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KBS ‘알맹이’ 쏙 뺀 ‘안철수 재단’ 보도
- 오로지 ‘안철수 정치행보’로만 접근
■ KBS ‘알맹이’ 쏙 뺀 ‘안철수 재단’ 보도
- 오로지 ‘안철수 정치행보’로만 접근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철수재단’(가칭)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안 원장은 “나눔은 시혜성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받은 몫을 다시 돌려주는 수평적인 개념이어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 기여’, ‘교육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기회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또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학비가 모자란 학생에게 대출해 주고, 학생은 자립 후 다시 돈을 갚는 키바(KIVA)를 예로 들면서 수혜자가 자립 후 재능 혹은 노동기부를 통해 나눔 행위에 보답하는 ‘가치의 선순환’을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IT를 기반으로 SNS 등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기부할 수 있고, 수혜자와 기부자가 서로 의견을 소통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라고 한다.
이 날 안 원장은 자신의 역할을 ‘재단설립과 기부’까지로 한정하면서 재단을 이끌어갈 이사진에 법률․회계․창업․기부 관련 전문가를 위촉하고 이사장으로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고문을 선임했다.
‘안철수재단’은 기부를 ‘수평적’인 것으로 재 개념화 하고, 기부참여 장벽을 낮췄으며 최초 설립자가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그동안 재단설립과 기부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재벌총수들의 ‘면죄부’ 수단이나 세금 탈루 통로로 사용됐던 것과 견주어 볼 때, 새로운 기부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모아지고 있다.
한편, 이 날 안 원장은 정치행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사회에 발전적인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치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부재단과 대권행보를 연관 짓는 시선에 대해서는 ‘왜 연결시키는지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6일 방송 3사는 안철수 원장의 재단 설립 계획을 보도했는데, 내용에서 차이를 보였다. KBS와 MBC는 안 원장이 내놓은 재단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고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로지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KBS는 박영숙 고문을 재단이사장 선임한 것부터, 안 원장의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부여하며 안철수의 ‘정치 참여’여부만 강조하는데 급급했다.
SBS는 재단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안 교수의 정치 참여 여부도 함께 다뤘다.
KBS <“정치도 역할 중 하나”>(강민수 기자)
MBC <“사회 발전 역할 고민”>(단신)
SBS <재단 설립 발표…‘정치’ 여전히 고민> (이한석 기자)
KBS는 <“정치도 역할 중 하나”>에서 안 교수가 “정치도 그 중의 하나일 수 있다”고 발언한 데 주목하며 “지난달 정치에서 한 발 빼는 듯한 발언과는 사뭇 다른 어감”, “최근의 지지도 하락 추세에 대한 경계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는 해석했다. 이어 “재단 이사장에 평민당 총재 권한 대행을 역임한 박영숙 씨를 내세운 것은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에 반대한다는 과거 발언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기부재단 설립에 대한 자신의 몫은 여기까지라고 밝힌 데다 현재 자서전 형식의 책을 집필중인 점 등은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며 정치적 의미를 거듭 부각했다. 반면 이날 기자회견의 목적이었던 안철수재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안 원장의 정치 행보가 주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단 설립 기자회견이었고 안철수재단은 한국사회에 부족했던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기부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안철수 돌풍’ 등을 축소 보도하는데 앞장서 왔던 KBS가 이번에도 재단 설립의 의미 등을 제대로 조명하지 않은 보도를 내놓은 것이다.
MBC <“사회 발전 역할 고민”>은 안 교수가 기부 재단 설립 관련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의 발전적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 중”, “정치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만 짧게 전했다.
SBS <재단 설립 발표…‘정치’ 여전히 고민>은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보유 주식 절반을 기부해 설립할 재단의 중점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소외 계층 교육 지원, 그리고 세대 간 재능 기부를 들었다”면서 “SNS를 비롯한 첨단 IT기반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기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평적 나눔’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재단 운영에 관여하지 않겠다”, “재단 설립을 대권 행보와 연결 짓지 말아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치 참여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지난달 미국 방문 후 귀국할 때보다 참여 쪽으로 한 발 다가서는 듯한 대답을 내놨다”며 안 교수의 발언을 인용한 후 “박영숙 재단 이사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고 야권에서 신망이 두터운 원로란 점도 안 교수의 향후 정치 행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끝>
2012년 2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