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국정원 국정조사 재개 이후 방송3사 메인뉴스 모니터 보고서(2013.7.29)
등록 2013.09.26 00:40
조회 527
○모니터기간 : 7월 24일(국정원 국정조사 재개)~7월 28일
○모니터대상 :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방송3사, 국정원 국정조사 ‘싸움구경’…본질 추적 회피
- 국정원 규탄 촛불 확산…MBC 외면, KBS·SBS 단신
 
 
7월 2일 시작된 국회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국정조사 특위’가 45일간의 활동에 돌입한 지 27일이 지났다. 국정조사 활동시한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어갔지만 특위는 국정원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에는 단 한 발자국도 진척되지 못한 채 파행만 거듭하고 있다.
반면, 시청에서는 ‘국정원의 정치공작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참여가 날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27일 시청광장에서 열린 4차 국민 촛불집회는 주최 측 추산 2만5천여 명의 시민이 모여 촛불을 밝혔다.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 국정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시국선언에 동참한 사람들의 수도 만8천여 명에 달했다.
 
 
국정감사 재개…새누리당, ‘횡포’ 수준의 딴죽걸기
 
검찰 수사결과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따라서 국정조사는 지금까지 드러난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비롯해 아직까지 의혹으로 남아 있는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을 규명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정조사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 처벌과 함께, 그리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어야 한다. 특히 국정원 선거개입의 최대 수혜자이자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국민 앞에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낱낱이 밝혀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정조사가 시작되자, 이미 검찰수사에서 혐의가 입증된 국정원 직원 김 씨의 감금을 재차 거론하며 사안을 다시 ‘여직원 감금’ 사건으로 축소·물타기 했다. 뿐만 아니라 24일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선동 의원은 법무부 기관보고에서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대북심리전단의 정상활동을 선거활동으로 호도해 이슈화했다”면서 국정원의 선거개입 행위를 감싸고, 검찰의 선거법 적용을 문제 삼기까지 했다. 또 25일 경찰청 기관보고에서도 권 의원은 “북한의 국론 분열 활동에 맞서 국정원 직원이라는 걸 눈치 채지 못하게 댓글을 다는 것은 장려해야 한다”는 망발을 해 국정원의 ‘정치개입’ 자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이날 경찰수사 와중에 국정원이 댓글을 실시간으로 삭제하는 동영상이 공개됐음에도 새누리당은 ‘신속수사 요구에 따라 적법했다’며 오히려 경찰을 감쌌다.
  
새누리당은 시종일관 형식적인 측면을 문제 삼으며 사사건건 훼방을 놓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특위 위원 중 진선미, 김현 의원의 배제를 요구하며,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아 약 열흘 가량을 허비시켰다. 26일에는 국정원 기관보고가 예정됐으나, 새누리당이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이유로 비공개를 주장하며 회의를 거부해 결국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국정감사는 공개로 한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일방적으로 완전 비공개를 주장하며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아 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해 공개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정원 댓글공작의 진상규명을 정보기관의 업무 공개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3사, 국정조사 후반배치·공방처리  

방송3사는 무비판 중계식 보도로 새누리당의 ‘기싸움 프레임’에 철저히 보조를 맞췄다. 국정조사를 재개한 24일부터 파행 끝에 여야가 국정조사 정상화에 재차 합의한 28일까지 KBS는 6건, MBC는 4건, SBS는 5건의 보도를 내놨다. 방송3사는 하나같이 제목부터 “난타전”, “공방”, “파행”, “폭로전”, “격돌” 등 정쟁을 부각하면서, ‘공방’ 위주로 편집해 보도했다. 한편, KBS와 MBC는 정작 여야가 국정조사 정상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단신’으로만 처리했는데, 이는 애초 보도의 목적이 정치권의 ‘싸움’, 정쟁’을 부각시켜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냉소주의를 부추기고자 있음을 의심케한다.  
 

방송3사는 같은 정치이슈이지만 국정원 관련 보도는 후반배치해 주목도를 떨어뜨렸다. 24일~28일까지 방송3사의 보도를 살펴보면 ‘전두환’, ‘NLL’, ‘정전 60주년’, ‘개성공단’ 등의 이슈가 첫 꼭지로 보도된 반면 국정조사관련 보도는 10번째, 심지어 20번째 뒤에 배치했다. 특히 공영방송이 정치 이슈 가운데 유독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를 후반배치하며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특히 MBC는 26일 보도에서 국정조사의 핵심인 국정원 기관보고가 새누리당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불참으로 파행을 맞았음에도, 홀로 보도를 후반배치(22번째)해 사안을 축소시켰다. 이날 MBC의 첫 보도는 여야가 ‘NLL과 관련한 논쟁 중단을 선언’했다는 NLL 관련 소식이었다. 이는 MBC가 ‘NLL’ 이슈를 앞세우고, ‘국정원 국정조사’를 뒤로 미뤄두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날 KBS도 NLL을 첫 꼭지로 다루고, ‘국조 파행’을 2번째 꼭지로 내보냈다. 반면, SBS는 ‘국조 파행’을 4번째 꼭지로 전진배치하고, NLL 관련 보도를 19번째로 배치해 차이를 보였다.
 

국민을 ‘싸움 구경꾼’으로 만든 방송3사…MBC·KBS, 노골적 편집 심각
- ‘권영세 녹취파일’, 공방 희석…‘댓글삭제 동영상’, KBS·MBC 누락

KBS와 MBC는 ‘싸움’ 중계에 치중했다. 연일 ‘공방’을 보도하면서도 공방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 고성이 오가는 장면을 편집해 나열하는 식의 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박근혜 캠프 연계 가능성, 경찰 수사 은폐 의혹 등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핵심적으로 규명해야 할 사안마저 ‘공방’으로 희석시켰다. 또 KBS와 MBC는 25일 야당이 제기한 일명 ‘댓글 삭제 동영상’이라 불리는 경찰 내부 회의 영상이 공개된 사실을 보도에서 누락시켰다.
 
 
 
방송3사 중 가장 노골적인 ‘공방’ 편집을 내보낸 곳은 MBC다. 국정조사가 재가동된 24일, 이미 검찰수사를 통해 혐의가 밝혀진 국정원 직원 정치글 개시를 사건을 두고 새누리당이 “종북세력에 맞선 정상적인 대북 심리활동이었다”며 검찰의 선거법 위반혐의 적용을 문제 삼으며 국정원 감싸기에 돌입했으나, MBC는 이를 여야 공방의 일환으로 비판 없이 중계했다(<‘댓글 국정조사’ 본격 가동>, 7/24). 또 25일 <국정조사 여야 격전>에서도 MBC는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의혹과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의 축소의혹을 놓고 여야는 또 공방을 벌였다”면서 여야 의원들의 발언을 차례로 나열했다. 특히 “날선 신경전과 고성도 이어졌다”며 국정원 사건과 무관하게 서로를 헐뜯는 발언을 하는 모습을 전하는 데 보도 절반을 할애했다.

KBS도 국정조사 재개 첫 날인 24일, ‘정쟁’을 부각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특히, 민주당이 공개한 권영세 주중 대사의 녹음파일에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끼워 맞춰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내용이 나왔지만, KBS는 이를 두고 “공방이 불 붙었다”는 해석을 달아 마치 민주당의 공세발언인양 사안을 축소시켰다.

또한, 새누리당이 국정원 댓글 공작을 감싸며,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하는데 그게 정치개입이고 선거 개입입니까?(김도읍/새누리당)”라는 새누리당 측 의원의 질문을 아무런 비판 없이 중계하는 데 급급했다. 보도 말미는 “공방이 거세지면서 말다툼으로 치달았다”며 의원들 간의 언쟁을 편집해 보도했다.
25일도 경찰청 기관보고를 전한 <감금·대선 개입 등 공방>에서 “여야는 여직원 감금과 이른바 매관매직 논란, 서울청장의 대선개입 논란 등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며 여야의 주장을 나열했는데, 이미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황이 드러난 경찰의 부실‧축소 수사 의혹을 ‘여직원 감금’이라는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주장과 엮어 본질을 흐렸다.
 
SBS도 국정조사 첫 날부터 <시작하자마자 폭로·고성 공방전>에서 “국정조사는 이제 불이 붙었다”, “여야가 또 한바탕 설전을 주고 받았다”는 등 ‘공방’을 부각한 보도를 내놨다. 특히 ‘권영세 녹취파일’을 새누리당이 제기한 ‘매관매직 의혹’과 나란히 다루면서 여야 ‘공방’ 주장 중 하나로 치부했다.
25일 보도된 <야 “댓글 은폐 동영상” 폭로전>에서도 “오늘도 고성과 파행으로 얼룩졌다”며 보도를 시작했다. SBS는 방송3사 중 유일하게 경찰의 댓글 은폐 의혹 근거자료로 제시된 ‘경찰 내부 회의 영상’을 보도했으나, 제목과 기자 리포트에서 “폭로전”이라는 해석을 달아 의미를 퇴색시켰다.
 

새누리·국정원장, 국정원 기관보고 파행…KBS·MBC 비판 없어

더구나 공영방송사의 공방 편집은 국정원 기관보고의 파행마저 ‘공방 탓’을 하며 여야 모두에 책임을 분산시켰다. ‘비공개 회의’를 일방적으로 주장한 새누리당의 불참과 국정원 기관보고에 사전통보 없이 불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의 책임은 지적하지 않았다. 회의 공개 여부를 둘러싼 양측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한 분석조차 없었다. 아울러 ‘국정원 댓글 공작’을 정보기관 업무보호의 영역에 둘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보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26일 MBC는 KBS와 SBS가 국정원 기관보고 ‘파행’을 제목으로 뽑은 것과 달리, <국정조사 ‘막말 격돌’>을 제목으로 뽑아 시작부터 ‘정쟁’에 초점을 맞추며 본질을 흐렸다. MBC는 먼저 25일 국조에서 있었던 여야의 막말 발언만을 편집 보도한 뒤, “여야 공방은 오늘 예정됐던 국정원 기관보고로 불똥이 튀었다”고 보도해 국정원 기관보고 파행이 ‘정쟁’ 때문인 것으로 호도했다.
 
KBS도 <국정원 기관보고 파행>에서 새누리당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불출석을 짤막하게 언급한 뒤, “국정원의 업무특성상 회의를 비공개로 하자는 여당과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인 만큼 공개로 하자는 야당이 맞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해 국조 파행의 책임을 분산시켰다.
SBS는 제목부터 <여·국정원 불참..야 “남재준 원장 고발”>으로 파행의 책임소지를 분명히 해 차이를 보이는 듯 했으나, 정작 리포트에서는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새누리당과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공개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이 맞서면서 국정원 기관보고가 결국 무산됐다”며 여야 대립에 책임을 뒀다는 점에서 부실한 보도였다.

 
방송3사, 촛불 외면·축소…이념갈등 부추기기 여전

방송3사의 국정원의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대한 외면·축소는 여전했다. 27일 시청광장에서 4차 범국민촛불이 열렸지만 MBC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고, KBS와 SBS는 단신으로 처리했다.
 
 
그마저도 KBS는 <‘국정원’·‘대화록 실종’ 관련 집회 잇따라>에서 촛불집회 관련 소식을 단신으로 다루면서,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 진보와 보수단체들의 대규모 도심 집회가 잇따랐다”며 이념갈등을 부추기는 해설을 달았다. 특히,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참여한 시청광장 촛불 집회를 ‘진보단체 회원’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무비판 중계…국정원 사태 ‘냉소주의’ 유발

저널리즘에 입각한 보도는 주장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가치판단의 기준과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정치보도, 특히 국정원 사태와 관련한 보도에서 양측 주장을 무비판 중계하는 것은 ‘기계적 중립’도, 정보 전달도 아닌 그저 ‘싸움중계’에 불과하며, 결과적으로는 ‘정치 냉소주의’만 유발시킬 뿐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국정원 국정조사의 핵심은 국정원의 불법적인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명백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 노력에 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새누리당의 국정원 댓글공작 감싸기, 경찰 수사·은폐 정당화, 국정조사 형식 꼬투리 잡기 식의 ‘국조 파행’은 국정원 사태 해결의 흐름을 방해할 뿐이다. 방송3사가 이를 ‘공방’으로 치부하며, 새누리당의 행태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 ‘정치싸움’의 일환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며 정치 냉소주의 부추기기에 다름 아니다.
 

 

 
 
2013년 7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