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국정원 NLL 대화록 전문공개 관련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 보고서○ 모니터 대상 : NLL 논란 관련 방송3사 메인뉴스 보도
그러나 25일 언론에 공개된 전문에 따르면, 발췌문과 전문 어디에도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주장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다’는 직접적 발언이 명시된 바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사안이 국면전환용 물타기를 위한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정치공조’ 파문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간 국정원의 행보는 시점이나 방식에서 상식수준을 넘어서는 ‘막장’식 행보였다. 국정원은 여야 원내대표가 ‘6월 임시국회 안에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 처리에 노력한다’는 것과 국정원 개혁에 합의한 지난 20일, 그동안 고수해온 ‘열람불가’ 원칙을 깨고 대화록 발췌문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만 무단 공개했다. 이어 법적·절차적 논란이 불거지자 국정원은 아예 ‘비밀문서로 자체분류하고 있는 대화록을 국정원장 비문 해제권을 통해 일반문서로 전환해 전면 공개’하겠다고 공언하더니, 급기야 국정원은 24일 국정원은 보관하고 있던 대화록 발췌문과 전문을 여야 합의 없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배포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가 지난 20일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NLL 발언과 관련해 조작·왜곡 논란이 지속 제기될 뿐 아니라 여야 모두 전문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막상 공개된 발췌문과 전문에서는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
결국 대선개입이라는 국기문란 행위로 지탄을 받고 있는 국정원이 스스로 ‘NLL 대화록 파문’을 확산시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국내외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일방 배포하는 ‘국기문란 행위’를 추가한 셈이다.
새누리, 국면전환용 물타기 적극 공조…청와대 ‘모르쇠’
이러한 국정원의 국기문란에 새누리당은 적극 공조하고 나섰다. 앞선 20일 새누리당은 국정원이 제시한 대화록 일부를 근거로 내세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확인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국정원 대선개입사건과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에 대한 국정조사를 동시에 실시하자”며 분탕질을 더욱 노골적으로 펼쳤다. 이어 24일 국정원이 법과 원칙, 국민적 합의, 전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이 예의도 철저히 무시한 채 기습적 ‘회의록’ 배포를 감행한 데 대해 새누리당은 비판은커녕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한편,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으나, “대선 때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국정조사)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며 국회가 논의할 일”이라며 모르쇄식 변명과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는 헌정파괴 범죄행위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는 것을 피하기 위해 ‘NLL 포기발언’ 날조와 ‘외교문서 불법공개’의 범죄를 방조한 것이다.
이처럼 국기문란 행위의 당사자인 국정원이 진위여부조차 모호한 ‘NLL 발췌록’을 무단유출하고, 그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새누리당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채 NLL을 위시한 ‘분탕질’로 국민적 갈등과 분열 조장의 전면에 나서는 경악스러운 ‘정치공작 파문’이 벌어졌다.
그런데 방송3사의 NLL논란 보도를 살펴보면 ‘논란 확대재생산’-‘대화록 공개 여부’-‘대화록 내용’으로 초점을 옮기며 ‘NLL 포기발언’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방송3사는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실시를 합의하고도 별개의 사안인 ‘NLL 논란’을 끌어들여 본질을 흐리고 나선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분탕질’을 무분별한 공방몰이식 중계보도했다. 반면, △국정원의 원칙을 무시한 대화록 무단열람 및 공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미칠 국내외적 악영향 △국정원 대화록 내용 왜곡 및 조작 의혹 등 이번 사안의 쟁점들을 제대로 분석한 보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보도행태는 발췌본을 일방 공개한 국정원에 대해 법과 원칙, 도의적 문제와 외교적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등 쏟아지는 비판여론을 차단하면서, 관심의 초점을 NLL 논란으로 돌리는 데 치중한 결과다. 이처럼 사실규명 없이 소모적인 정쟁몰이로 모는 보도는 자칫 국민들의 ‘정치냉소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저널리즘적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보도배치에서도 방송3사가 NLL 논란을 ‘전진배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그동안 방송3사가 국정원 사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문건’ 발견, 청와대와 법무장관의 수사외압설, 원세훈 불구속 기소 등을 후반배치하며 사안의 주목도를 떨어뜨렸던 것과 상반된 태도이다(※지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방송모니터보고서 참조).
2) KBS·MBC, 국정원·새누리 NLL 공세에 적극 호응
- 국정원 발췌문 ‘기정사실화’…비판은 공방처리
KBS와 MBC는 국정원 ‘대화록’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전인 21일, 국정원이 보관 중인 대화록을 두고 ‘조작·왜곡’ 논란이 있음에도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일방적인 허위왜곡을 기계적으로 중계보도해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물타기에 적극 호응했다.
이후 공방몰이를 계속하던 KBS와 MBC는 24일 국정원 보관 문서를 일반문서로 전환해 일방 배포하자 ‘NLL 포기발언 논란’을 확인된 사실인 양 더욱 증폭시켰고, 문서공개의 불법성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정략적인 정치공세로 폄훼했다. KBS와 MBC는 민주당과 2007년 당시 남북정상회담 참여 인사들이 국정원 보관 문서의 내용 왜곡 가능성을 주장에 대해 정치권의 흔한 정치공방의 일부로 치부했다.
특히 KBS는 진위여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24일, 첫 머리부터 2건의 보도를 통해 전문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나섰다. <발췌본 전격 공개…“NLL 바꿔야”>는 앵커멘트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면 노 대통령은 한국사회에서 NLL문제의 정치적 민감성을 언급하면서 남북이 서해평화지대를 만들어 공동어로구역, 군대출입금지 등 환경의 변화가 생기면 NLL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임을 알 수 있다. KBS는 이같은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뒤이은 <“임기내내 북측 변호”>는 발췌록의 일부를 부각시켜 “(노 전 대통령이) 5년 임기 내내 국제무대에서 북측의 입장을 변호해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전했는데, 이는 해당 문서를 두고 새누리당이 ‘굴종’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적 편집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MBC 역시 진위논란을 밝히기 전 발언록 내용을 우선 보도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정사실화에 동참한 것과 다름없다.
또한 KBS는 여야 합의 없이 강행된 대화록 일방공개를 두고 국정원의 입장을 1건 구성해 적극 감싸고 나섰다. KBS는 <‘일반문서’ 전환 전격 공개 배경은?>에서 국정원이 전문 공개 배경에 대해 “NLL 발언과 관련해 조작 왜곡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여야 모두 대화록 전문 공개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공개배경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상당부분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비밀문서로서 가치 상실’, ‘진위여부를 두고 국론분열이 심화돼 안보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 시종일관 국정원의 일방적 주장을 전달하기 바빴다.
3) 청와대 책임방기…감싸기 급급한 방송3사
특히 방송3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수혜자’로 지목되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기문란’이라는 비판여론에도 사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데 대해서는 일절 침묵했다. ‘청와대는 모르는 일’이라는 청와대의 입장을 간혹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24일 오랜 침묵 끝에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으나, 방송3사는 이마저도 중계하기 바빴다. 더구나 ‘도움을 받은 일이 없다’며 자기해명에 급급한데다,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국회가 논의할 일’이라는 기존 청와대의 책임방기식 입장을 되풀이 한 데 그쳐 부정적 평가가 제기됐음에도 KBS와 MBC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평가는 일언반구 덧붙이지 않았다.
KBS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중계하고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정조사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와 동시에 NLL 발언 논란의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라는 자의적 해석을 덧붙이며 NLL 논란과 국정원 사건을 연계시키고 나섰다. 이마저도 MBC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정치공방 보도에 끼워 넣어 기자리포트로 짧게 언급했다. 반면, SBS는 ‘실망스럽다’,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한다’는 민주당의 비판발언을 실어 차이를 보였다.
4) 방송3사, 국정조사 촉구 시국선언 축소·외면
이 가운데 방송3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여야 공방 보도 속에 끼워 넣어 사안의 주목도를 떨어뜨렸다.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을 기점으로 전국에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국민적 여망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방송3사는 이를 축소하거나 외면했다.
특히 일부 보도는 보수단체의 ‘촛불시위 음해’ 주장을 나란히 열거하며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KBS는 <“6월 처리 노력” 합의>(20일)에서 서울대, 이대, 경희대, 동국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국회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도 잇다랐다면서도, 보도 말미 “자유총연맹이 대학가 시국선언은 제2의 촛불집회를 일으키려는 종북세력의 음모라며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고 덧붙여 ‘이념갈등’으로 비하시켰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