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쌍용차 ‘죽음의 행렬’을 외면하는 KBS·MBC
■ 쌍용차 ‘죽음의 행렬’을 외면하는 KBS·MBC
지난 2009년 2,646명의 대량 해고로 촉발된 쌍용차사태 이후 지난 1,000일 동안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21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사망한 민 모씨는 희망퇴직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로 장기간 술을 많이 마시면서 당뇨와 합병증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숨진 20명은 자살과 스트레스 질환 등으로 숨져 정리해고 사태가 죽음을 야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09년 5월 쌍용자동차 사측의 대량해고 계획이 알려지자 쌍용차노조는 평택공장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정부와 사측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경찰력과 용역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물과 전기를 끊는 등 가혹한 조치를 취했다. 더군다나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헬기와 테이저 건등을 사용해 노동자들을 강제 진압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강제진압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긴급 구제조처를 권고받기도 했다. 77일만에 노사는 461명의 ‘1년 무급휴직 뒤 복직’을 합의했다. 당시 희망퇴직은 2026명, 정리해고는 159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1,000일이 지난 지금 복직된 무급휴직자는 한명도 없다. 지난해 쌍용차 판매량은 11만 3천대로 2009년 3만 5천대에 비해 3배정도 올랐지만 여전히 사측은 “아직 회복단계”라며 2014년까지 복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1,000일이라는 시간동안 무급휴직자들은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신분이 ‘쌍용차 소속’이라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고, 취업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희망퇴직자들과 정리해고자들도 절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다른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쌍용자동차 노동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공장들이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에 대해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쌍용차의 경우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 10명 중 7명꼴로 중증이상의 우울증이 보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작년 3월, 쌍용차 해고자들의 잇따른 자살문제가 불거지자 평택시가 나서 일자리를 알선하고 심리치료를 돕겠다고 한 것이 전부다.
더군다나 사측과 경찰은 경제․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125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해 현재 노조원들은 퇴직금까지 가압류된 상태다. ‘정부가 쌍용차 노조원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버리고 있다’는 절규가 쏟아진다.
한편 이날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특수공무집행 방해 치상 등의 혐의로 쌍용차 노조 조합원 24명 중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21명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쇠파이프와 화염병 등으로 무장한 채 국가공권력에 대항하는 것은 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동으로 용납될 수 없고, 쟁의행위나 점거파업이 야기한 중대한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약자인 조합원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점거파업에 이르게 됐고, 경찰의 무리한 대응으로 인한 인권침해 시비도 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집행유예가 나오긴 했지만 재판부가 당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형을 확정해 판결 이후 노조원들이 징계해고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방송에서 쌍용차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쌍용차 사태 1,000일이 되는 15일, 메인 뉴스에서 관련보도를 내놓은 것은 SBS뿐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SBS도 쌍용차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SBS <해고 1,000일…머나먼 복직>(서경채 기자)
SBS <해고 1,000일…머나먼 복직>은 지난 2009년 노사가 구조조정에 합의했으나 복직은 없었다면서 “희망이 사라지면서 해고자와 그 가족은 시들어갔다”, “자살 11명, 스트레스 질환 사망 9명으로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직의 전제 조건인 회사 사정은 그 사이 꽤 좋아졌다”, “해고 당시인 2009년 3만5000대를 생산했는데 지난해엔 11만3000대로 회복됐다”면서 “(사측이)충분히 경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조건에 도달했다”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러나 회사는 2014년에나 복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노사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이어 이번엔 쌍용차 해고자 지지 운동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MBC는 15일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만 두 달 만에 2명의 ‘쌍용차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관련 내용은 일절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31일, 무급휴직자들의 ‘쓸쓸한 송년’ 모습을 다루면서 쌍용차 문제를 환기시킨 바 있다.
KBS도 15일 메인뉴스에서 쌍용차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저녁 11시에 하는 <뉴스라인>과 16일 아침 뉴스에서는 관련 내용이 다뤄져 의도적으로 메인뉴스에서 쌍용차 문제를 배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낸다.<끝>
2012년 2월 1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