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0월 24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11.10.25)1. KBS, 왜 안철수의 ‘박원순 지지’ 축소하나
2. 기무사 ‘민간인 사찰’, KBS·MBC 외면
안철수 ‘박원순 지지’한 날, KBS는 나경원만 보여?
2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지지의사를 밝혔다. 안 원장은 “투표율이 60%를 넘었으면 좋겠다”며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박 후보에게 지지 편지를 건넸다. 안 원장은 편지에서 1960년대 미국 흑인민권운동가 로자 파크스의 ‘내게는 여느 날과 똑같은 날 아침이었지만 수많은 대중의 참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았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선거는 바로 이런 ‘참여’의 상징”이라고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편지는 이번 선거를 ‘대립과 화합’, ‘과거와 미래’, ‘편법과 원칙’, ‘상식과 비상식’의 선거로 규정지었다.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 측은 안 원장의 지지 방문 의미를 깎아내리는 데 급급했다. 나 후보는 “남자가 쩨쩨하게 치졸한 선거 캠페인을 하지 마라”며 박 후보가 안 원장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비난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교수직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고 정치를 하려면 교수직을 버리고 정치판에 들어오길 바란다”고 안 원장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먼저 지원을 요청해 유세 지원을 받고 있는 나 후보가 안 원장의 박 후보 지원을 비난하는 것은 모순이다. 홍 대표 등 한나라당이 안 원장을 공격하고 나선 것을 두고 ‘안철수 돌풍’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 지원에 나서게 된 것은 한나라당이 자초한 일이다. 한나라당과 나 후보 측은 어느 때보다 악의적이고 노골적인 흑색선전,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박 후보를 공격해 궁지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평론가들은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이번 선거가 ‘나경원 대 박원순’ 구도에서 두 후보를 지원하는 유력한 대권후보인 ‘박근혜 대 안철수’로 옮겨가며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됐다고 분석했다.
24일 방송3사는 보도에서 차이를 보였는데, KBS는 안 원장의 ‘박원순 지지’ 사실을 축소, ‘나경원 띄우기’에 앞장섰다. KBS는 뉴스 첫 꼭지로 ‘안철수 지지선언’을 보도한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3번째 꼭지로 다뤘다. 제목부터 <대선 전초전 눈길>로 달아 안 원장의 지지 사실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고, 보도내용도 안 원장의 간단한 지지발언만 전하는 등 가장 부실했다. 안 원장의 ‘지지편지’ 등은 일절 소개하지 않았다. 나 후보 띄우기 행태는 여전했다. 나 후보가 “엄마의 마음으로 시민의 삶을 챙기겠다고 다짐했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나섰다. 반면 박 후보에 대해서는 “지지층 결집에 힘썼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MBC는 안 원장의 지지방문 소식을 자세하게 전하고, 지지편지의 내용도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어 한나라당의 안 원장 비난 발언, 나경원-박원순 후보의 선거유세 등을 전했다.
SBS는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 측의 구시대적 색깔공세, 이념공세 발언을 무비판 보도하고 나섰다.
<대선 전초전 눈길>(KBS, 곽희섭)
<총력유세…기싸움 치열>(KBS, 하송연)
KBS는 3번째 꼭지 <대선 전초전 눈길>(곽희섭 기자)에서 ‘안철수 효과’ 축소에 애썼다. 보도는 안 교수의 박 후보 지원에 대해 “멀리서 성원하고 있었다. 응원하러 왔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고 간단하게 전하는데 그쳤다. 안 원장의 지지 편지 내용은 일절 다루지 않았다. 그리고는 박근혜 전 대표가 내일 ‘나경원 지원’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하고, 안 원장 지원을 비난하는 나 후보 측과 한나라당의 주장 등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선거 결과가 총선은 물론 대권 구도에 미칠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총력유세…기싸움 치열>(하송연 기자)에서는 ‘나경원 띄우기’ 보도 행태를 보였다.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간 나 후보의 모습을 비추며 “엄마의 마음으로 시민의 삶을 챙기겠다고 다짐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기자 멘트를 전하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우리 아픈 곳, 뭔가 부족한 곳에 먼저 돈 쓰겠다”는 나 후보의 유세 발언을 실어 “엄마의 마음”을 부각했다. 반면 박 후보는 “야당 지도부들과 함께 거리 유세를 이어가며 지지층 결집에 힘썼다”는 단순 사실을 나열하는 기자 멘트에 그쳤으며 “어려운 점을 함께 고민하고, 서울시를 정말로 화끈하게 새롭게 바꾸는 그런 시장이 되겠다”는 인터뷰를 실었다. 그리고는 두 후보의 TV토론 내용을 단순 나열했다.
<“협찬 선거운동‥효과 제한적”>(MBC, 김세진)
<“정책 오락가락”‥“흑색선전 과도”>(MBC, 노재필)
MBC 첫 꼭지 <안철수 구원등판‥야권 환호>(이언주 기자)는 안 원장의 박 후보 캠프 지지방문 소식을 전하고, 안 원장의 로자 파크스 사건을 담은 편지 내용도 자세하게 소개하며 “안교수는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바로 작은 행동이라며 선거는 참여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많은 분들이 투표 참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안 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민주당 등 야권의 환영 발언을 덧붙였다.
<“협찬 선거운동‥효과 제한적”>(김세진 기자)에서는 안 원장 지원을 비난하는 나 후보와 한나라당의 발언을 단순 전달했다.
<“정책 오락가락”‥“흑색선전 과도”>(노재필 기자)는 나 후보와 박 후보의 유세활동을 전했는데 두 후보 모두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보도했다. 이어 두 후보의 TV토론 내용을 나열했다.
<안철수 지지선언..대선 전초전>(SBS, 박세용)
<마지막 토론도 날선 공방>(SBS, 한승희)
SBS 첫 꼭지 <안철수 지지선언..대선 전초전>(박세용 기자)은 안 원장이 박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며 “누구나 미래를 꿈꾸면서 정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정을 펼쳐주실 것으로 믿는다”는 발언을 전했다. 또 안 원장이 편지에서 “이번 선거는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하느냐는 선거라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안 원장을 맹비난하는 한나라당 측의 주장과 박 전 대표의 ‘나경원 지원’ 유세 일정 등을 전한 뒤, “안철수 교수가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서울시장 선거는 나경원-박원순 대결에 박근혜-안철수의 대선 전초전 성격까지 띠게 됐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토론도 날선 공방>(한승희 기자)에서는 나경원, 박원순 후보의 선거운동을 전했는데 한나라당과 나 후보 측의 구시대적 색깔론 공세, 이념공세를 무비판 전달했다.
보도는 “홍준표 대표도 박원순 후보는 좌파 인물이라며 보수층 결집을 염두에 둔 지원유세를 벌였다”고 언급하고, TV토론에서도 “국가관 등을 둘러싼 이념 공방에서는 날선 대립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며 ‘5번 이상 태극기가 없는 민중의례로 치렀다’는 나 후보 측의 이념공세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또다시 민간인 사찰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은 지난 달 30일 기무사 현역 군인 ID로 조선대학교 기광서 교수의 웹하드가 해킹당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민간인 사찰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국방부는 ‘해킹 용의자들이 ID를 도용당했다고 말했다’고 발뺌했지만, 기 교수가 북한·러시아 전문가이고 조선대 총장선거 후보의 핵심 참모였다는 점 등에서 기무사의 조직적인 민간인 사찰 의혹에 힘이 실렸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국방부는 8월29일, 9월1일, 9월2일 3차례에 걸쳐 해킹이 이뤄졌다고 확인했다. 또 8월29일, 9월1일은 서울 송파에서 기 교수 인명정보파일을 해킹했고, 9월 2일은 광주의 한 PC방에서 논문파일을 빼간 것으로 드러났다. 해킹 날짜나 장소 등을 고려하면 서울 부대와 지역 부대에서 조직적으로 해킹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역 기무부대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사태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이런 가운데 기무사가 기 교수 사찰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열었고, 사찰 부대가 지역이 아닌 서울 송파에 있는 방첩부대 210기무부대가 주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10부대는 고정간첩을 색출하는 부대로 감청, 사이버 보안 등에 특화된 방첩 전문 부대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이번뿐이 아니다. 기무사 직원 신 아무개씨는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집회 참가자들을 캠코더로 찍다가 시민단체 회원과 민주노동당원에게 적발된 바 있다. 당시 신씨의 수첩에는 민주노동당 당직자 등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세하게 담겨 있었다. 지난 1990년 윤석양 이병이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긴 이후 군 보안사령부는 기무사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 범위도 엄격하게 제한해 왔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활개를 치고 있다. 군의 민간인 사찰은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방송3사는 거듭 드러나는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특히 KBS와 MBC는 지금까지 관련 보도를 일절 하지 않았다.
SBS는 9월 30일 <또 민간인 사찰>(김태훈 기자)에서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적발된 것은 1990년 윤석양 이병 폭로 재작년 민노당 당직자 사찰에 이어 세 번째”라며 “특히 A 교수가 조선대 총장 선거 후보자 참모였다는 점에서 기무사가 학내 문제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전하고, ‘개인 행동일 뿐 조직적 사찰은 아니다’라는 기무사 해명을 전했다. 이후 10월 20일 단신 <조선대 교수 메일 해킹에 기무사 조직적 개입>에서 이번 사건이 기무사의 조직적 개입으로 드러났다고 간단하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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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