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기획모니터 보고서(2013.1.21)
등록 2013.09.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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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덩어리 4대강사업, 방송3사도 공범이다

 
감사원이 22조원 혈세가 투입된 이명박 정부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에 대해 ‘총체적 부실’로 평가했다. 17일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시설물 품질 및 수질관리 실태에 대한 2차 감사 결과, △설계부실로 인한 보 손상·세굴(땅이 파이는 현상) △검증 없이 시공 △16개보 중 15개 바닥보호공 유실·침하 △11개 보 보수부실 △12개 보 수문 수압·진동 영향 검토 미흡 △3개 보 수문 훼손 우려 △수질관리 기준 및 대책 미흡 △부당한 사업자 선정 및 준공검사 △불합리한 준설량 검토 △유지관리비 과다 예상 △둔치 관리 소홀 우려 △농경지 배수시설 보강조치 미흡 △부적절한 일부구간 준설계획 변경 △부당한 장천지구 준설토 매각 △부당한 준설토 운반비 정산 △선정 근거 없는 명품보 등 설계부터 공사단계, 유지관리까지 모두 부실로 드러났다. 사업의 타당성과 절차적 위법성, 환경파괴 문제 등이 감사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감사원은 4대강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감사원은 지난 2011년 초 4대강사업 1차 감사 결과 발표에서 사업 타당성이나 환경, 문화재 파괴 등 우려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판정하면서, “전반적으로 홍수예방과 가뭄극복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 또한 이번 2차 감사는 지난 1차 감사 결과를 뒤집은 것으로, 이미 지난해 9월 11일 완료됐으나 감사원은 4개월이 지난 후에야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감사원이 이번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4대강사업 문제로 인해 곤란에 처하지 않도록 발표를 미뤘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방송3사, 감사결과 단순중계‥MB정부vs새누리당 갈등구도 부각
 
방송3사는 17일 감사원이 보 부실공사, 수질관리 미흡, 4대강 입찰 담합 등의 문제들에 대해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 내용은 사실상 감사원의 발표 내용을 요약해 중계보도한 데 그쳤으며,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KBS는 8번째, MBC는 17번째, SBS는 19번째 꼭지로 보도를 후반배치 했다. 더구나 방송3사는 이번 2차 감사결과가 1차 감사결과와 정반대로 나온 점, 그리고 발표시기가 이토록 늦춰진 점에 대해 일절 침묵했다. 뿐만 아니라 4대강조사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가 4대강사업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된 위원회를 설치해 전면적 재검토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이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했다. 심지어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전면 재조사할 것과 특검을 통해 사법처리할 뜻을 밝혔지만 방송3사는 당일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방송3사는 4대강사업 부실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된 18일, 감사원의 2차 감사 결과에 청와대가 반론을 제기하고 새누리당이 ‘4대강사업’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자 ‘당정충돌’을 강조하며 “새누리당이 정부에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밝히고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는 점을 주요하게 띄웠다. 17일 감사원 발표를 8번째 배치했던 KBS는 18일에는 보도를 첫 머리에 내보냈다. SBS도 4번째 꼭지로 전날보다 앞쪽에 보도를 배치했다.
이처럼 방송3사가 비판여론이 높은 4대강사업 문제를 ‘이명박 정부’ 대 ‘새누리당’ 간의 갈등구도로 보도한 것은 방송3사가 새 정부에 대한 정치적 줄서기에 나섰다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야당과 시민사회에 한정됐던 문제의식이 여당에까지 미친 점은 앞으로 남은 4대강사업 부실문제의 진상규명에 있어 다행스런 일이지만,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의 집권여당으로서의 자기반성과 책임은 회피한 채 모든 잘잘못을 이명박 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사태해결에 있어 바람직하지 못한 자세다. 그러나 방송3사는 감사 결과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 이명박 정부와 선긋기에 나선 새누리당의 입장을 중점 보도했다. 이는 야권과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축소·은폐하면서 ‘정권 나팔수’ 노릇을 해온 그동안의 보도행태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번 감사 결과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4대강사업 시작에서 종료까지 야당, 시민사회, 전문가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됐던 사안이다. 지난해 6월 4대강사업이 완공된 후 경남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가 발표한 낙동강 하류 일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 보 건설로 물의 흐름까지 바뀌어 “4대강 사업 이전 수준의 정확한 홍수예보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의 안전성 검사는 최악수준인 E등급이 매겨졌다. 낙동강 특위는 높아진 강둑 경사로 인해 공사 이후 웬만한 장비로는 퍼올리기 어렵게 돼 농업용수 확보도 4대강사업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가뭄·홍수·수질개선 모두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 증설로 인한 유속저하는 이후 최악의 ‘녹조라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가뭄·홍수·녹조 등 문제가 터질 때마다 시종일관 ‘폭염’, ‘폭우’ 등 하늘 탓을 할 뿐, 4대강사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4대강이 완공된 2011년 10월 22일 KBS는 4대강 사업의 성과로 ‘4대강 본류에 홍수피해가 없다’는 정부 주장을 적극 보도했는데, 본래 홍수피해가 본류가 아닌 지류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아 정부의 여론호도에 공영방송이 가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2011년 4대강사업 완공 하루 만에 강정 고령보에서 물고기 3-4천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가동보 수문개방으로 고정보 쪽 물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며 4대강사업 폐해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으로 기록됐지만 방송3사는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방송3사는 ‘4대강사업으로 가뭄을 극복했다’, ‘홍수를 예방했다’는 등 ‘4대강 자화자찬’에 대해서는 비판 없이 중계하거나 띄우는 보도를 냈다. 극심한 녹조로 전국 강이 몸살을 앓던 지난해 여름, 이 대통령은 리우20행사에서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4대강사업을 홍보할 계획을 세워 빈축을 샀으나 방송3사는 이 같은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4대강사업 보도, ‘새 정부 줄서기’로 ‘본말전도’ 돼선 안 돼
 
방송3사는 이명박 정부의 국가재정 손실이나 4대강 파괴를 알려내야 할 의무를 저버림으로써 4대강사업 부실을 방조했다. 방송3사는 4대강사업과 관련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침묵하거나 이명박 정부의 거짓 성과 띄우기 보도로 일관하며 사기극에 적극 가담해 왔다. 이러한 방송3사의 책임 방기 원인의 절반 이상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에 있다.
2010년 3월 김재철 사장 부임 전까지 MBC는 4대강사업의 폐해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2월 4대강사업을 앞두고 정부가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실평가논란이 일었다. 방송3사 중 MBC가 유일하게 이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보도는 대한하천학회와 국립환경과학원의 검사 결과 정부평가와 비교해 중금속 검출이 최소 8.4배∼190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지적하며 부실평가논란을 적극 알렸다. MBC는 2010년 6월. 민주당이 보 안전성 검증을 위한 수리 모형 실험을 예고했음에도, 정부가 검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16개 보 가운데 15개의 보에 대한 설계를 완성시켰다는 점을 보도하며, 정부의 4대강 공사 강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메인뉴스 외에도 MBC는 시사탐사프로그램인 < PD수첩>을 통해 <착공 한 달 전, 기로에 선 4대강>(2009년 9월), <4대강, 수심6미터의 비밀>(2010년 8월)을 내보내 4대강 살리기가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진행한 토목공사라는 점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김재철 사장 부임 후 상황이 달라졌다. < PD수첩_4대강 수심6미터의 비밀>편은 사측의 방송금지가처분신청으로 일주일 뒤에야 방영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나마 MBC노조의 김재철 사장 출근저지운동 등 내부투쟁으로 간간히 비판적 보도가 전파를 탔지만, 김재철 사장이 재임된 2011년 이후 대대적 해고 단행 등 보도 및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본격적인 재갈물리기에 돌입하면서 4대강사업에 대한 비판은 물론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리한 보도는 점차 사라지고, 정권의 치적을 예찬하는 목소리만 보도를 가득 채우게 됐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KBS와 MBC를 중심으로 ‘새 정부 줄서기’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점은 4대강사업의 폐해와 극복에 있어 거대한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의 보도행태로 보아 방송3사가 ‘박근혜 인수위 눈치보기’를 시도하며, 사안을 소모적인 여야 정쟁으로 비틀어 새롭게 출범하는 새누리당 정부를 이 문제의 해결사로 띄우는 정치적 이미지 연출로 왜곡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우려들을 극복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방송인들의 자성, 다른 한편으로는 △낙하산 사장의 퇴진 △제작 자율성의 보장 △방송의 민주적 거버넌스 구조 확립 등을 통한  방송의 독립성‧공정성 회복이 있기를 기대한다.
 
 
 


2013년 1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