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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13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12.5.14)미 쇠고기 '근거없이' 안전하다는 정부…믿으라는 방송3사
현지조사단이 필수적으로 조사해야하는 ‘광우병 소 사체 조직검사’, ‘광우병 소 이력 추적 파악’, ‘광우병 발생 농가 현장 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미국 측이 허가한 일정과 장소 내에서 미국 정부와 미국 축산 농가의 입장만 확인한 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발생농가의 현장검증 대신 광우병 발생 농장주에 대해 비서면 질의응답을 진행한 것을 놓고 그 자체로 검역주권의 후퇴를 증명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게다가 이번 광우병은 의학적으로 안전성이 규명되지 않은 ‘비정형광우병_L형’이다. 조사단 역시 지난 3일 ‘비정형광우병-L형’을 확인했다는 발표를 하면서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럼에도 귀국 후 비정형 광우병의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 없이 “전염·유입 우려 없다”는 정부 주장을 되풀이했다.
조사단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의 정부 주장을 재확인하는 결과를 발표하자 ‘광우병위험감시 국민연석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현지조사단 조사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한 짜 맞추기였다”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구성단계부터 친정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 이미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정부의 태도 역시 “면피용 짜 맞추기식 조사”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지조사단의 결과를 보고 ‘검역 중단’, ‘수입 중단’을 결정하겠다던 정부는 석연찮은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근거삼아 “현행 검역강화 조치(50% 개봉검사)만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달 25일 광우병 발생 이후 단 한 차례도 중앙가축방역협의회를 구성하지 않던 정부는 조사단이 귀국하자마자 반나절 만에 협의회를 개최하고 관계장관회의를 거친 뒤 곧바로 기자브리핑을 진행해 졸속으로 협의회를 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구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 문제를 제기해온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협의회 개최 하루 전날 문자로 통보받아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구색맞추기식 협의회”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 가운데 방송3사의 11일 보도는 “안전하다”는 조사단의 결과 발표와 정부의 입장을 주로 전했다. 비정형광우병의 안전성 문제 등 광우병을 둘러싼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과 조사단의 조사과정의 의혹, 졸속으로 이뤄진 중앙가축방역협의회 문제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의혹이 남아있음에도 방송3사는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KBS와 SBS는 정부의 입장에 대한 반론을 전했으나 ‘광우병 발생 농가를 방문하지 못한 데 대한 우려’에 대해서만 보도했다.
MBC는 ‘광우병 발생 농가’를 현장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은커녕, 농장주를 상대로 한 서면조사를 중요한 근거자료인 양 제시하는 정부의 발표를 비판 없이 전달하고 나섰다.
한편 12일 시청광장에서 열린 ‘수입중단 및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MBC만 단신보도했을 뿐, KBS와 SBS는 보도가 없었다.
<수입반대 촛불집회>(MBC, 앵커단신/12일)
<“美 쇠고기 안전…검역강화 유지”>(KBS, 이윤희/11일)
<“美 쇠고기 안전” 결론>(SBS, 정형택/11일)
MBC는 <“미국 쇠고기 안전”>에서 정부조사단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결론냈다고 전하며 “정부는 긴급히 가축방역협의회를 연 뒤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협의회가 졸속으로 진행돼 광우병의 위험성을 제기한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정부가 “광우병 소와 같은 농장의 다른 소 1,400마리에 대해서는 농장주를 상대로 한 서면 질의응답으로 조사했다”며 “발생 농가에서 같이 사육되고 있었던 소 중에서 BSE(광우병) 의심증상을 보이는 젖소를 물어봤다. 이는 없다고 답변을 했다”는 주이석 조사단장의 발언을 실었다. 그러나 보도된 내용은 조사단이 직접 현장검증을 통해 얻은 사실이 아닌 광우병 발생 농장주에게 서면으로 묻고 답한 내용인데도 문제 지적이나 비판 없이 ‘미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인양 단순전달하고 나섰다.
그리고는 정부가 조사단의 보고서 점검한 뒤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쇠고기는 국민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서규용/농림식품부 장관)”고 보도했다.
반론에 대해서는 “야권은 부실 조사라며 검역중단을 요구했고, 시민단체는 내일 다시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경고했다”고 짧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12일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는 ‘수입중단 및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산소고기 중단 촛불집회 대해 단신으로 보도했다.
KBS도 “안전하다”는 정부의 입장 전달에 보다 무게를 실었다.
11일 <“美 쇠고기 안전…검역강화 유지”>에서 “광우병 민관합동조사단의 결론은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것”이라며 “발생 가축이 사료든지 사람의 식육으로도 들어오지 않은 것을 우리들이 확실히 확인했다”는 주이석 조사단장의 발언을 실었다. 그리고는 “정부는 수입이나 검역중단 필요성은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면서 “다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해 개봉 대상을 50% 이상 늘린 검역 강화 조처는 유지”했다는 등 정부 발표를 주요하게 전했다.
이어 “핵심 조사대상인 광우병 발생 목장 방문이 끝내 이뤄지지 못해 조사 결과의 신뢰도에 한계를 드러냈다”며 “사육된 목장에서 비슷한 사료를 먹고 비슷한 월령에 있는 소들이 얼마나 있는지 국민들이 안전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불안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유한상/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이라는 전문가의 반론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현장견학 수준의 짜맞추기식 조사였다고 비판하고 나섰다”며 조사단 파견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을 간단하게 다뤘다. 하지만 조사단의 조사 전반에 대해 다루기보다는 현장 방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만 다루는데 그쳤다.
SBS도 11일 <“美 쇠고기 안전” 결론>은 “정부는 미국 현지조사를 통해 이번 광우병이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비정형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죽은 소에 부착된 금속 표와 기록 등을 통해 발병한 소가 10년 7개월짜리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는 등 정부의 주장을 전달하며, “현지조사와 전문가 검토 결과,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쇠고기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는 서규옹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발표를 실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우려와 불안을 감안해 현재의 검역 강화조치는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SBS도 문제점은 광우병 발병 농가를 방문하지 못한 것만 보도하는 데 그쳤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고 국내에서도 다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을 가지고 마치 현지조사를 가서 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박상표/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는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전했다. 그리고는 “시민단체들은 내일 저녁 촛불집회를 갖기로 하는 등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