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윤창중 파문 관련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보고서(2013.5.15)- ‘성추행’에 방점…‘인사참사’·‘부실사과’ 비판 축소
○ 모니터 대상 : 윤창중 파문 관련 방송3사 메인뉴스 보도
13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린 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를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를 범한’일로 규정하고 관련자 문책과 공직기강 확립,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대국민 담화나 공식 기자회견이 아닌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과를 표명한 데다, 사태수습을 약속했을 뿐 자기반성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에서 ‘인사실패’를 언급하지 않아 실망감을 가중시켰다. 인수위 대변인 선임 당시부터 ‘자질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윤 씨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 강행한 것과 방미 과정에서 ‘청와대 대변인 전원이 방미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여론을 무시한 채 윤 씨를 대동한 것은 박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사과는 비판여론을 무시한 ‘나홀로 인사’‧‘불통정치’가 초래한 결과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무리 법과 제도를 다지고, 윤 씨와 관계자들을 처벌한다 하더라도 ‘윤창중 사태’의 본질이 박근혜 정부의 ‘불통 인사’에 있다는 점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제2의 윤창중 사태’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형식과 내용면에서 실망스러운 ‘대국민사과’가 나온 데에는 언론의 방조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방송3사의 윤창중 사태 관련 보도는 ‘사건의 특수성’을 부각하며 책임소재를 ‘윤창중’에 한정시킨 ‘겉핥기 식’ 문제제기에 그쳤다. 이는 결과적으로 ‘불통인사’에 대한 비판을 축소시켜 ‘제2의 윤창중 사태’ 재발방지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송3사는 윤 씨가 경질된 10일부터 14일까지 KBS 17건, MBC 23건, SBS 23건의 보도를 쏟아내며 전대미문의 ‘방미 중 성추행 사건’에 주목했다. 특히, 사건의 특수성을 부각하면서, ‘성추행 여부 및 경중’을 따지거나, ‘면책특권을 인정받을지 여부’, ‘한미 양국의 범죄인도조약에 따라 미국에서 조사받을지 여부’ 등 윤 씨의 향후 사법처벌 방식과 가능성에 대한 보도를 연이어 내보냈다. <표-1 참조>.
사건이 드러난 10일 방송3사는 윤 씨가 조기귀국한 점, 귀국한 뒤 행적이 불분명한 점 등을 거론하며 ‘윤 씨의 혐의’ 부각에 치중하는 등 책임 소재를 윤 씨 개인에게 돌리는 데 급급했다. 다른 한편으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신속한 대응”을 부각하는 보도를 내놨다.
MBC는 한 발 더 나아가 청와대의 사건 파악 시기를 두고 “사건 발생 후 윤 전 대변인이 조기 귀국을 위해 상부에 다른 핑계를 둘러댔거나 사건을 축소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사건 축소 의혹의 책임을 윤 씨에게 모는 해석을 내놨다(<황급히 귀국 의혹 확산>(MBC/5.10)).
한편, 방송3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자체취재보도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고, 일부 자체취재보도가 있었지만 내용은 부실했다.
방송3사는 성추행 혐의 사실을 부인하는 윤 씨의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가 ‘귀국 후 초기진술에서 윤 씨가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자 자체취재를 통해 윤 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방송3사는 일부 기사를 통해 워싱턴 현지를 직접 찾아 주변증언과 현장 분위기를 통해 ‘값이 싸고 허름한 와인바’, ‘운전기사를 대동했다’는 등의 보도를 내놓으며 윤 씨 주장을 반박했지만 이마저도 ‘성추행 사건’을 추적하는 데 치중돼 있었다.
○ 중계식 보도 난무… ‘진실공방’ 나열, 청와대 ‘대응 시스템’ 문제 축소
방송3사는 11일 윤 씨의 기자회견 이후에는 사건을 ‘성추행 사건’, ‘귀국 종용 논란’으로 나눈 뒤, 윤 씨와 인턴 측 진술, 청와대와 윤 씨 사이의 주장을 나열하며 ‘진실공방’을 부각하면서 사안의 본질과 책임소재를 흐트러뜨렸다.
특히 KBS와 MBC는 윤 씨의 반박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의 귀국 종용’ 논란이 확산됐지만, 이마저도 ‘진실공방’으로 치부해 청와대의 대응시스템 문제를 희석시켰다.
KBS는 11일 윤 씨가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죄한다면서도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며 윤 씨의 기자회견을 축약 보도했다. 이어 윤 씨가 “이 수석에게 잘못한 게 없으며 해명을 하더라도 미국에서 하겠다고 요구했지만 비행기표를 예약해놨다며, 귀국을 지시했다고 주장”하면서 ‘집에 일이 생겨 스스로 귀국했다’는 당초 청와대의 설명을 전면 반박했다고 전한 뒤, 곧바로 “귀국을 종용하거나 비행기표를 예약한 적은 없다”는 이 수석의 재반박을 전하는 식으로 이들의 공방을 비판 없이 중계했다.
MBC도 11일 △성추행 여부 △호텔방으로 불렀는지 여부 △귀국지시 여부 등 의혹에 대한 윤 씨의 해명을 거론한 뒤,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사태의 본질을 ‘성추행 공방전’, ‘귀국종용을 둘러싼 청와대와 윤 씨의 공방전’으로 몰아갔다(<엇갈리는 주장‥진실은?>(MBC/5.11)). 뿐만 아니라 MBC는 귀국 종용을 둘러싼 윤 씨와 이 수석의 공방을 전한 보도에서, “이 수석이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도 박 대통령에게 24시간 뒤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돼 늑장보고 논란이 일고 있다”며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박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전해, ‘박 대통령이 사건에 대해 언론보도 이전까지 몰랐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이남기 “귀국 종용 안 했다”>(MBC/5.11)).
이처럼 ‘귀국 종용’ 문제를 진실공방으로 치부하던 KBS와 MBC는 12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귀국 지시 논란’에 대해 “한미 모두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다”, “따져봐야 소용이 없는 만큼 추가조사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이를 아무런 비판 없이 단순 전달했다. 이번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귀국 지시’를 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또 다른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는 핵심논란임에도 두 공영방송은 민정수석실의 입장을 받아쓰는 데 급급했다(<“美에 조속 수사 요청”>(KBS/5.12), <“범죄인 인도 적극 응하겠다”>(MBC/5.12))
반면 SBS는 “청와대 측의 귀국 종용 여부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곽상도 민정수석의 발언을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이라고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 또 정치권의 입장을 전하면서도 KBS·MBC와 달리 민주당이 “윤창중 전 대변인과 이남기 홍보수석이 책임을 떠넘기며 진실공방을 펼치는 행태는 국격 실추를 넘어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하면서 △허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총사퇴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청문회 개최를 촉구한 사실을 우선 전했다(<비서실장 대국민 사과..홍보수석 사의>(SBS/5.12)).
사건을 최초 신고한 주미 한국문화원 직원이 10일 사직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건을 처음 폭로한 현지 웹사이트 ‘미시USA’에 “1차 성추행이 있은 직후 피해자와 신고자가 이를 문화원 직원에게 보고했지만 문화원 직원이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며 묵살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사건무마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주미 대사관은 사건 접수 후 성추행사건 수사와 관련해 미 경찰과 국무부 등에 신속한 수사진행을 요청하고, 자체적 진상파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지 소식통을 중심으로 주미대사관의 대응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일고 있어, 철저한 진상규명이 요구된다.
방송3사 가운데 ‘사건무마 의혹’을 집중 제기한 보도를 내놓은 건 SBS에 그쳤다. SBS는 14일 “사건 발생 뒤 처리 과정에서 진실이 가려져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우리 정부가 발표한 진실과 안 맞아 떨어지는 게 있다’는 워싱턴 현지 소식통의 증언과 ‘미시USA’의 게시글을 소개하며 ‘사건무마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신속 수사 요청..최초 신고 묵살 의혹>(SBS/5.14)). 이어 “청와대 관계자가 사건 무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워싱턴 한국 문화원 관계자가 윤 전 대변인의 귀국 항공편을 예약해 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사건 덮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면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총체적인 점검이 더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 KBS, ‘신 보도지침’ 논란…‘박 대통령 대국민사과’ 뒤로 밀리기도
이 가운데 KBS는 ‘정권홍보방송’이라는 닉네임을 탈피하지 못한 채 ‘박 대통령 감싸기’에 앞장서 비판이 제기됐다. KBS는 ‘윤창중 사태’를 보도할 때 배경화면에 태극기와 청와대 브리핑룸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지시를 내려 때 아닌 ‘신 보도지침’ 논란이 일었다. KBS는 10일 오후 3시 신관3층 보도영상편집실에 ‘윤창중 전 대변인 그림 사용 시 주의사항’이라는 공지사항을 부착했는데, 해당 게시물에는 ‘청와대 브리핑룸 브리핑 그림 사용금지’, ‘뒷 배경화면에 태극기 그림 사용금지’라고 적시되어 있으며 “윤창중 그림을 쓸 경우 일반적인 그림을 사용해 달라”는 주문이 담겨 있어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두고 이명박 정부 시절 보도국장을 지내며 편파방송 논란을 빚었던 임창건 신임보도본부장이 ‘대통령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KBS새노조는 “청와대의 압력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KBS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밝히라”고 요구했다.
‘방미 중 성추행’으로 전대미문의 국제적 망신을 산 윤창중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과입장을 표명했음에도 KBS가 이보다 앞서 일반 사건사고를 첫 보도로 내놓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KBS 관계자는 ‘편집과정의 실수’로 해명했지만, 보도지침 논란이 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 실수가 반복된 데 대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KBS가 연이어 보도를 뒤로 미루고 ‘윤창중 사태’와 무관한 ‘성추행 사건’을 앞뒤로 배치한 것은 이번 사태를 ‘고위공직자 성추행 사건’에 축소‧한정시키려는 의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 방송3사, 청와대·대통령의 ‘영혼 없는 사과’ 비판 없어
방송3사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마저 중계식 보도에 그쳤다. ‘불통정치’·‘나홀로 인사’가 가져온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여론에 대해선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윤창중 사태’와 ‘불통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야당의 입장으로만 실린 데 그쳤다.
특히, MBC는 박 대통령이 나선 뒤에야 청와대의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난 양 호도하기도 했다. MBC는 13일 박 대통령의 사과를 전하면서 “어떤 사유나 진술에 관계없이, 또 한 점 의혹없이 사실관계를 밝힐 것이며, 관련자들은 누구도 예외 없이 조사에 협조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부각했다. 그런 뒤 윤 씨의 경질 나흘만에 청와대의 미숙한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놨는데, “가장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중요한 대목에선 당사자들 간에 진술이 엇갈리며 사태를 점점 꼬이게 만들었다”며 이남기 홍보수석과 청와대 민정수석팀의 대응만을 질타했다. 그리고는 “박 대통령이 관련된 사실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청와대의 후속대처는 엇박자를 드러냈다”며 박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는 청와대의 오락가락 대처를 비판하면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슬쩍 비껴간 것이다(<“국민께 송구 공직기강 세울 것”>(MBC/5.13), <파문 키운 청와대>(MBC/5.13)).
○ 방미 성과 묻힐라, ‘띄우기’··감싸기’ 나선 KBS·MBC
KBS·MBC는 국제적 망신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위로하고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기는커녕 ‘윤창중 사태’로 인해 방미성과가 묻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