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이명박 정부 설 특별사면에 대한 민언련 모니터보고서(2013.2.1)이번 특사는 발표 전부터 강한 여론적 비판에 직면했다. 특별사면 대상자에 최 전 방통위장과 천 회장을 포함해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를 이끌었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 사돈인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 등 대통령 최측근과 친인척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반대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도 ‘권한 남용’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측은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했다”며 강행 처리했다. 이미 특사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여론에 정보를 흘리며 떠보기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본래 특별사면의 취지는 사회 통합 차원에서 힘없이 억울하게 수감된 사람들을 사면하라는 것인데, 용산참사 수감자 6명 중 5명을 구색맞추기로 끼워넣어 측근사면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려 했다. 이들은 2009년 수감돼 이미 4~5년 형을 거의 채웠으며 출소를 1년 여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남경남 전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은 용산참사의 ‘배후자’로 지목돼 이번 특사에서 제외됐다. 더불어 여야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친박·친노계 인사까지 물타기 사면을 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이 설 특사에 형 이상득 전 의원 등 측근을 포함시킬 것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설 특사 원칙으로 청와대는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건 제외 △중소·중견기업인으로서 경제기여도 및 사회봉사 정도 △사회갈등 해소를 내세우며 특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멘토’이자 파이시티 인허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워크아웃관련 청탁 및 금품수수 혐의와 조세포탈혐의로 구속된 천신일 세중나모회장(고대 동기),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로 구속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 대통령과 사돈지간인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 등이 특사 명단에 포함돼 특사원칙조차 유명무실해졌다.
용산참사 수감자 특사 끼워넣기, 조중동은 지적 안 해
- <동아>는 “철거민 사면이 법질서 해칠 우려 있다”
5개 주요일간지는 이 대통령이 특사 강행을 예고한 다음날인 28일부터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주요하게 보도했다. 신문들은 이 대통령의 측근 사면에 대해 ‘사면권 남용’이라며 일제히 비판을 가했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30일자 사설 <이 대통령 ‘임기말 폭거’, 차기 정부가 바로잡아야>에서 이 대통령 특사는 “파렴치한 권력형 범죄로 구속된 측근들을 위한 설 선물용으로, 훈포장 수여권은 자기네들끼리 흥청망청 즐기는 잔칫상 음식이 돼버렸다”고 꼬집으며, “온 국민이 손가락질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뻔뻔함에다 ‘너희가 나를 어찌할건데’ 하는 오기와 배짱마저 느껴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용산참사 관련 수감자들의 석방은 옳으나 그동안 외면해오다 측근 특사에 끼워넣은 것은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28일자 사설 <이 대통령은 ‘비리 측근’ 특별사면 포기해야>에서 “청와대가 용산참사 구속자들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데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애타게 호소할 때는 외면하다가 뒤늦게 ‘측근 특사’에 끼워넣겠다니 참으로 착잡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반면, 조중동은 이에 대해선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아일보는 철거민 사면이 법질서 수호라는 중요 가치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30일자 사설 <5년 뒤엔 ‘셀프 사면’ 안 나오게 측근 단속하라>에서 “용산 참사 관련 철거민 5명을 사회갈등 해소 차원에서 사면한 것은 엄정한 법질서 수호라는 중요한 가치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에 사면받은 사람들의 폭력과 방화로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고 호도하고 나섰다. 용산 철거민들은 강제 철거에 투입된 공권력과 용역의 폭력에 희생되고 억울하게 수감중이며, 사망한 경찰관 역시 이 과정에서 희생됐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철거민들을 폭력·방화범으로 몰아갔다.
한편 중앙일보는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특사를 거론하며 물타기를 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31일 칼럼 <사면(赦免)의 추억>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특별사면 대상자 규모를 비교하면서 “대충 470만 명이 사면됐으니, 노무현 전 대통령(430만 명) 때를 약간 웃돈다”며 “이 대통령이 심한 건가? 꼭 그런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용산참사 철거민 ‘구색 맞추기’ 논란, 방송3사 외면
‘측근사면’, 권력형 비리자 사면으로 ‘사면권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은 이명박 정부의 설 특별사면이 1월 31일 사면대상자들의 출소로 마무리됐다. 이날 방송3사는 설 특별사면을 받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출소 소식을 보도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명박 정부의 측근특사 단행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MBC는 아예 26번째로 단신보도를 냈는데, “최 전 위원장은 ‘인간적인 성찰을 했으며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고,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천 회장은 구급차에 탄 채 구치소를 빠져나갔다”는 점만 짤막하게 전한 데 그쳤다.
반면 KBS와 SBS는 권력형 비리·측근 사면에 대한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을 주요하게 전해 차이를 보였다. 출소 현장에서 한 시민이 천 회장이 탄 구급차에 특별사면에 항의하는 문구들이 적힌 천 원짜리 지폐와 두부를 투척한 장면을 비중 있게 실은 뒤, 최 전 위원장은 형기 1년 9개월, 천 회장은 1년 1개월을 면제받은 사실을 설명했다. SBS는 세 번째 보도된 <측근 줄줄이 석방>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추가했는데, “형기의 3분의 1, 혹은 절반도 채우지 않고 줄줄이 석방되는 두 측근의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정부가 강조해온 법과 원칙이 이런 거냐고 반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KBS는 15번째 <특사 출소…항의 소동>에서 보도 후반 병원으로 향한 최시중 전 위원장을 따라가 인터뷰한 내용을 추가했다. 보도는 “성찰을 많이 했다면서도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며 최 전 위원장이 “나는 무죄야. 나는 돈을 내 사적으로 받은 바도 없고 내 정책활동의 일환으로써 그 사람들이 도와주기 위해서 한 것이지”라고 항변한 사실을 전했다.
그동안 청와대의 특사 강행에 대해 KBS와 SBS가 여야의 비판을 전한 것과 달리, MBC는 관련사실만 단순전달하거나 ‘이명박 정부 vs 박근혜 정부’의 “신구권력 충돌”로 호도하면서, 청와대의 입장을 전하는데 보도의 절반을 할애했다.
설 특별사면을 단행한 29일에도 MBC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말 특사가 “김대중 정부 이후 최소 규모”, “사회대통합 차원에서 용산사건 관련 철거민 5명이 포함됐고 노무현 정부 인사인 정상문, 박정규 전 청와대 수석이 복권됐다”는 등 청와대의 ‘물타기’식 주장을 전달하기 급급했다. 또한 박 당선인과의 대결구도를 재차 부각하면서도 청와대가 “이 대통령 재임 중의 권력형 비리 사범은 사면하지 않겠다고 한 출범 초 약속을 지켰다면서 권력 남용이라는 박 당선인 측의 지적을 정면 반박했다”며 청와대의 궤변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MBC는 긴급여론조사를 벌였는데, 특별사면과 사안이 다른 택시법 거부를 함께 여론 조사해 “특별사면은 잘못했다, 택시법 거부는 잘했다는 평가가 많다”며 적극 물타기 했다.
반면, 특사가 확정의결된 날 SBS는 “이 대통령의 사돈 집안인 조현준 효성 섬유 PG 사장과 대통령 재임 중 비리에 연루된 박희태 전 의장, 서청원 전 대표 등이 오른 것을 놓고 논란이 증폭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주통합당이 “수수방관하며 특별사면를 사실상 방치한 박 당선자도 일말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박 당선인의 책임론을 제기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KBS도 “(특사)잣대를 놓고 공감을 얻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면서 이 대통령 사돈의 조카인 조현준 사장, 대통령 임기 중 돈 봉투 사건으로 유죄선고를 박희태 전 의장, 조세포탈 혐의로 유죄를 받은 천신일 회장이 포함된 점, 최시중 전 위원장이 돈을 받은 시점이 멘토로서 영향력이 컸던 시기였다는 점 등을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
한편, 더욱 씁쓸한 것은 이번 설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용산참사 수감자 5명 사면에 대한 방송3사의 보도태도다. 방송3사는 이명박 정부가 사회통합 차원에서 용산참사 수감자 5명을 포함시켰다고 언급하면서도, 대부분 형량만기를 앞둔 상황인데다, 용산참사 수감자 중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5년을 받은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전 의장은 사면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을 다루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측근사면 무마용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점은 축소·외면한 셈이다. 더욱이 31일 용산참사 수감자의 출소 소식 역시 방송3사 보도에서는 없었다.<끝>
2013년 2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