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뉴스타파> 조세피난처 명단 공개 관련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 보고서(2013.6.4)- 공영방송, 보도 기본 무시…후반배치로 주목도 떨어뜨려
이어 3일 발표된 4차 명단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최근 전 전 대통령이 각종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조성한 비자금에 대해 법원이 내린 추징금이 집행되지 못한 채 올해 10월이면 시효가 만료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지탄을 받던 차에 장남 전 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사실이 밝혀지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장남 전 씨의 페이퍼컴퍼니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면밀한 추가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역외탈세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더욱이 영국 시민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이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해외 조세피난처로 빼돌린 자산이 중국-러시아에 이어 3위라고 한다. 특히 자산 액수가 총 779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 7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한 만큼, 정부세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계의 역외탈세를 본격적으로 추적해 과세함으로써 역외탈세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뉴스타파> ‘특종’, 방송3사는 뭐했나
- 받아쓰기 바쁜 방송3사…KBS‧MBC, 취재는 ‘해명전달’ 뿐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협회의 취재 프로젝트에 참여해 역외탈세 의혹을 파헤침으로서 언론으로서의 제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방송3사는 의제설정을 주도하기보다는 취재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터넷 언론에게 의제를 밀린 채, 받아쓰기로 일관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내부투쟁을 벌이다 두 공영방송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고 있는 <뉴스타파>가 열띤 취재를 통해 의제설정을 이끌어가는 모습은 방송3사, 특히 공영방송의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조세피난처’ 관련 방송3사의 보도 태도를 보면 이 같은 반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특히, 1차 명단이 공개된 22일 KBS는 독립언론 <뉴스타파>라는 명칭 자체를 생략하며,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보도의 ABC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아래 <표-1>은 <뉴스타파>의 1차 명단공개가 있었던 5월 22일부터 4차 명단을 공개한 6월 3일까지의 방송3사의 보도를 정리한 것이다. 방송3사에서 ‘조세피난처’ 문제를 적극 다루기 시작한 것은 <뉴스타파>의 명단공개 이후부터이며 그마저도 대부분 명단공개 당일에 집중돼 있고, 내용도 축약전달에 그쳤다.
특히 KBS와 MBC는 역외탈세 의혹 당사자 측의 해명을 전달하는 데 보도의 절반을 할애하며 적극적인 보도양상을 띠었다. KBS는 22일 <뉴스타파>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명단 공개 내용을 국내 한 인터넷 언론매체’의 주장으로 전달한 뒤, 보도의 절반을 이수영 OCI회장 측 해명 전달에 할애했다. 이후 2차(27일), 3차(30일) 당시 KBS는 출처가 <뉴스타파>임을 명시하긴 했지만, 기자회견 내용 나열과 해명전달에 치중하는 보도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MBC도 <뉴스타파>의 의혹제기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친데다, 기업들의 “회사와 무관하다”는 식의 해명을 싣는 데 그쳐 부실했다.
두 공영방송과 달리 SBS는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 명단을 공개할 때마다 관련 내용을 첫 꼭지로 다루며 주목했다. 1차 명단이 공개된 22일 SBS는 <뉴스타파>가 공개한 내용을 전달한 뒤, ‘조세피난처’에 대해 설명하는 후속보도를 내놨는데, ‘탈세의 온상’이라고 꼬집으면서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아주 적어 세금 걱정이 없다”,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 신고한 합법적인 투자자금도 있지만 “문제는 신고 없이 송금한 경우”라고 덧붙였다.
이후 보도에서 SBS 역시 <뉴스타파>의 명단 공개 내용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지만, 절반이상을 연루 기업이나 당사자 측의 해명에 할애한 KBS와 MBC에 비해 그나마 내용 전달에 집중했다.
반면, KBS와 MBC는 <뉴스타파>가 페이퍼컴퍼니 설립 명단을 공개할 때마다 관련보도를 후반배치해 사안의 주목도를 떨어뜨렸다. <표-1>을 보면 △1차 명단이 공개된 22일 KBS 8번째, MBC 5번째 △2차 공개된 27일 KBS 5번째, MBC 6번째 △3차 공개된 30일 KBS 10번째, MBC 12번째로 보도를 배치했다.
한편, KBS와 MBC가 <뉴스타파>의 명단공개를 첫 꼭지로 내보낸 것은 4차 명단을 공개한 6월 3일이 유일했는데, 보도에서도 명시하고 있듯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과 맞물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도들은 “전재국 씨가 서류상회사를 만든 지난 2004년은 동생 재용 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때”라며 구체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를 입증하듯, KBS와 MBC는 후속보도를 통해 전재국 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KBS는 총 4건의 보도를 내보내면서, “해외 은닉은 파렴치하고 잘못된 일”, “범죄를 통해 얻은 비자금이라면 더욱 문제”라면서 “사정기관은 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힘주어 질타하기도 했다.
방송3사의 보도 가운데, 국세청이 5년간 정기적인 세무조사를 벌이면서도 막상 <뉴스타파>가 공개한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안일함’을 지적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비판여론이 급증하고 나서야 국세청이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방송3사는 이를 지적하기보다 국세청 방침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특히 KBS는 22일자 보도에서 “페이퍼 컴퍼니 설립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고 탈세 사실이 적발되면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국세청의 유보적 입장을 비판 없이 짤막하게 언급했다. 그리고는 23일 국세청이 추가조사 계획을 내비치자 관련보도를 첫 꼭지로 내보내며 국세청의 향후 조사 계획과 다짐을 적극 중계하며 국세청의 역할을 부각시키기 바빴다.
23일 KBS는 첫 꼭지부터 4건의 조세피난처 관련 보도를 연달아 내놨는데, “국세청이 미국과 영국, 호주로부터 대량의 탈세 자료를 제공받기로 했다”, “400기가바이트 분량”이라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확보한 자료보다 많은 양임을 강조하고는 “역외 탈세가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됐다”며 강조했다. ‘향후에 강력한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예고에 그친 국세청의 뒤늦은 대응에 대해 비판은커녕, 띄우고 나선 것이다.
26일자 보도와 29일자 보도에서도 KBS는 “국세청이 버진아일랜드 125개 페이퍼컴퍼니 외에 우리 기업들이 전세계 조세회피 세운 법인이 2천5백여 개, 계좌수가 2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해외 현지 역외탈세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관련국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불법성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국세청의 ‘활약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MBC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MBC도 <뉴스타파>의 1차 명단공개가 있던 22일 보도의 절반을 관련자들의 해명에 할애하고는 “국세청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닌 만큼 탈세와 연관돼 있는지 검증을 거쳐 의심되면 세무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라며 국세청의 ‘유보적 입장’을 비판 없이 짤막하게 전달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돌입한 29일 MBC는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조세 피난처에 은닉하거나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해외에서 금융 투자를 한 뒤, 국내 과세관청에는 소득을 숨긴 경우가 집중 조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3차 명단이 공개된 30일, MBC는 관련 명단 출처가 <뉴스타파>의 공개라는 사실을 전하지 않은 채 보도를 전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 혐의가 있는 12명에 대해 전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국세청도 한화생명 세무조사에 돌입하는 등 각종 탈세의혹에 대한 당국 조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를 끝맺음하며 정부당국이 수사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했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