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미중 갈등 본격화… KBS는 “한미동맹만이 살 길”?
■ 미중 갈등 본격화… KBS는 “한미동맹만이 살 길”?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이 새로운 국방전략 지침을 발표했다. 핵심은 ‘중동의 반테러전쟁을 끝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한다’, ‘국방예산을 삭감하고 군 규모는 줄이되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신 국방전략은 동북아 정세는 물론이고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지만 중국을 외면하거나 적대시 할 수 없다. 중국 역시 경제, 남북관계 등에서 한국의 이해가 걸린 중요한 외교 상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미국 편향’으로 흐르는 외교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상대국들과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그 구도가 깨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국방비를 삭감하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을 현행 40%에서 추가 인상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평택미군기지 이전 비용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고, 이명박 정부 들어 주한미군 비용 지원이 크게 늘은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반감이 높다.
미국이 추진하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진행된 미-일연합군사훈련에 처음으로 주한미군 150명이 차출돼 참여하는 등 전략적 유연성도 구체화 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붙박이 군’으로 제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에 미국이 개입할 만한 ‘분쟁’이 발생할 때 주한미군을 차출하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과 대만의 분쟁이 발생하면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이 개입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한국은 자국의 이해와 상관없이 분쟁에 휘말리게 될 위험이 있다.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며 ‘한국민의 안전고려’와 ‘사전협의’를 요구했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은 이미 전 정권에서 합의한 내용”이라며 전략성 유연성을 구체화 시켰다.
거기다 이명박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를 2015년까지 연장해놓은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 전략적 유연성까지 추진돼 미국의 이해대로 주한미군이 파견될 경우 한국의 군사주권자체가 박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7일 KBS는 [이슈&뉴스]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에서 본격화 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중국과 미국의 대치상황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새 국방전략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보도는 미국 국방전략을 홍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의 신 국방전략에 따른 한국의 외교정책을 점검하거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전략적 유연성 등 우려가 제기되는 사안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없었다.
KBS [이슈&뉴스]<G2 본격 힘겨루기?>(이춘호·유지향·원종진·양영은 기자/2.7)
보도는 먼저 미국이 ‘신국방전략’에 따라 첨단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타이완, 인도, 아프간 등 주변국들과 군사협력을 통해 중국을 자신들의 영향력 안으로 포위하고 있다고 설명한 후, 해군력 강화 등 중국의 대응을 덧붙였다.
이어 보도는 미국의 새 국방전략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하지만 보도 내용은 미국이 국방비를 줄여도 ‘주한미군의 규모는 2만 8천여명으로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안심하는데 그쳤다.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단순한 상황 전달에 그쳤다. 또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한 미 국방전략이 본격화 되고 있다면서도 우려되는 문제점을 짚기 보다는 “한미 동맹유지와 주변국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을 뿐이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 압박이 정당한 요구인지, 미국의 새 국방전략에서 한국의 입지는 어떻게 되는지, 이명박 정부의 ‘미국 편중’ 외교정책에 대한 평가 등등에 대한 분석은 일절 하지 않은 채 ‘한미동맹 유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만 높인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본격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논란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KBS의 이런 무비판적인 보도는 비단 7일 뿐이 아니다. 지난 2일 KBS는 주한미군이 미일 합동군사훈련에 차출됐다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또 미 육군이 신속기동군 지휘소를 지난해 하와이에 마련했다는 등 미군의 움직임을 전하면서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뒤 주한미군을 공군 중심으로 재편하고, 육군인 미 8군은 아태 지역의 유연한 기동군으로 활용한다는 중장기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이는 데 그쳤다.<끝>
2012년 2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