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0월 7일 방송3사 ‘나경원-시민과의 대화’ 생중계방송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2011.10.12)
등록 2013.09.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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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아닌 일방적인 ‘나경원 홍보’
- 불리한 질문 하나도 없고, 사실 아닌 주장도 반박․반론 없어
 
 

지난 7일 방송3사는 ‘나경원-시민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단독 토론회를 생중계했다. 이 토론회는 지난 달 30일 박원순 후보와 민주당 박영선 후보 간 단일화 토론회가 중계된 데 대해 한나라당이 ‘형평성’을 요구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는 ‘나경원 홍보 독무대’가 됨으로써 오히려 형평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나 후보 토론회는 ‘서울시민논객 20명’이 패널로 참여해 서울시정과 나 후보의 정책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나 후보가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질문 가운데 나 후보의 자위대 50주년 기념행사 참여와 관련한 거짓해명, 장애청소년 알몸 목욕 논란, 신지호 선대위 대변인의 음주방송 파문 등 그에게 불리한 문제들은 일절 없었다.
또 사회자가 ‘질문 1분, 답변 2분’ 내외로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기존 선거방송 토론처럼 엄격하게 시간을 제한하지 않았다. 답변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상대 토론자와 ‘맞장토론’을 벌이거나, 전문가 패널들이 정책과 관련한 전문적 질문을 던지는 일반 선거토론과 달리, 나 후보는 60여분 동안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자유롭게 펼 수 있었다. 그는 영유아 전문 국공립 보육시설 250개 확충, 교육예산 1조원 확충 프로젝트, 햇빛센터 등 강남북 복지격차 해소, 전통시장 활성화, 예산시민배심원제 등 자신의 주요 공약을 반론이나 비판적 지적 없이 홍보했다.
일례로 나 후보는 ‘한강 수중보’를 없애면 서울시민들의 식수를 제공하는 취수원을 이전해야 하고 2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달 25일 환경운동연합은 한강 수중보의 역할은 기껏해야 유람선 운행을 위해 수위를 높이는 역할이고, 서울시 취수원은 이미 남양주로 옮겨간 상태라며 나 후보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논평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나 후보의 일방적인 주장만 사실인 양 나왔다.
 
나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반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를 일방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나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서울 시민의 열망을 이용하는 가짜 변화가 판을 치고 있다”며 “가짜 변화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박 후보를 겨냥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박 후보가 한강 수중보 문제에 대해 ‘말바꾸기’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자신이 박 후보의 보 철거 주장을 비판했더니, 박 후보가 “공약한 바 없다고 말했다”며 “얘기가 왔다갔다 하는 부분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거듭 ‘보 철거를 공약한 바 없다’며 한나라당 측과 일부 언론보도에 유감을 표하고 있었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소한의 반론을 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나 후보는 양화대교 공사와 관련해서도 박 후보가 “흉물을 그대로 놔두자는 것 같아서 깜짝 놀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한강르네상스 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하고 있어 양화대교 공사 문제는 그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나 후보의 주장처럼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흉물 방치’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양화대교는 현재 하류 쪽 다리 공사가 끝났고 상류 쪽 공사는 이제 막 우회로 공사를 시작한 단계인데, 두 개가 각각 만들어져 있어 공사가 중단돼도 다리의 안전성이나 공사 방치에 따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류 쪽에만 ‘아치형 구조물’이 설치된 것도 시각적으로 크게 거슬리는 건 아니어서 ‘흉물’ 운운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론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ㄷ자 교각의 사고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주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사회자의 진행도 선거방송 토론의 엄격한 중립성에서 벗어나 ‘호의적 태도’를 드러냈다.
사회자는 학교 안전, 무상급식 등에 대한 나 후보의 답변이 끝나자 질문을 했던 시민패널에게 “안심이 되세요?”라고 질문을 던져 시민패널의 “맘이 놓인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예산시민배심원제에 대한 나 후보의 설명에 대해 송 씨는 지속적으로 ‘아-’ ‘네-’등의 추임새를 넣더니 답변이 끝나자마자 “그야말로 가족회의에서 우리 어떻게 돈 쓰자 정하는 거네요”라고 친절하게 부연하기도 했다.  
 
나 후보의 단독토론회는 야권의 후보단일화 토론방송에 대한 ‘형평성’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 후보에게 유리한 토론회였다. 사실 토론회 전부터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후보단일화 토론에 대한 ‘형평성’ 차원에서 마련됐던 이회창 후보 단독 토론회도 이 후보에 대한 일방적인 띄워주기로 흘러 문제가 된 바 있다. 하물며 이명박 정권에 방송이 장악된 상태에서 나 후보 단독토론회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우려가 앞섰고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후보단일화 토론은 후보 간 치열한 공방과 상호 검증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고, 특정 후보에 대한 일방적 홍보가 되기 어렵다. 반면 경선이나 단일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단독토론회는 단순한 홍보 기회로 그칠 가능성이 크고 유권자의 판단을 돕기는커녕 사실관계를 호도할 우려마저 있다. 이번 나 후보 단독토론회는 이런 부작용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방송3사는 나 후보 토론회가 어떤 기획과정을 거쳤고, 시민패널 선정과 질문 내용은 어떻게 마련됐는지 등에 대해 밝힐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선 과정의 토론이나 후보단일화 토론에 대한 ‘기회균등’ 차원에서 진행되는 후보 단독토론이 일방적인 홍보로 흐르지 않도록 ‘룰’을 만드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끝>
 
 
2011년 10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