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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정치개입’ 경찰 수사발표에 대한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보고서(2013.04.19)
등록 2013.09.2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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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부실·면죄부’ 수사…입 닫은 KBS·MBC
 
 
어제(18일) 경찰이 국정원 직원 정치글 게시 사건을 ‘정치개입’으로 결론짓고, 국정원 직원 김 씨와 이 씨, 민간인 이 씨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대선 직전 성급하게 발표한 ‘비방댓글 혐의 없음’이라는 중간수사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에는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 ‘정권 눈치보기식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경찰이 국정원 직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근거도 미약하다.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은 “게시글을 분석해 볼 때 정치관여 행위는 인정할 수 있지만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선 시기에 △정부·여당에 유리하고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는 등 대선여론조작 행위를 했음에도, 파급력을 운운하며 ‘선거법 위반’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2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는 ‘국정원 김 씨’에 국한됐고,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는 진행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민간인 이 씨에 대해서도 경찰은 어떤 루트를 통해 국정원에 들어왔는지, 또 다른 ‘국정원 댓글 알바’의 존재 가능성 및 규모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 달 18일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의 고발로 드러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에 폭로된 바와 같이 국정원장의 조직적 여론조직 및 정치개입 지시 사건과의 연관 가능성도 아직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몫으로 넘어갔다.

이처럼 경찰 수사가 ‘늑장·부실·면죄부’ 수사로 끝나자,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대선 기간 불법 선거 개입 활동을 전개해 국정원법을 어겼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황당한 결론 역시 정치적 결론일 뿐”이라며, “담을 넘어 강도짓을 일삼은 범인에게 주거침입죄만 적용하는 해괴한 논리로서 정권 눈치보기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함께 지난 대선에서 이 사건을 두고 ‘국정원 여직원 인권 침해’라고 반박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시민사회의 반발도 거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선거법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처벌한다”면서 “국정원 직원이 선거를 3개월 앞두고 정치관련 글을 집중적으로 게재했다면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 경찰조사결과 발표 단순전달한 KBS·MBC…비판 침묵, 공영방송 책무 방기

18일 방송3사는 국정원 직원 정치개입 사건을 각 1건씩 보도했는데 초점이 달랐다.
KBS와 MBC는 ‘국정원법 위반은 맞지만 공직선거법 상의 선거운동에 이르진 않았다고 판단한다’는 경찰의 발표 내용을 단순 전달하기 급급했다. 게다가 ‘눈치보기식 수사’라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KBS는 9번째, MBC는 23번째로 후반배치해 보도함으로써 사안의 주목도를 떨어뜨렸다.
반면, 4번째로 보도를 내놓은 SBS는 ‘정권 눈치보기식 수사’, ‘부실수사의 결과’라는 민주통합당의 비판을 실어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비판이 민주통합당의 주장으로만 치부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MBC는 경찰의 입장만을 부각한 보도를 내놨다. 제목부터 <“정치개입, 대선 불개입”>이라며 시작부터 대선개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행태를 보였다. 보도는 “경찰은 그러나 해당 직원들의 행위가 대선 개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하며, “피고발인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상의 선거 관여나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이광석/수서경찰서장)”는 경찰발표 내용을 실었으나, 정작 판단 근거가 무엇인지 불분명함에도 이를 지적하거나 규명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경찰의 늑장수사에 대한 비판도 언급하지 않았다.

KBS도 <“국정원 직원 정치 관여”>에서 “경찰 수사 결과는 넉 달 만에 나왔다”고 짧게 언급했으나 늑장수사에 대한 비판 없이 경찰수사 결과에 대해서만 나열했다. 보도는 “국정원 여직원이 인터넷에 정치적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은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밝혔”으나 “선거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는 경찰의 입장을 중계하기 바빴다. 심지어 민주통합당이 “경찰이 정권 눈치보기와 늑장수사로 엉뚱한 결론을 냈다”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사실은 함구했다.

반면 SBS <“국정원 직원 정치 개입했다”>는 “야당이 눈치보기 수사라고 비난했다”면서 “민주통합당은 선거개입이 분명한데 선거법 위반이 아닌 국정원법 위반만을 적용한 것은 정권 눈치보기 끝에 나온 부실수사의 결과라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고 짧게나마 경찰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실어 차이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방송3사 모두 경찰이 대선을 사흘 앞두고 성급하게 발표한 ‘비방댓글 혐의없음’을 비판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고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원장님 지시 말씀’ 사건에 미루어 볼 때 이번 국정원 직원 정치댓글 사건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원 전 국정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심리정보국 활동을 보고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요도가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방송3사는 경찰 수사내용, 정치권 반응 정도만 전달하는 식의 보도시늉만 했다. 특히 KBS와 MBC는 경찰의 ‘늑장·부실·면죄부’에 대한 비판마저 전달하지 않아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했다.<끝>
 
 

 


2013년 4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