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검찰수사 관련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 보고서(2013.6.12)○ 모니터 대상 : 검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에 대한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보도
국정원 사건 ‘수사외압’…KBS·MBC 논란 감추기
11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와 관련해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하면서 ‘정치검찰’이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더구나 검찰은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을 적용해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최고 수장의 자리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놓고도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관권선거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국기문란 행위이다. 특히, 정보기관의 수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여론 조작 및 선거 개입 정황이 드러났고, 여기에 더해 경찰총수가 수사 내용을 축소·조작하려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따라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소는 당연한 것이다.
이같은 검찰의 불구속 기소 방침은 ‘국정원 사건 수사 외압’ 논란만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이미 검찰수사과정에서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황교안 법무장관이 개입해 ‘선거법 적용 반대’ 주장을 펼치며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검찰수사 외압’ 논란이 일었다.
황 장관의 개입을 두고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이 결과적으로 새 정부의 정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고려’라는 해석도 나왔다. 결국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황 장관이 직접 청와대와 협의한 적 없고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고 항변했으나, 이번 불구속 기소로 그의 말은 진정성을 잃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앞선 10일 대정부 질문에서는 국가정보원의 대선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하순 국정원 사건 수사팀의 회식이 진행되던 도중,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한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뭘하자는 거냐, 이런 수사를 해서 되겠느냐’고 힐난하고 빈정거리는 소리를 참석자 모두가 들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국정원 사건이 온갖 외압설로 얼룩진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국정원 사건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외압은 대통령 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한,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린 희대의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사소한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모든 관련자들을 구속 수사하는 것이 원칙일 것인데, 엄청난 국기문란 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라는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한 발 물러선 것”이라고 일갈했다.
참여연대는 “원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킨 판단이라기보다는 선거법 적용을 반대하는 법무부 등 상부의 압력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검찰개혁’을 앞세워온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 후 첫 정치사건이라 할 수 있는 국정원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검찰개혁은 시작부터 물건너 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처럼 국정원 수사에 대한 외압설이 제기되었지만, 공영방송사는 황 법무장관의 ‘수사 외압’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정원 수사와 관련된 논란 감추기에 나섰다.
11일 KBS는 불구속 기소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임을 부각시키기 급급했다. 6번째 보도된 <원세훈 선거법 위반 불구속 기소>는 검찰이 “고심 끝에 공직선거법까지 적용하기로 했다”고 전한 뒤, 불구속 기소방침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인 19일까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초 구속을 주장하던 수사팀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사팀이 입장을 바꾼 경위에 대해 설명했는데, 혐의가 적용된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말씀’에 대해 “종북좌파가 국정을 운영하는 걸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라고 전한 뒤 “이 '지시 강조' 사항이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개입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과 이것만으로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증거가 없다는 쪽으로 갈리”는데, “지난 달 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수사팀 의견에 대해 법무부가 증거 보강을 지시한 것도 바로 이런 엇갈린 시각 때문”이라며 명백한 선거개입 정황에도 선거법 위반 적용을 두고 마찰을 빚은 검찰을 두둔하는 해석을 달았다.
이어 보도는 “결국 수사팀은 선거법은 적용하되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절충안을 올렸고 법무부는 장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며, 불구속 기소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임을 강조했다. 황 법무장관이 선거법 적용을 두고 반대의사를 펼친 점과 이를 두고 ‘검찰수사 외압’ 논란이 제기된 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MBC도 6번째 보도한 <원세훈 전 원장 불구속 기소>에서 검찰이 “황교안 법무장관과 마찰을 빚으면서 내부 진통을 거친 끝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관철시켰다”며, ‘마찰’을 딛고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도 불구속 기소 방침을 내린 데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일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아 원 전 원장을 구속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는 검찰의 입장을 전한 뒤, 비판은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구속하지 않은 것은 엄정한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라는 민주당의 입장을 덧붙인 데 그쳤다. KBS와 마찬가지로 황 법무장관의 수사 외압 논란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반면 SBS는 2건의 보도를 내놓고 사안을 주목했다. <‘대선개입’ 결론‥파장 클 듯>은 검찰이 ‘불구속 기소’ 하기로 결론을 내면서 “검찰 수사가 논란과 불신을 자초했다”고 꼬집어 차이를 보였다. 이어 ‘수사 외압 논란’에 대해서도 상세히 언급했다. 보도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은 그 자체만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며 “야권 일각에서는 대통령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문제 삼을 태세”라고 전했다. 이어 “검찰 수사팀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원 전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보름 전 쯤 검찰 수뇌부에 보고했지만 결국 불구속한 것도 이례적”이라며 황 법무장관이 선걱법 적용에 난색을 표시하며 시간을 끌어 사실상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10일도 KBS와 MBC는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원 사건 수사개입’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전했으나, 민주당의 의혹제기를 두고 새누리당이 “정치공세”라고 반발한 사실을 제목과 내용에서 강조하면서 ‘여야 공방’에 방점을 찍으며 본질 흐리기에 앞장섰다. 보도 배치도 KBS 16번째, MBC 25번째로 후반 배치해 사안의 주목도를 떨어뜨렸다.
사안을 단신으로 보도한 MBC는 그마저도 “새누리당이 면책특권을 이용한 정치공세라며, 대선 정국에서 불순한 세력의 의도된 폭로이자 기획극이라고 반박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며 본질을 흐렸다.
KBS도 <“수사개입” “정치공세”>에서 앵커멘트부터 “국회 대정부 질문 첫째날인 오늘 여야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며 ‘공방’을 부각하고 나섰다. 보도는 “민주당이 법무장관이 청와대의 배후조종을 받아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며 민주당의 의혹제기를 ‘야당의 공세’로 치부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이 의혹을 부인했다는 점과 ‘정치공세’라는 새누리당의 입장,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황교안 법무장관의 해명을 늘어놨다. 보도의 절반은 ‘개헌’에 대한 여야의 공방을 전하는 데 할애했다.
SBS도 보도를 14번째로 배치했고, 여야 공방과 황 법무장관과 곽 민정수석, 검찰의 해명 입장을 늘어놨다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SBS는 야당 의혹제기에 대해 새누리당이 “면책 특권을 악용한 정치행태라고 비난”한 데 대해 민주당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정치공세”라고 재반박한 사실과, 검찰이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과 선거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해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점을 덧붙여 차이를 보였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