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0월 16-17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브리핑(2012.10.18)MBC, 노골적인 ‘NLL 북풍몰이’…KBS·SBS, ‘여야 정쟁몰이’
■ MBC, 노골적인 ‘NLL 북풍몰이’ … KBS‧SBS, ‘여야 정쟁몰이’
대선을 앞두고 NLL(서해북방한계선)을 둘러싼 ‘북풍몰이’가 재개되고 있다. 17일 새누리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청와대 보관용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본을 폐기토록 했다며, 야당 대선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펼쳤다. 지난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비공개 대화록’에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들어있다고 주장한 이후, 새누리당은 ‘비공개 대화록’의 존재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의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는 발언을 두고 영토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왜곡하면서,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과 같은 논리”라며 호도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주장은 역사적 근거를 외면한 일방적 주장이다.
먼저 NLL은 군사분계선이 아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당시 군사분계선을 정하면서 해상에 대한 어떠한 경계선도 정하지 못했으며, “본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과 증보는 반드시 적대 쌍방사령관들의 상호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후 1953년 8월 유엔군총사령관 마크 클라크가 정전협정과 무관하게 NLL을 그었다. 당시 남측이 북쪽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북측이 남쪽으로 침범하는 것에 대해서는 쌍방의 합의와 통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3월 9일 방송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따르면, 유엔사 고위장교는 “그건 우리측 배가 넘어가지 말라고 한 것이며 이제는 남과 북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선박이 NLL을 넘어오면 정전협정 위반이냐는 질문에도 “NLL은 휴전선이 아니다. 적대행위를 할 경우에만 정전협정 위반이다”고 답변했다. 또한 1989년 메네트리 당시 유엔군사령관은 이상훈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 선박들이 단순히 북방한계선을 월선한 데 대해 유엔군 사령부는 항의할 권한이 없다”고 전한 바 있다.
국방부도 1993년 발간한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제2집』에서 “NLL은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선으로 해상 군사분계선이 아니다”고 적시하고 있으며, 1996년 당시 이양호 국방부장관은 국회에서 NLL을 두고 “해상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이건 정전협정과 관계없고, 넘어와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수구신문의 대명사인 조선일보 또한 이 같은 이양호 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한 적이 있다(1996년 7월 18일자 <‘합의된 선’없어 논란 무의미>).
또한 NLL은 협의의 대상이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남북불가침 부속합의서’는 제10조에서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했다. 이는 정전협정에서 차후 협의 과제로 남겨뒀던 해상경계선을 92년 이전까지도 남북이 ‘협의’해왔고, 앞으로도 ‘협의’할 대상이라는 점을 밝혀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2007년 당시 정상회담 배석자들은 “NLL이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했으며,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이 회담에 배석하지 않은 것을 근거해 NLL을 다룰 계획조차 없었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면서, ‘헌법상 북한도 우리 영토’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 발언을 “NLL 포기”로 규정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다. 아울러 1999년 연평해전 이후 NLL을 둘러싼 충돌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NLL 주변 해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만드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17일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제기한 새누리당 정문헌과 이철우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기로 하면서 새누리당의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 가운데 방송3사는 여야 정쟁을 부각시키면서도, NLL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심지어 MBC는 연일 노 전 대통령의 “NLL은 영토선 아니”라는 발언을 “NLL 포기”로 몰면서 ‘북풍몰이’에 적극 가세했다. 16일에는 NLL이 해상경계선이라고 일방주장하면서 NLL에 대한 논의 자체를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왜곡한 뒤,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새누리당의 공세를 중계하기도 했다. 17일에도 MBC는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는 것은 ‘독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 도발과 같은 주장’과 같다”는 새누리당의 억지논리와 ‘참여정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주장을 여과 없이 전했다.
KBS는 NLL을 둘러싼 여야 공방을 나열한 보도를 내놨고, SBS는 정수장학회 건과 묶어 여야 공방으로 전했다.
<노 전 대통령 “NLL 영토선 아니다”>(MBC, 전재호/10.16)
<실질적 남북 해상 경계선>(MBC, 김정호/10.16)
<"책임지고 사퇴?""국민 속인 것">(MBC, 현원섭/10.16)
<“NLL 국정 조사”‥“허위사실 유포”>(MBC, 노재필/10.17)
<靑 “NLL 대화록 청와대에 없다”>(MBC, 김재영/10.17)
16일 MBC <노 전 대통령 “NLL 영토선 아니다”>는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와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곳곳에 남겨진 자료에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마무리멘트에서 “이제 남은 논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느냐”라며 사실상 새누리당의 ‘비밀 녹취록’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책임지고 사퇴?""국민 속인 것">에서는 NLL관련 논란을 우선 전하며, 새누리당이 “연일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면서 “NLL 관련 발언이 사실이면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후보 사퇴하겠다는 뜻인지 밝히라”며 공세를 펼치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주요하게 실었다.
17일 <“NLL 국정 조사”‥“허위사실 유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당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폐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보도를 시작했다. 기자리포트에서는 “새누리당 정몽준 공동 중앙선대위원장은 NLL이 영토분계선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논리대로라면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도발도 정당하다는 주장이 성립된다고 말했다”며 악의적 흑색선전을 전한 뒤, “대화록 폐기 지시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가 연관됐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반론에 대해서는 “자료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문 후보의 반박을 전했으나, NLL과 관련해서는 “지난 2007년 정상회담 직후 당시 정부의 NLL에 대한 입장변화가 없었다”고 한 점만 짤막하게 언급해, ‘NLL을 포기한 적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지 않았다.
뒤이은 <靑 “NLL 대화록 청와대에 없다”>는 “청와대 측은 무척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며 폐기됐다 아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며 보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자리포트에서는 “현재 청와대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 사람간의 대화록이 청와대에 보관돼 있었으며,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임기말 파쇄됐다는 일부언론의 보도와 관련해서는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어 보도의 앞뒤 맥락이 달랐다.
<공방 계속…나흘째 파행>(KBS, 김상협/10.16)
<“폐기 의혹”…“흑색 선전”>(KBS, 김경진/10.17)
16일 KBS <공방 계속…나흘째 파행>은 민주통합당이 “정문헌 의원이 갖고 있다는 대화록을 공개하고 허위로 드러날 경우 박 후보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밝히라”고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NLL 의혹 관련 문서 공개에 동의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문 후보가 NLL 논란의 전모를 밝히면 해결된다”는 새누리당의 공세를 덧붙였다.
17일 <“폐기 의혹”…“흑색 선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대화록이 폐기됐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민주당의 고발에 새누리당이 맞고발하겠다고 응수하면서 법정공방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보도는 △문 후보 책임론 △NLL 부정은 영토 주권의 포기라는 새누리당의 공세를 전한 뒤, “근거 없는 흑색 선전”이라는 문 후보의 반박과 민주통합당이 정 의원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화록 공개·지분 매각설 연일 논란>(SBS, 김정인/10.16)
<상대 후보 맹공..고발 맞대응>(SBS, 김윤수/10.17)
16일 SBS <대화록 공개·지분 매각설 연일 논란>은 “여야 힘겨루기가 치열”하다면서, “새누리당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후보가 회담의 전모를 공개하라고 촉구”했고, 문 후보 측이 “정문헌 의원이 봤다는 대화록을 공개하고 박근혜 후보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데 동의”하겠다고 맞받았다고 양측 입장을 나열했다.
17일에도 <상대 후보 맹공..고발 맞대응>에서 “여야 양측이 제대로 붙어볼 이슈를 잡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정쟁을 부각했다. 보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표적으로 삼아 야당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대화록 폐기를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문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삼았다”며 새누리당의 공세를 전달했다. 이어 문 후보 측이 “참여정부의 온라인 문서관리체계상 문서 폐기는 불가능하다며 흑색선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면서, 민주통합당의 정 의원에 대한 고발방침을 덧붙였다.
2012년 10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