안을 감추기 위해 축소‧누락‧물타기 보도 등의 방식을 동원해 가며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해왔던 방송사는 21일 보도에서도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MBC는 검찰 발표를 헤드라인으로 보도했으나, ‘국정원 감싸기’에 급급했다. 또 야당을 비난하는 여당의 목소리를 강조하는가 하면, ‘외압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KBS는 9번째 꼭지로 보도를 배치해 사안의 주목도를 떨어뜨렸다. 전날 단독보도로 검찰의 수사내용을 전했던 SBS는 21일, 전투기 선정과 이석기 재판 다음으로 3번째 순서로 배치했다. 그러나 ‘외압의혹’을 ‘검찰 내부 갈등’이라고 접근하는 등 본질을 흐렸다.

1. MBC, ‘국정원 대변인’으로 자처
- 연이어, 이석기 사건․북한 도발 보도 배치하는 등 의도성 보여

검찰은 국정원 직원 20명이 2천 600개 계정을 이용해 총 121만 건의 트위터 글을 올리거나 유포했다고 밝혔다. 121만 건 중에 대선 관련 60만 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총선 등과 관련 50만 건은 정치개입으로 국가정보원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21일 MBC <“국정원 트윗글 121만개”>는 검찰이 추가로 밝힌 121만개의 트윗 규모를 줄이기에 급급했다. 보도는 “검찰은 트위터 글 121만개 중 같은 내용이 기계적으로 반복된 글을 제외하면 2만 6천개가 남는다면서 그 가운데 국정원 직원이 직접 작성한 글이 몇 개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사안을 축소한 뒤 보도말미에 “직원이 직접 쓴 글은 139개에 불과하다”는 국정원의 주장을 덧붙였다. 또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것은 일부”라며 국정원의 범죄행위를 축소하는 리포트를 반복했다. 나아가 “트위터 글이 대량으로 복사된 이유는 자동 프로그램이 사용됐기 때문”이라는 등의 ‘수동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의도성이 없는 것인 양 전하기도 했다.

이어 MBC는 <특검 필요성 공방>에서 정부여당의 입장을 3차례나 반복해 편중된 보도 행태를 보였다. MBC는 △특검 부적절(정홍원 총리) △특검요구는 야당의 정쟁거리(새누리당 윤상현 부대표) △전공노와 전교조 선거개입 수사요구(새누리당 법사위) 등 정부여당의 입장을 자세히 전했다. 
한편, 보도 배치에도 의문이 생긴다. MBC는 국정원 관련 뉴스를 헤드라인으로 다룬 뒤 연이어 이석기 재판, 북한의 대남 선동, 연평도 훈련과 전투기 관련 뉴스 배치했다. 남북 대결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국정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는 배치로 읽히는 대목이다.

2. KBS, 국방․과학 관련 보도 전반 배치… 국정원 선거개입 보도 밀어내

같은 날 KBS는 필리핀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해외파병을 결정한 것과 전투기 구입 관련 보도, 우주 환경 연구용 인공위성 발사 뉴스를 전반에 배치했다. MBC와 SBS가 필리핀 파병 보도와 인공위성 관련 보도를 20번째 이후로 후반 배치한 것과 차이를 보인다. 국정원이 대량의 트윗글을 자동 프로그램까지 사용해 퍼뜨린 사실을 9-10꼭지에 보도해 주목도를 떨어뜨렸다.

9번째로 보도된 <“국정원 선거 개입 트위터 글 121만 건”>은 검찰의 수사상황을 자세히 전한 뒤 “국정원은 정치와 관련 없는 일반 글이 다수 포함됐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검찰 수사 과장” “해임․특검 촉구”>에서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입장을 나열했다.

3. SBS, ‘외압’이 어느 순간 ‘검찰 내부 갈등’으로?

SBS는 앞서 20일, <국정원 선거 트윗글 110만 건 넘었다>를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단독 보도’에 걸맞지 않게 보도 순서는 19번째로 밀렸다. 이어 21일에는 3번째 꼭지로 <‘대선 트윗’추가 확인..검 또 내부갈등?>이라는 보도를 내놨는데, 제목에서부터 ‘외압의혹’을 ‘내부갈등’으로 바꿔치기 했다. 그동안 SBS는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팀을 흔드는 ‘외압실체’를 공영방송에 비해 나은 보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SBS는 어깨걸이 제목을 ‘또 내부갈등’으로 뽑으면서, 이번 사태 뿐 아니라 앞서 벌어진 ‘외압의혹’까지도 ‘내부갈등’ 프레임으로 바꾸면서 본질을 흐렸다.<끝>

2013년 11월 22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