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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X파일’ 노회찬 의원 판결에 대한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2013.2.15)- KBS·MBC, ‘재보궐 선거’ 운운하며 본질 흐리기
‘삼성 X파일 사건’은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녹취록에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신한국당 이회창 대선 후보자를 도와야 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어 이들이 이 후보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의혹이 제기됐던 사건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이 당시 검찰 간부들에게도 떡값이라는 명분으로 명절 때마다 로비 자금을 건넨 의혹이 있었다.
이후 이 사건은 2005년 MBC 이상호 기자가 ‘삼성 X파일’의 녹취록을 보도하면서 알려졌으며, 노 의원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보도자료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그러나 불법 자금을 주고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이 부회장과 홍 회장, 검사들은 모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반면, 의혹을 폭로한 이 기자와 김연광 월간 조선 편집장, 노 의원은 통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통비법’은 타인 간 대화의 녹음 및 청취를 금지한 것으로 녹음·청취한 자는 물론 취득한 내용을 공개한 자에 대해서도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노 의원의 경우, 국회 기자들에게 검사 실명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인정될 수 있지만,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은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국회 기자라는 한정된 대상에게 배포된 자료는 면책 가능하지만, 다수의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 법은 도청한 행위와 도청 내용을 공개한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하고,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있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회의원들이 공익을 위해 진실을 공개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국민들의 알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4일 여야 의원들은 통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편, 지난 13일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황교안 후보자가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담당검사였다는 것이 밝혀져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5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노 의원에 대한 X파일 사건 판결을 1면에 싣고 주요하게 전했다. 두 신문은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받은 재벌과 검사들은 모두 처벌을 면하고, 의혹을 공개한 언론인과 의원만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삼성봐주기’ 수사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 통비법의 과도한 적용, 형량의 형평성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중동은 노 의원에 대한 X파일 사건 판결을 1-2건만 다루면서 축소보도 했다. 더구나 보도 내용도 4월 재보선과 함께 다루면서 노 의원의 의원직 박탈로 공석이 된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안철수 교수가 출마할 지 여부에만 주목하며 본질을 흐렸다. 특히 중앙일보는 ‘삼성 X파일 사건’의 핵심 인물인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이나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X파일’ 폭로자만 처벌…거꾸로 선 정의>(한겨레, 1면)
<‘공익 관한 진실’ 공개까지 처벌…표현의 자유 원천봉쇄>(한겨레, 2면)
<“보도자료는 면책, 인터넷 공개땐 의원직 박탈 대법원 시대착오적 궤변…누구 이익 보호하나”>(한겨레, 2면)
<국회 계류중인 ‘노회찬 구명법’>(한겨레, 2면)
<상식과 정의에 반하는 노회찬 유죄판결>(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관련 내용을 1면 톱으로 실으며 주요하게 다뤘으며, 2면 <‘공익 관한 진실’ 공개까지 처벌…표현의 자유 원천봉쇄>에서 “명예훼손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익에 관한 내용’을 공개했을 때는 면책되는 것과 달리, 통신비밀 공개의 경우 형법상의 정당행위로 인정될 때에만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행위 기준은 ‘통신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공중의 생명·재산 등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는 등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일 때’ 등으로 매우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또 “통비법 안에서 개인의 통신비밀 보호와 이를 공개하려는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게 되는데, 통신비밀을 보려하려는 법익이 과도하게 강조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을 상실하는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처벌 조항”이라고 통비법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사설 <상식과 정의에 반하는 노회찬 유죄판결>에서는 “떡값을 주고받은 삼성 사람들과 검사들은 다 빠지고 폭로한 언론인들에 이어 노 의원이 다시 법적 제재를 받게 된 것은 우리의 법상식과 정의관념에 반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시간이 흘렀다고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판단도 그렇거니와, 보도자료 배포 행위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라 죄가 안 된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인터넷 누리집에 올린 부수적 행위를 문제 삼아 의원직까지 박탈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꼬집었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 자체가 정보·수사기관 등의 불법도청을 막기 위해 만든 것임에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 양심에 따른 고발자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인들이 주로 단죄 대상에 오르는 것은 문제”라며 “위법성 조각 사유와 형량을 다듬는 등 정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떡값 검사 폭로’ 노회찬 의원직 상실>(경향, 1면)
<‘떡값 검사’들은 처벌 안받고…진실 밝히려던 3명은 다 유죄>(경향, 3면)
<허위사실 유포는 무죄…‘인터넷 게재’는 처벌>(경향, 3면)
<“폐암 수술하며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 제거”>(경향, 3면)
<‘노회찬 유죄’ 황교안 후보자가 답할 차례다>(경향, 사설)
경향신문은 3면 <‘떡값 검사’들은 처벌 안받고…진실 밝히려던 3명은 다 유죄>에서 X파일 사건 수사의 핵심은 △삼성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살포 여부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여부 두 가지였는데, “검찰은 ‘불법도청’에만 집중”해 “검찰의 X파일 수사 결과는 삼성그룹을 둘러싼 의혹의 ‘가림막’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이회창씨의 동생 이희성씨가 삼성으로부터 수십억원 이상의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지만 정치자금법 개정 전이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고, “‘떡값 검사’들도 무혐의 처리”됐으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수사 결과 발표 닷새 전 한 번의 서면조사를 받은 게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설 <‘노회찬 유죄’ 황교안 후보자가 답할 차례다>에서 “검찰은 ‘독수독과’(위법하게 얻은 정보는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법 이론)라는 얄궂은 논리를 들이대며 삼성 수사를 회피”했는데, “(담당검사였던) 황 내정자는 당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삼성에는 면죄부를 주는 대신 이를 공개한 기자와 불법 도청한 국정원 간부를 기소했다”며 이는 “황 내정자가 어떤 형태로든 부실수사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황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 부실수사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국정원 도청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재벌 봐주기 및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해소하지 않으면 고질적인 부실수사 관행을 끊을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통비법에 대해 “도청한 사람이나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이를 공개한 사람 모두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는 조항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가로막는 악법은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 커진 4월 재보선 안철수가 태풍의 눈>(중앙, 10면)
중앙일보 10면 <판 커진 4월 재보선 안철수가 태풍의 눈>은 재보선 기사에 노 의원 판결 내용이 끼어들어간 모습이다. 중앙일보는 노 의원에 대한 X파일 사건 판결에 대해 전했지만, X파일 사건의 내용이나 삼성그룹, 중앙일보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상실로 “4월 보궐선거의 판이 커지고 있다”며 “(노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 보선과 관련해 안철수 캠프에선 ‘안철수 참여론’이 대두하고 있다”고 안 교수의 재보선 출마 여부에만 주목했다.
<‘안기부 X파일’ 떡값 검사라며 공개, 수사결과 무혐의… 노회찬, 국회 떠나다>(조선, 8면)
조선일보는 8면 <‘안기부 X파일’ 떡값 검사라며 공개, 수사결과 무혐의… 노회찬, 국회 떠나다>에서 X파일 사건 판결에 대해 단순 전달하며, 노 의원이 받은 부당 판결보다 ‘떡값검사’들이 무혐의 결과를 받은 것을 강조했다. 또 같은 면 <판 커진 4월 재보선… 안철수·김무성 등판할까>에서는 4월 재보선에 안 교수를 비롯해 여야 유명 정치인들이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주요하게 전했다.
<‘떡값검사’ 폭로 노회찬 의원직 상실>(동아, 12면)
<고교동기 노회찬-황교안 엇갈린 운명>(동아, 12면)
동아일보는 12면 <‘떡값검사’ 폭로 노회찬 의원직 상실>에서 X파일 사건 판결과 안 교수의 재보선 출마 여부를 한 기사에서 다루는 한편, 같은 면 <고교동기 노회찬-황교안 엇갈린 운명>에서 “2005년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한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14일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의 사건을 수사지휘한 사람은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였다고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은 고교 동기인데 “공안통으로 부산고검장까지 지낸 황 검사는 13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반면 노 대표는 하루 뒤에 의원직을 상실하는 엇갈린 운명이 됐다”며 본질을 흐리고 나섰다.
한편, 방송3사도 14일 노회찬 의원의 유죄판결과 의원직 상실에 대한 보도를 냈다. 그러나 KBS와 MBC는 재계와 검찰의 부당한 유착관계를 폭로한 노 의원의 사안과 지난 4·11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한 새누리당 이재균 의원의 사례를 묶어 ‘재보궐 선거’에 이목을 집중시킨 보도를 내며 본질 흐리기에 나섰다.
또한 두 공영방송은 노 의원의 유죄판결 사실을 전하면서 대법원 판결을 중계했을 뿐 △사안의 발단이 된 ‘안기부 X파일’사건이 보도기자 2명과 노 의원에 대한 적반하장식 기소로 석연치 않게 마무리된 점 △노 의원에 대한 이번 판결이 항소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은 것이라는 점 △노 의원에 적용된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논란 등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이와 달리 SBS는 ‘삼성 X파일 사건’ 전개 과정과 노 의원의 2심 무죄 선고 등을 거론해 KBS·MBC와 차이를 보였지만 비판보다는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는 노 의원의 반박을 다룬 데 그쳤다.
KBS <노회찬 의원직 상실>(김희용)은 앵커멘트에서 “19대 국회의원들의 낙마가 시작되면서 재보궐 선거의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재보궐 선거’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보도는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해서는 “노 의원이 떡값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2007년 기소됐다”며 뭉뚱그렸다. 그리고는 “5년여를 끈 재판 끝에 대법원이 오늘 유죄를 확정”했다고 덧붙였는데, “보도자료 배포는 의정활동이기 때문에 면책특권이 적용되지만, 인터넷 게재는 면책특권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법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결을 중계한 데 그쳤다.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노 의원은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들은 빠지고 자신만 죄인이 됐다”며 노 의원의 발언을 실은 데 그쳤다.
MBC <의원직 상실 재선거>(김재영)도 노 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전하면서 “오는 4월 서울 노원구에서는 재선거가 치러진다”며 보도를 시작했다. MBC도 노 의원이 “전 현직 검사들이 삼성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사건을 뭉뚱그렸다. 또 “대법원은 떡값검사 명단을 보도자료로 발표한 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속하기 때문에 무죄지만 명단을 인터넷에 올려 일반인들에게 공개한 건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나 유죄라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했다”면서 대법원 판결 내용을 중계했다. 반면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은 “떡값검사를 피해자로, 자신을 가해자로 만든 판결”이라는 노 의원의 입장을 전한 데 그쳤다.
SBS <‘X파일 공개’ 노회찬 의원직 상실>(김요한)는 “대법원이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인용해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했던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고 보도를 시작해 차이를 보였다. 보도는 “당시 안기부는 검찰 간부들에게 떡값을 돌린다는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를 도청”했다며 ‘안기부 X파일 사건’을 우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보도자료 배포는 의원 면책특권에 해당해 무죄지만, 인터넷 홈페이지 공개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KBS·MBC와 마찬가지로 대법원 판결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쳤으며 비판 역시 “시대착오적 판결”이라고 반박한 노 의원의 입장뿐이었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