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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11.9.23)MB정부 집요한 ‘역사 비틀기’ … ‘파행’만 부각한 방송보도
지난 1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란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일방적으로 바꾼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원이 있다면 북한에 가서 의원 하라”며 구시대적 색깔론 공세를 폈다. 22일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사라지기 시작한 자유민주주의 표기를 다시 복원한다고 해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들이) 사퇴, 반발하는 것은 우리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2일 교과위 야당 의원들은 박 의원과 홍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여야간의 논쟁이 벌어져 국감이 한 시간 만에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날 교과위 국감 파행의 배경은 지난 8월 9일 교과부가 역사교과 집필준칙을 절차도 무시한 채 마음대로 바꿔 새 역사교과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일방적으로 ‘자유민주주의’로 바꿔 고시한 데 있다. 집필준칙은 국사편찬위원회 산하 ‘역사 교육과정 개발정책연구위원회(연구위)’에서 안을 내고, 교과부 자문기관인 ‘역사 교육과정 개발 추진위원회(추진위)’의 승인을 거쳐 마련되는데, 교과부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의 요구에 따라 일방적으로 용어를 바꾼 것이다. 이 때문에 8월 16일에는 연구위원 24명 중 21명이 성명을 내 교과부를 비판하며 ‘민주주의’ 용어의 원상복귀를 요구했고, 9월 19일에는 추진위원 20명 중 9명이 사퇴로 항의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것은 ‘민주주의’의 개념 자체를 왜곡하는 심각한 문제다. 수구보수세력들은 ‘헌법의 이념이 자유민주주의’라며 헙법에 나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자유민주주의’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헌법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며, 헌법에는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와 경제민주화 등과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어 자유민주주의만 강조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 학자들의 중론이다. ‘자유민주주의’만 내세울 경우 교과서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부분이 빠지게 될 우려도 크다. 또 독일헌법에서 따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 영문번역을 보면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라고 표현되어 있어 좁은 의미의 ‘liberal democratic’과 다르다.
그동안 ‘자유민주주의’는 한국사회에서 ‘시장만능’이나 ‘반공주의’ 같은 의미로 통용되어 왔다. 특히 군사독재정권 시절 냉전 논리를 정당화하고 정권에 저항하는 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처단하는 정치이념으로 활용됐다. 민주화 이후에는 시장지상주의와 남북간 대결구도를 부추길 때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수구보수세력들이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려는 이유가 냉전시대 ‘반공’의 잣대로 친일과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방송보도는 사안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방송은 정부의 ‘민주주의’의 ‘자유민주주의’ 졸속 변경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색깔론 발언도 일절 따지지 않았다. 교과위 국감이 파행됐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췄다. 방송3사는 지금까지 정부의 ‘민주주의’의 ‘자유민주주의’ 졸속 변경 문제를 제대로 다룬바 없다. 또한 방송3사의 국감보도도 문제다. 방송3사는 단순 상황 중계나, 막말 등 국감 중 벌어진 ‘해프닝’을 나열하는데 급급한 상황이다.
KBS는 교과위 파행 상황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고, 방통위 국감에서는 자사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수신료 인상’ 주장과 ‘코리아뷰’ 방송 허가 주장 등을 부각했다.
MBC는 국감장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나열했다. 정부의 반민주적 교과서 서술지침 변경 문제,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실 도청사건 관련 경찰의 소극적 수사 문제 등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SBS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비싼 통신요금 문제를 다룬 방송통신위원회 국감만 보도했다.
<교과위 국감 파행>(KBS, 최문종)
<‘사회공포증’ 때문에..>(MBC, 조현용)
KBS <교과위 국감 파행>(최문종 기자)은 “민주주의냐, 자유 민주주의냐. 최근 정부가 교과서 서술지침을 바꾼 것을 놓고 오늘 교과위원회 국감이 파행을 겪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앵커 멘트는 이번 교과위 국감 파행의 ‘배경’과 관련한 유일한 언급이었지만 이마저 ‘논란’으로 접근하며 정부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교과서 서술지침을 바꾼 사실 등 기본적인 문제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보도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북한에 가서 의원을 하라는 지난 19일 여당 의원의 발언을 야당이 문제 삼았다”며 “야당은 색깔론 운운하는 여당과 함께할 수 없다며 국감 중지를 선언했고, 여당은 야당이 곽노현 교육감을 의식해 내일 서울시교육청 국감을 파행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며 교과위 국감 상황을 간단하게 전했다. 보도에는 야당이 ‘북한에 가라’는 여당 의원의 발언을 왜 문제 삼고 있는지, 여당 의원의 발언은 왜 나왔는지 등 ‘기본적인 설명’조차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야당의 반발이 ‘서울시교육청 국감 파행’이라는 정략적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여당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 국감과 관련해서는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TV 수신료 인상안을 빨리 처리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청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상파 채널 20개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코리아뷰’ 방송을 허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며 자사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수신료 인상’, KBS 사장 김인규 씨가 앞장서 추진하는 ‘코리아뷰’ 방송 허가 등을 부각했다.
MBC <‘사회공포증’ 때문에..>(조현용 기자)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원은 북한에 가서 국회의원 하라’는 박영아 의원의 며칠 전 발언에 안민석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며 다툼이 벌어졌다”며 안 의원과 박 의원의 말싸움 장면을 내보내는데 그쳤다.
보도는 시작부터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폭력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증인이 ‘사회공포증’을 이유로 국회에 불출석 해 의원들의 폭소가 터졌다며 증인의 ‘어울리지 않는 병명’에 대해 조소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비췄다. 또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실 도청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의 소극적 수사 문제 등 사안의 본질은 외면하고 민주당 백원우 의원과 조현오 경찰청장 간에 고성이 오가는 장면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