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차기 정부 3·4차 인선에 대한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보고서(2013.2.19)17일 발표한 17개 부처 조각의 특징은 ‘관료·전문가 중심의 실무형 내각’으로 청와대 보좌 기능에 중점을 둔 것이라는 평가된다. 이는 박 당선인이 직접 내각을 지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박 당선인이 공약한 책임총리제에 이어 책임장관제까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6명이 인수위 출신이라는 점은 인수위원 ‘원대복귀’를 강조했던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철학이나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며 밝힌 성장 중심적 발언은 경제민주화 및 복지 확대를 주창한 박 당선인의 공약과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복지를 담당할 보건복지부 장관에 비전문가인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을 내정한 것도 우려를 사고 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역시 연금 분야 전문가일 뿐 노동문제에 사실상 문외한이라는 점에서 노동현안 최대 맹점인 노사문제 해결이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김종훈 벨연구소장이 내정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내정자가 미국 시장주의에 익숙하다는 점, 후보지명 사흘 전에야 한국 국적을 회복한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 등은 과학기술정책‧정보통신산업·원자력 안전 등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미래부 장관에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민주통합당은 기술보안 사항 등이 유출될 경우 국익이 저해 있고, △한국 기업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발표된 청와대 핵심 참모진 역시 ‘친박’, ‘인수위 재기용’, ‘구시대적 이미지’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내각인선에 이어 청와대 역시 ‘쓴 소리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 우려의 핵심으로 꼽힌다. 대통령 비서실장에 내정된 친박계 허태열 전 의원은 인선 첫날 “비서는 귀는 있어서 입이 없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일방소통’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이 외에도, 허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호남사람 종살이”라며 지역감정을 조장한 발언으로 물의를 산 바 있으며, 2009년에도 “좌파는 빨갱이”, 민주당에 대해 “빨갱이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는 등 색깔론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10년에는 특수관광지역 선정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섹스 프리하고 카지노 프리한 금기 없는 특수지역을 만들자”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은 공천대가로 5억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따라서 ‘국민통합과 소통을 위한 인선’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회의 조직개편안 협상은 난항을 맞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에 신설되지도 않은 부처 장관 인선을 강행한 것을 두고 명백한 국회 입법권 침해이자 협상의 여지를 없앤 것과 다름없다”며 반박했다. 17일 정부조직개정안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개정안 처리는 취임식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 방송3사, 박 당선자의 ‘인선 띄우기’, ‘논란 축소’ 급급
- 정부조직개편안 무산, “여야 정쟁”으로 몰아
이렇듯 박 당선인의 인선과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방송3사는 이번 17-18일 벌어진 박 당선인의 인선에 대한 비판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방송3사는 국정철학 및 시대현안을 고려하지 않은 인선, 내정자 면면에 제기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않은 채 “전문성을 중시한 인사”라며 띄우기 바빴다. 또 방송3사는 ‘친박 및 인수위 대거 중용’ 문제에 대해서도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이라고 뭉뚱그렸다.
아울러 정부조직개편안보다 앞선 인선발표에 대한 비판보다는 “공직사회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인수위 측의 일방적인 입장을 적극 전달했다. 반면, 정부조직안 개편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야당의 반발에 집중하며 ‘여야 정쟁’으로 몰았다.
뒤이은 <전문가‧관료 중용>(김상협)에서는 “관료 출신들이 대거 발탁됐고 당선인과 함께 일하며 능력을 검증받은 인사들도 이름을 올렸다”고 전한 뒤 “전문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됐다는 평가”라며 인선 띄우기에 나섰다. 당초 ‘낮은 인수위’ 원칙 대신 인수위를 대거 중용한 데 대해서도 “한 번 기용했던 인사들을 중용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 정도로 무마시켰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성장’을 강조한 발언이 경제민주화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나, 진영 보건복지부 내정자의 비전문성 등에 대한 지적도 없었다.
아울러, KBS는 조직개편이 난항을 빚고 있는 것을 ‘여야 기싸움’으로 몰았다. 17일 보도된 <야 반발…조직개편 진통>(임세흠)에서는 “야당은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신설 예정 부처의 장관후보자들이 내정된데 대해서 반발”했고, “새누리당은 새로 생기는 장관 자리에 대해선 여야 이견이 없었던만큼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한편, 보도는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의 핵심쟁점을 “방송문제”로 꼽았지만 “방송산업 진흥 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길지, 지금처럼 방송통신위에 둘지, 줄다리기가 팽팽”하다고 짤막하게 설명을 덧붙인 데 그쳤다.
18일 보도된 <처리 무산…협상 교착>(강민수)에서도 “당초 약속했던 협상 시한을 넘기면서 네탓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며 ‘여야 정쟁’에 치중한 보도를 냈다. 보도는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의 국정 발목잡기가 극에 달했다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원안만을 고집하는 여당의 책임이라며, 거수기 역할을 하진 않겠다고 맞받았다”며 여야의 갈등만 부각시켰다.
MBC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7일 MBC는 <장관인선 완료…부총리 현오석>(김나라)에서 장관 인선 발표 내용을 나열했다. 뒤이은 <깜짝 인선‥벤처신화 김종훈>(현원섭)에서는 정부조직개편안 국회 통과 전에 조각 명단이 발표된 것에 대해 “새정부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더이상 인선을 늦출 수 없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비판을 일축시켰다.
그런 뒤 <전문성 중시‥관료 출신 절반>(김세의)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17개 장관 인선의 특징은 해당분야 관료 출신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됐다는데 있다”며 적극 띄웠다. 그러면서도 보도는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가 복지분야 비전문가라는 점,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 내정자는 노동현안의 맹점인 ‘노사관계 해결’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점,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성장 중시형’ 인물로 경제민주화와 거리가 멀다는 점 등의 지적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보도 후반에서 또다시 정부조직개편안 무산을 언급하며 “국회의 개편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어서 안정적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입장을 실었다. 그런 뒤 “민주통합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처리 이전에 장관 내정자를 발표한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압박”이라고 반발한 사실을 짧게 덧붙였으나, 곧바로 “여야가 방통위 업무 영역 등을 놓고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 박 정부 지각출범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박 정부 지각출범의 원인을 여야 ‘정쟁’으로 몰았다.
SBS도 별 차이가 없었다. 17일 두 번째 보도된 <“늦출 수 없어”..관료‧전문가 중시>(정준형)는 “급하게, 한꺼번에 조각을 매듭지은 것은, 그만큼 시간이 없다고 당선인이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조직개편 협상이 끝나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더 이상 조각을 늦출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며 인수위 측 입장을 편들고 나섰다. 이어 “전문성을 중시한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평가한 뒤, “한 번 써봐서 능력이 확인된 사람을 다시 쓴다는 당선인 특유의 용인술도 재확인”됐다며 ‘인수위 및 친박 중용’ 논란을 ‘박 당선인의 인선스타일’로 일축했다.
4번째 보도된 <“국회 무시한 강행”반발>(주시평)에서는 야권이 “조직 개편 협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장관을 다 발표했다면서, 국회 입법권을 무시했다”고 반발한 사실을 전했으나, 곧바로 “새누리당은 전문성을 갖춘 무난한 인사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데 집중해 본질을 흐렸다. 그런 뒤 “정부 조직 개편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극적인 합의가 없는 한 내일(18일) 본회의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한 뒤, “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새정부 정상 출범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김병관 국방, 황교안 법무 장관 내정자에 대해선 야당이 도덕성을 문제 삼아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있어서 청문회 결과와 여론의 흐름이 새 정부 내각 출범 과정에 고비가 될 것”이라며 향후 청문회 도덕성 시비에 주목했으나, 역시 박 당선인의 인선 문제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한편, 17일 KBS와 SBS는 김종훈 미래과학창조부 내정자에 대해 주목하며, 이례적으로 김 내정자의 삶을 조명하는 보도를 구성해 적극 띄웠다. 이 과정에서 ‘이중국적 문제’에 대해 언급했지만, KBS는 법적 제한이 없다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일축하고 나섰으며, SBS는 논란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MBC는 김 내정자와 관련한 비판은 일절 언급하지 않아, 방송3사 중 인수위 비판 에 가장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어렵게 됐다.
그리고는 후속보도 <파격 발탁 김종훈>에서 김 내정자에 대해 “이민 1.5세로 미국 벤처신화의 주인공”이자 “빈민촌에서 고학을 했다”며 이례적으로 김 내정자의 삶을 조명한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보도 말미에는 “이중 국적자임에도 파격적으로 새정부 핵심부처의 수장으로 발탁된 것은 이처럼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력 때문인 것”이라며 김 내정자 인선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 부서인데다, 통상‧과학기술‧원자력 안전‧정보통신 등 업무를 총괄하고 있어, 야당의 우려를 무시하기 어렵다. 더구나 KBS가 예시한 카이스트 총장의 사례는 교육공무원으로 김종훈 내정자의 상황에 빗대기에는 불충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음날인 18일에도 KBS는 <“미국시민권 포기”>(박경호)에서 김 내정자가 이중국적 문제에 대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할 뜻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미 양국의 이익이 상충될 정책을 어떻게 다룰 지에 대해선 장관 인사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며 자신에 제기된 논란을 일축하는 김 내정자의 입장을 적극 실었다.
SBS도 17일 <‘이민자 IT신화’ 깜짝 영입>(김수형)에서 김 내정자의 삶을 조명하며 “가난한 이민 1.5세대 출신으로 획기적인 통신장비를 개발해 30대 때 미국 400대 부자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는 박 당선인의 인선에 대해 “고 박정희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 과학자들을 불러모아 과학입국의 기틀을 다진 것처럼 박 당선인은 김 내정자를 발탁해 과학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을 실기도 했다. 이중국적 문제에 대해서는 보도 말미에 “지난 14일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했지만, 미국 국적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법무부가 밝혔다”며 짧게 언급한 데 그쳤다. 이어 18일 <“미국 국적 포기할 것”>(김수형)에서 김 내정자가 “논란이 됐던 미국 국적을 포기하겠다”며 “(복수 국적 포기)각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마저도 MBC는 김 내정자와 관련한 논란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띄우기 급급했다. 17일 <깜짝 인선‥벤처신화 김종훈>(현원섭)에서 “역시나 전문성을 중시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결과”라며 김 내정자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의 과학기술 육성의지를 실현할 전망”이라고 적극 띄웠다.
○ “입 없는” 비서실장, 방송3사 비판 없어
한편, 18일 방송3사는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을 비롯해 국정기획과 민정, 홍보수석 등 일부 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진 일부 인선 단행 사실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방송3사는 허 비서실장 내정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국정철학을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모든 능력을 다 바쳐서 보좌해 나가겠다”고 한 발언을 강조했다. 특히 SBS는 <청와대 비서실장 허태열>(정준형)에서 “정치적으로 무게감이 있는 측근을 앞세워 비서실의 정무 기능을 강화하고 정치권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띄우고 나섰다.
반면 허 비서실장 내정자가 첫 기자회견에서 “귀는 있는데 입은 없는 게 비서 아니냐”고 발언한 데 대해 우려를 제기한 보도는 없었다. 이번 인선으로 박 당선인의 ‘나홀로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 참모진 내정자가 스스로 자기목소리를 내지 않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방송3사가 비판을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그동안 차기정부에 대한 비판을 최소화해온 ‘비판기능이 거세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방송3사가 ‘쓴 소리를 하지 않겠다’는 허 비서실장 내정자의 발언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만한 대목이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