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KBS 뉴스 이 지경이니…
- 손수조 띄우고, ‘청와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외면
■ KBS 공천보도 … ‘친이계 탈락 친박계 약진’은 쏙 빼고, ‘손수조’는 띄우고
5일 새누리당이 2차 공천자 81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친이계가 대거 탈락했다. 공천에 탈락한 16명의 현역의원 가운데 13명이 친이계고, 친박계는 3명에 불과했다. 친이재오계 권택기 의원 등이 탈락했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쓴소리를 해 온 전여옥 의원의 지역구는 전략공천지역으로 결정돼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청와대 출신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이른바 ‘MB맨’들도 탈락했다. 반면 친박계는 살아남았다. 당에 거취를 맡겼던 홍사덕 의원은 종로 공천을 받았고, KBS 도청 의혹에 연루된 한선교 의원과 부산저축은행이 추진한 아파트 시행사업과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을 받은 이성헌 의원 등도 공천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야권 대선후보인 문재인 후보가 출마하는 부산 사상에서는 손수조 씨를 공천했다. 이를 두고 정치경험이 전무한 ‘신인’을 야권 대권주자와 맞붙게 해 야당에 지더라도 타격을 덜 받으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손 씨가 유력한 공천 대상자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의 띄워주기가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호남 공천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 탈락했다. 김영진, 강봉균, 최인기 의원 등 관료 출신을 포함한 6명의 의원이 탈락했다.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 측은 해당 지역구의 교체 여론이 높고 현역 의원들이 서로 점수를 매긴 ‘다면평가’에서도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진표, 강봉균 의원 등 이른바 관료 출신 의원들이 당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시민사회에서는 한미FTA 등 주요 사안에서 민주통합당이 제 목소리를 내고 여당과 맞붙어 싸우지 못한데에는 당 내부 요인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인적 쇄신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어 왔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통합당의 이번 호남 공천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호남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 공천에서는 도무지 쇄신 의지를 찾아 볼 수 없다. 시민사회에서 ‘X맨’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김진표 의원을 비롯해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사, 비리 연루자 등을 공천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5일 방송3사는 여야의 공천 발표를 뉴스 첫 머리로 주요하게 보도했는데 단순전달 위주였다.
일부 보도에서는 차이를 보였는데, KBS는 새누리당 공천이 ‘친이계 대거 탈락, 친박계 약진’으로 결론 났지만 이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채 “현역 의원 탈락”이라고만 언급했다. 그러면서 탈락자들을 감싸는 듯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발언을 싣기도 했다. 또 공천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부산사상 문재인 후보와 맞붙게 된 손수조 씨 인터뷰를 싣는 등 띄워주기 보도행태를 보였다.
MBC와 SBS는 제목에서부터 ‘친이계 대거 탈락’을 언급하는 등 KBS와는 차이를 보였다. 두 방송사는 손씨 인터뷰를 따로 싣지도 않았다.
KBS <81명 공천…현역 16명 탈락>(곽희섭 기자)
<호남 현역 6명 탈락>(홍성철 기자)
<공천 결과 반발 잇따라>(강민수 기자)
KBS <81명 공천…현역 16명 탈락>(곽희섭 기자)은 새누리당 2차 공천자 81명의 명단 발표 소식을 전했는데, 다수 친이계가 탈락하고 친박계가 약진했지만 제목부터 시작해 앵커멘트, 기자멘트 등에서도 시종일관 “현역 의원 탈락”이라고만 전했다. 그러면서 “공천을 받지 못한 분들도 우리 새누리당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탈락자들을 감싸는 듯 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실었다.
한편 공천을 받은 후보 중에서는 유일하게 손수조 씨만 인터뷰가 실리는 ‘특별대우’를 받았다. 야권의 대권후보인 문재인 후보와 맞붙게 되는 손 씨는 인터뷰에서 “권력지향으로 나아가는 자와 지역 애착형으로 남을 자에 대한 선거 구도가 짜여졌다”며 문 후보를 폄훼하는 주장을 폈다.
앞서 KBS는 2월 20일 보도에서도 “제가 비록 돈이나 조직은 없지만 보통 사람도 정치할 수 있는 거잖아요”라는 손 씨의 인터뷰를 실은 바 있다. 정치신인 중에서 KBS 메인뉴스에서 지속적으로 인터뷰가 실린 경우는 손 씨가 유일했다. 더구나 대다수 정치신인들 인터뷰는 선거부정 관련한 내용이 다수였다.
<공천 결과 반발 잇따라>(강민수 기자)에서는 여야의 공천 반발을 다뤘는데, “친이 친박 갈등”으로 접근했다. “대거 낙천한 친이계의 반발이 거세다”, “박근혜 위원장의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이 핵심”이라며 진수희 의원과 전여옥 의원 등의 주장을 전했다. 그러나 공천 반발 소식 보도에서도 친이계가 대거 탈락했고 친박계는 약진했다는 사실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어 민주통합당은 관료 출신들 탈락이 많았다며 “친노 세력이 ‘정체성’을 명분으로 자신들을 배제시켰다며 반발했다”, “모호한 도덕성 기준에 승복할 수 없다”는 등의 반발을 전했다.
MBC <친이계 현역 의원 대거 탈락>(박성준 기자)
<호남 현역 의원 6명 탈락>(배선영 기자)
<거센 반발 “무소속 출마 불사”>(문호철 기자)
MBC는 <친이계 현역 의원 대거 탈락>(박성준 기자)에서 “계파별로는 친이계 다수가 공천에서 탈락하고 친박계가 약진해, 여권 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에서도 “수도권에선 친박 친이의 명암이 엇갈렸다”, “현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도 탈락했다”고 보도했다.
<거센 반발 “무소속 출마 불사”>(문호철 기자)에서는 새누리당의 “다수 친이계의원들은 이는 ‘정치적 보복’이며 새누리당이 ‘박근혜 사당’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통합당에서도 “‘김대중 민주계에 대한 학살’이라며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SBS <81명 공천..친이계 대거 탈락>(한승희 기자)
<호남 물갈이..현역 6명 탈락>(정성엽 기자)
<격전지 윤곽..반발 격화>(김정인 기자)
SBS도 <81명 공천..친이계 대거 탈락>(한승희 기자)에서 “친이계가 13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도 탈락했다”고 전했다.
<격전지 윤곽..반발 격화>(김정인 기자)는 서울 종로와 부산 사상 등 공천이 확정된 지역의 여야 후보들을 소개하고, 여야 낙천 인사들의 주장을 덧붙였다.
■ 청와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 인멸 지시 … KBS 외면
청와대가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저지른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민간인 불법사찰로 재판 중인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이 검찰의 압수수색 이틀 전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한강에 버리던 부수던 물리적으로 없애라’고 지시했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과 모두 얘기를 끝낸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켰다고도 증언했다. 장 전 주무관의 증언대로라면 청와대와 검찰이 공조해 국가기관이 저지른 민간인 불법을 은폐하는데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민간인 신분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상대로 벌인 불법 사찰을 말한다. 국민은행 하청업체 KB한마음의 대표로 일했던 김종익 씨가 2008년 7월 당시 인터넷에서 크게 유행하던 이명박 대통령 비판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리자, 지원관실에서 영장 없이 김 씨의 회사를 수색해 회계 자료들을 강제로 회수해 가고 회사 직원들을 국무총리실로 불러 취조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 또 국민은행을 통해 압박을 가해 김 씨는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보유 주식을 시세의 3분의 1 가격에 처분하기까지 했다. 이후 지원관실은 김 씨를 횡령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은 김 씨가 야당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김 씨의 횡령 혐의는 나오지 않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만 검찰에 송치됐으며, 이마저도 법원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김 씨는 2010년 이러한 불법사찰 사실을 언론에 폭로했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검찰은 배후를 밝히기는커녕 총리실 산하 실무자들만 기소하는 데 그쳐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청와대와 검찰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은폐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지만, KBS는 일절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5일 MBC와 SBS는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MBC <“청와대 증거 인멸 지시”>(이효동 기자)
SBS <“청와대가 은폐 지시”>(조성현 기자)
MBC <“청와대 증거 인멸 지시”>(이효동 기자)는 “이미 사건은 종결됐지만 폭로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라 파장이 있을 거로 보인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청와대의 증거인멸 지시 등에 대한 장 전 주무관의 증언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을 설명했다. 또 뒤늦게 사실을 밝혔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제가 이 사실을 저 혼자 가지고 있기가 너무 괴로웠고,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말씀드리는 게 국가공무원으로서 남은 마지막 도리”라는 장 전 주무관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검찰과 청와대의 반발을 실은 뒤 “하지만 증거인멸 당사자가 청와대 개입을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SBS <“청와대가 은폐 지시”>(조성현 기자)도 “청와대 연루설이 무성했지만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은 종결”됐는데 뒤늦게 장 전 주무관이 ‘청와대 증거인멸 지시’를 주장했다며 장 전 주무관의 구체적인 증언을 전했다. 이어 ‘수사에 문제가 없었다’는 검찰의 주장을 전한 뒤, “민주통합당이 청와대 은폐 지시 주장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MBC, 잇따른 ‘방송사고’
한편 MBC는 뉴스 말미에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권재홍 앵커의 클로징 멘트 직전에 3분 30초에 달하는 명품 광고가 삽입된 것이다. 20~30초 가량인 통상적인 광고 시간과 달리 4분여에 달하는 ‘긴’ 광고 뒤에 권 앵커의 인사가 나오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뉴스 도중에 웬 명품광고냐’, ‘대형 방송사고’라는 등의 시청자 반응이 잇따랐다.
MBC 측은 광고가 긴 것일 뿐 방송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긴 광고시간, 뉴스 중간에 초고가 명품인 까르띠에 광고를 내보냈다는 점 등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MBC는 지난 2월 25일에는 날씨보도에서 ‘삼일절’을 ‘개천절’로 표기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 이렇게 방송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주장하는 MBC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MBC는 현재 뉴스도 축소 편성하는 등 파행방송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MBC 사측은 잇따른 방송사고와 파행 방송에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외면한 채 노조 탄압에만 앞장서고 있다. <끝>
2012년 3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