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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 관련 주요일간지 모니터
-모니터 대상 :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모니터 기간 : 2013년 9월 23일 - 9월 30일
정부가 확정한 기초연금안의 지급대상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로,재산과 소득을 합친 소득인정액이 홀몸 노인 기준으로 83만원, 부부 기준으로는 133만원 이하(현재 기준)인 노인만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의 대상(소득 하위 70%)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기초연금 최종안은 ‘보편적 복지’ 원칙을 버렸다. 또 기초연금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는 빈곤노인이 생계 해결을 위한 노동을 할 경우나 서울에 집이 있는 경우 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최소한의 노인 생계 보장’이라는 방향도 상실했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왔던 박 대통령이 스스로 약속을 뒤엎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애초에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 할 계획이었다”, “국민들이 몰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선 당시 사용한 플래카드 등 주요 선전물 등(그림1 참조)이 공개되면서 “표를 얻기 위해 핵심을 빼고 사기 친 것”이라는 비난까지 사고 있다.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 역차별
지급 대상자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이 차등 지급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까지는 20만 원을 모두 받을 수 있는 반면, 이후 가입기간이 1년 길어질수록 기초연금 수급액도 1만 원씩 줄어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인 노인에게는 최소 10만 원이 지급된다. 따라서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에겐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국민연금을 연계한 차등 지급으로 기초연금이 깎이게 되면 국민연금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연금을 장기가입 해 보험료는 성실하게 납부하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오래가입 할수록 총 연금이 더욱 많아져 이득을 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인이 낸 국민연금을 타는 사회보험과 국가가 지급해주는 복지정책인 기초연금의 차이를 무시하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친 최종 수령액이 많으니까 손해가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안은 청장년층에게는 더 불리하다. 국민연금이 1988년부터 시작해 가입기간이 짧은 현재 노인들에 비해 청장년층의 상당수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다.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에 따르면 2028년에는 대상자 전원(소득하위 70%)이 국민연금과 상관없이 20만원을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박 대통령이 제시안 기초연금 제도로 변경되면 청장년층 대부분은 깎인 기초연금을 지급받을 수밖에 없다. 청장년층은 바뀐 제도가 더 불리하게 작용되는 것이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기초연금 최종안을 따져보면 심각한 노인빈곤해결을 위한 복지 정책 확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보편적 복지 공약을 포기하고, 국민연금과 연계해 청장년층에게는 오히려 복지혜택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복지후퇴를 지적하고, 국민과의 약속 이행을 주문하기는커녕 오히려 공약 파기를 종용하고 국민 ‘눈가림’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된 지난 9월 23일부터 주요일간지는 일제히 관련 보도를 내놨다. 주요 일간지는 기사 제목부터 기초연금에 대한 논점을 달리했다. (표1 참조)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복지공약 현실화’, ‘현실의 벽’, ‘공약 구조조정’, ‘기초연금 축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번 기초연금안이 현실에 맞춰 수정된 안’이라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 중앙일보는 ‘기초연금 후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역시 <복지공약, 구체적인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설에서 “우리는 줄곧 과도한 복지공약의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다”면서 복지공약이 변경된 것이 ‘정도’인양 표현하고 있다. 조중동 보도에서는 복지공약을 파기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같은 조중동의 태도는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해당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을 포함한 대선 복지 공약에 대해 ‘비현실적인 공약, 애초 지킬 수 없는 것’(조선), ‘현실성 없는 장밋빛 복지공약, 과도한 복지공약’(중앙), ‘복지공약 수정은 불가피한 선택, 애당초 무리한 공약’(동아)이라고 규정하면서 복지공약을 ‘현실 불가능한 것’이라고 부정하고 있다.
이후에도 ‘복지공약은 비현실적’이라는 조중동의 프레임은 계속됐다. ‘경기가 침체돼 기업 투자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해야하는데 경제민주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복지에 대한 지출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펴며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을 축소,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일보는 4월 25일 사설 <취임 2개월, 안보·경제·외교 삼각파도>에서 “복지 공약을 과감히 조정하고, 기업 투자를 유도하며, 저성장 위기를 경고하는 구체적인 리더쉽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5월 28일 사설 <불요불급 SOC 줄이되 복지의 효과도 꼼꼼히 따져야>에서 “대선 복지 공약 가운데 국민에게 실제 큰 도움이 못 되면서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을 약화시킬 소지가 있는 복지 공약은 과감하게 조정해야 한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나눠주는 기초연금의 경우 연간 10조원 이상 소요되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라며 기초연금을 콕 집어서 조정하라고 요구했다
동아일보도 7월 16일부터 ‘나라곳간 위험하다’는 시리즈 기사를 내놓으면서 사설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는 경제 활성화를 통한 세입 확대 노력과 함께 불요불급한 세출을 줄여야 한다. 빠른 속도로 늘어난 각종 복지지출의 우선순위를 다시 점검해 일부 정책은 폐기하거나 늦춰야 한다”는 주문을 반복해서 내놨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복지문제는 시대적 요구이자 과제였다. 2012년 한국의 소득 상위 1%가 국가 전체 소득의 16.6%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와 함께 한국이 미국에 이어 OECD 국가 가운데 양극화 실태 2위라는 사실이 발표됐고,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도 14.3%로 OECD 국가 중에서 7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 빈곤율은 절반에 가까운 수치(45.1%)를 기록해 OECD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를 차지했다. 이러한 사회적 양극화와 빈곤문제 직면한 국민들은 복지, 그리고 경제민주화를 열망했다. 때문에 대선 후보자들이 국민들의 요구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할 상황에 직면했고, 이들이 내놓은 복지정책과 복지공약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이 아닌 국민들이 정한 차기 정부의 이정표였던 것이다. 때문에 당시 박근혜 후보도 각종 복지공약과 경제민주화 정책 내놓았고, 여기에 더해 ‘약속과 신뢰의 대통령’이라며 “반드시 (공약을) 지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의 조세부담율은 20%내외로 OECD 평균(24.6%)보다 낮다. 조세의 목적은 세입과 양극화 해소이다. 조세부담율을 OECD 평균으로 올리면 매해 60조의 이상의 추가재원 마련이 가능하다. 즉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를 꾀해야 하며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복지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증세에 앞서 ‘부자감세’가 철회가 우선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이른바 ‘부자감세’가 90조원에 이른다.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집중된 ‘감세’의 혜택을 없애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을 이행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부자감세는 물론이고, ‘증세없는 복지’라는 틀을 고집하며 현 사태를 불러왔다. 조중동도 마찬가지로 부자감세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조중동의 거짓말 2: “기업 투자하면 경제 활성화 돼”]
조중동이 주장하듯 기업에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혜택을 주면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을까? 이는 대기업, 부유층의 투자나 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 영향을 줘 전체 경기부양효과로 나타난다는 이른바 ‘낙수현상’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낙수효과’를 전면에 내세워 온갖 규제를 풀어주고 감세정책 등의 혜택을 쏟아 부었지만 서민경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이 같은 정책을 고수한 결과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증가율 격차가 갈수록 커져, 해마다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노동분배율(기업이 창출한 이윤 가운데 노동자에 돌아가는 몫)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점과 세금을 통한 2차 분배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양산과 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 등 ‘낙수효과’ 운운하며 펼쳐진 정책들이 오히려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양극화를 가져온 것이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지난 4~6월 삼성전자 매출이 57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해 영업이익은 50% 가까이 늘어난 9조53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 관련 대기업들이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국내 30대 대기업의 투자액은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여전히 기업 이윤이 국민과 사회로 환원되지 않고, 기업의 ‘잉여금’ 형태로 꽁꽁 묶여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와중에도 조중동은 ‘낙수효과’를 운운하며 경제민주화와 복지 정책을 중단하고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 경제를 활성화 시키자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