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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브리핑(2011.11.11)
등록 2013.09.2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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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김진숙의 309일, 방송3사는 뭘 했나?
- ‘희망버스 충돌’ 부각 밖에 한 게 없지
 
 
 
 
■ 김진숙의 ‘309일 투쟁’ … 방송3사 끝까지 직무유기
 
10일 한진중공업 노사협상이 타결됐다. ‘정리해고자 1년 내 재고용 및 2000만원 생계비 지원’ ‘노사 양측의 고소고발 취하’ 등의 노사 합의안이 조합원 총회에서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309일째 고공농성을 벌여 온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마침내 땅을 밟았다. 김 지도위원과 함께 농성을 벌였던 정리해고 노동자 박성호, 박영제씨와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본부 정홍형 조직부장도 함께 내려왔다. 
한진중 사태는 사측의 일방적 정리해고로 빚어졌다. 사측은 지난 해 12월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노조와의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계획을 통보했고, 20여일 후 지난 1월 6일 새벽 김 지도위원은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크레인에 올랐다. 85호 크레인은 지난 2003년 김주익 전 지회장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다가 129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었다. 사측은 김 지도위원의 농성에도 아랑곳 않고 2월 노동자 170명을 정리해고 했고, 직후 주주들은 174억원의 배당금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의 목숨을 건 투쟁은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며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700여명의 시민들은 6월 11일 ‘1차 희망버스’를 타고 영도조선소를 찾아 김 위원의 정리해고 철회 투쟁에 힘을 보탰다. 김 위원의 투쟁과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5차에 걸친 희망버스는 아름다운 연대의 힘을 보여주며 한진중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사회 여론을 환기시켰다. 결국 국회도 움직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중재안을 만들어 조남호 한진중 회장이 중재안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했고, 이번 합의의 밑거름이 됐다.
한진중 사태 타결은 IMF 이후 ‘경영상의 이유’를 빌미로 손쉽게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해 온 사측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리해고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 의제로 떠올랐다. 또한 희망버스를 통해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연대해 자본권력과 맞서 싸운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경찰과 검찰이 김진숙 위원 등 크레인 농성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져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한진중 사측이 형사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기로 노조 측과 합의 한 마당에 굳이 경찰이 노사합의를 무시하고 고공크레인에서 막 내려와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고 라면도 먹고 싶다’는 김 위원의 소박한 꿈을 짓밟겠다고 나섰다. 경찰은 희망버스 기획자인 송경동 시인 등에게 발부된 체포영장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숙 위원이 1평 남짓한 크레인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을 벌인 309일 동안 방송3사는 한진중 사태와 김 위원의 고공농성 등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김 위원의 투쟁을 사회 의제화 시킨 것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희망버스’였다. 그때까지 김 위원의 투쟁의 외면했던 방송3사는 희망버스 보도마저 사측 용역직원이나 경찰과의 충돌 상황을 부각하는데 급급했다. 한 차례 한진중 사태를 다룬 이른바 ‘심층보도’를 하긴 했지만 노사 양측의 주장을 나열하는데 그쳐 ‘심층보도’라는 말이 무색했다.
이렇게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직무유기 해 온 방송3사는 한진중 사태가 마무리 된 10일 보도에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방송3사는 한진중 노사합의 내용, 김 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모습 등 상황 전달에 그쳤다.
 
<11개월 만에 타결>(KBS, 황현규)
<309일만에 내려왔다>(MBC, 민성빈)
<협상타결 고공농성 해제>(SBS, 송성준)
 
KBS <11개월 만에 타결>(황현규 기자)은 “11개월째 계속된 한진중공업 사태가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라며 노사 합의 내용을 전했다. 이어 “노사 협상이 타결되자, 지난 1월부터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여온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309일 만에 땅을 밟았다”며 김 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모습 등을 전했다. 그리고는 “정리해고를 둘러싼 갈등을 매듭지은 한진중공업 노사는 회사 조기 정상화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전했다.
 
MBC도 <309일 만에 내려왔다>(민성빈 기자)에서 한진중 노사합의 사항을 전하며 “지지부진하던 노사협상은 지난달 국회 권고안이 나온 뒤 급진전을 봤다”고 보도했다. 이어 “309일동안 35미터 높이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크레인을 내려왔다”고 전하고, “1년 가까이 끌어온 정리해고 사태가 마무리됨에 따라 그동안 수주물량이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회사를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가 노사양측의 숙제로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SBS <협상타결 고공농성 해제>(송성준 기자)는 한진중 노사 합의 소식을 전한 뒤, “35M 높이의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지도위원과 노조원 3명도 309일만에 농성을 풀고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그리고는 “회사는 물론 시민들간의 갈등으로 까지 비화된 한진중공업사태는 마무리 됐지만 향후 노동정책과 노사관계에 가볍지 않은 숙제를 남겼다”고 전하는데 그쳤다. <끝>
 
 
2011년 11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