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니터 기간 : 6월 14일~16일
○ 모니터 대상 :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보도
KBS·MBC, ‘국기문란 사건’ 덮어주려 안간힘
국정원과 경찰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지난 14일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재임기간 동안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지방선거와 총선, 그리고 대선에 이르기까지 온갖 선거에 개입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대선 직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 내용을 왜곡해 발표하게 만든 혐의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이 벌인 행위를 ‘자발적’인 행위로 판단하고, 두 사람에게 해당 행위를 지시한 이른바 ‘몸통’에 대해서는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글을 게시하는 등 ‘불법 행위’를 벌인 김 아무개 직원 등 국정원 직원 3명과 수사 내용을 축소하고 거짓보고서를 작성한 경찰관 등 공범들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의 특성을 감안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법 상식을 벗어날 뿐만 아니라 윗선의 불법적 지시를 묵인하고 수행하는 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KBS·MBC, 검찰 수사 결과 축소 및 왜곡…국정원 감싸기?
지난 14일,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방송3사는 관련 내용을 톱으로 다루고, 후속보도를 통해 검찰 수사결과를 전했으나 KBS와 MBC의 경우 국정원에게 불리한 내용을 축소하거나, 왜곡해 보도했다.
KBS와 MBC는 검찰이 대선에 개입한 글로 남아 있는 게시물이 73건이며, 최소한 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1700개 이상의 글이 삭제되었다고 밝혔지만, 정작 보도는 73건의 게시물만 대선에 개입한 글인 것처럼 보도해 국정원이 극히 일부분만 선거 개입한 것처럼 호도했다.
KBS <원세훈 불구속 기소...“선거 개입 지시”>(김시원 기자/6.14)
MBC <대선 개입 혐의 기소>(전재홍 기자/6.14)
SBS <국정원 대선 개입..정치 게시글 1,977건>(임찬종 기자/6.14)
14일 KBS <원세훈 불구속 기소...“선거 개입 지시”>는 검찰 수사 결과를 전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은 지시를 받고 지난 해 대선까지 정치와 선거 관련 불법 댓글 1,970여 개를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 가운데 73건은 대선에 개입한 글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고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 MBC도 <대선 개입 혐의 기소>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댓글을 달게 지시해 정치에 개입하는 천9백여 건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외에 추가로 73건은 선거에 개입하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고만 전했다.
반면 SBS는 <국정원 대선 개입..정치 게시글 1,977건>에서 “선거 개입 글 73개를 포함해 정치개입 혐의를 적용한 글은 1977개”라며 “검찰은 남아있는 글이 이 정도였고 최소한 1천700개 이상의 글이 삭제된 상태였다고 밝혔다”면서 “외국 사이트인 트위터에 올린 글도 사법공조를 통해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밝혀진 것 외에도 국정원이 광범위하게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있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두 공영방송이 해당 사실을 전하지 않은 것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축소하고자 하는 의도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 KBS·MBC, 국정원과 경찰의 대변인?
KBS와 MBC는 후속 보도로 검찰 수사 결과를 자세히 보도하기 보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하나의 주장’인양 다뤘다. 검찰 수사 내용에 국정원 측과 김용판 전 경찰청장의 반박을 적극 보도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거나 ‘반발, 항변하고 있다’며 이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KBS <선거 개입 지시 여부가 핵심 쟁점>(김준범 기자/6.14)
MBC <직접 지시 여부 공방>(김세의 기자/6.14)
SBS <원세훈 전 원장 직접 지시>(김요한 기자/6.14)
KBS는 <선거 개입 지시 여부가 핵심 쟁점>에서 수사의 ‘쟁점’이라면서 △국정원이 벌인 인터넷 심리전의 성격과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 여부를 꼽았다. 보도는 선거운동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원 전 원장 측은 북한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치적인 내용을 다룰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원 전 원장의 지시여부에 대해서도 “같은 회의에서 정반대의 지시를 여러 번 했다는 게 변호인의 반박”이라며 원 전 원장의 해명을 적극 보도했다.
또 “김용판 전 청장도 검찰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면서 “김 전 청장 측은 실무자에게 어떤 지시도 한 적이 없고 결과만 보고받았을 뿐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MBC <직접 지시 여부 공방>도 “선거에 개입한 물증이 충분한가를 놓고 재판에서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해 “정당한 대북심리전 업무전체를 선거개입으로 왜곡한데 대해 유감”, “선거개입지시가 있었다면 수천 건의 글 중 극히 일부만 야당을 적시해 비판했겠느냐”는 국정원의 ‘반발’과 ‘항변’이 있다고 적극 보도했다.
SBS <원세훈 전 원장 직접 지시>는 △국정원이 지난해 대선과 총선뿐 아니라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도 개입 △‘우리가 찾아낸 증거가 외부로 나가면 국정원이 큰일난다’는 등의 경찰들의 대화가 담긴 CCTV영상 확보 등 검찰이 수사한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장관과 수사팀 사이에 갈등이 됐던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여부는 재판에서 가려지게 됐다”,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 문재인 의원 발언, 국정원․박근혜 정부에 유리한 말만 뽑아쓰는 KBS․MBC
- 국정원 책임 묻기보다 ‘여야 공방’으로 몰고 가
방송3사는 국정원의 ‘국기문란 사태’를 조명하고 책임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의 매관공작이 국정원 사건의 핵심’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아무런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하면서 ‘공방’으로 처리했다. 내부 고발자인 국정원 전 직원이 민주당과 ‘자리’를 놓고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인데, 이는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태’와 별도로 수사돼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방송3사는 새누리당의 ‘물타기’ 주장을 실어주면서 부각해 사건의 본질을 가리는 데 동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6일 대선 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그렇게 국가 기본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 발생했는데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서 국가 정보기관이나 경찰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아직 정권 차원에서 비호하는 행태”라며 박근혜 정권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나 MBC는 ‘박 정권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발언만을 뽑아 내 보도했다. SBS도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았다. KBS는 이날 국정원 수사 관련 내용을 일절 다루지 않았다.
KBS <“국정조사” “재검토”>(김상협 기자/6.14)
MBC <국정원 사건.. 여야 ‘파상공세’>(조영익 기자/6.17)
SBS <“국정원 사건에 분노”..날선 공방>(이 강 기자/6.17)
14일 KBS <“국정조사” “재검토”>는 “국정원 수사 결과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면서 “민주당은 국정원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국정조사 추진 방침을 밝힌 반면 새누리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선거법을 적용한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에서는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여부, 민주당 교사에 의한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매관 공작 여부등이 사건의 핵심”이라는 새누리당 대변인의 발언을 실었다. 이날 새누리당 대변인 발언에서는 ‘선거법 적용’을 문제 삼는 내용이 있었으나(14일 MBC와 SBS는 이 부분을 인용했다), KBS는 굳이 ‘민주당’을 공격하며 물타기하는 새누리당의 발언을 실은 것이다.
17일 MBC <국정원 사건.. 여야 ‘파상공세’>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여야가 파상 공세를 퍼부으며 6월 국회에서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은 국정원 사건을 민주당의 국기 문란사건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이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에게 총선 공천 또는 국정원 기조실장직 제의 등 매관을 통해 선거에 이용했는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먼저 보도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했다고 전한 뒤 문재인 의원의 발언 중 “이제와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며 대신 박 대통령이 국정원과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만 뽑아 덧붙였다. 말의 앞뒤 맥락은 생략한 채 문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발언만을 보도한 것이다.
SBS <“국정원 사건에 분노”..날선 공방>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분노가 치민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전한 뒤 “이제 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박 대통령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게 하고, 국정원과 검찰이 바로 서게 한다면 그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과 경찰의 바로 세우려는 노력은커녕 정권차원에서 비호하고 있는 행태를 규탄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배후”를 언급하는 민주당의 주장과 “민주당과 전·현직 국정원 직원 간의 매관공작 여부가 핵심”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공방으로 나열했다.<끝>
2013년 6월 1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