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9월 19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브리핑(2011.9.20)본질 비껴간 방송3사 ‘매국노’ 발언 보도
- 보도본부장․앵커 거론된 KBS ‘위키리크스’ 언급도 없어
- KBS는 ‘위키리크스’ 언급조차 없어
김 의원이 지적한 내용은 지난 해 1월 대만 의회가 미국산 쇠고기의 특정위험물질(SRM) 수입금지 법안을 통과시키자 안총기 당시 외교부 지역통상국장(현 상하이 총영사)이 미 대사관 관계자와 만나 “미국이 대만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면 한국 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법안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을 누그려뜨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위키리크스가 공개했다.
2006년 6월 14일자 외교전문에는 김종훈 한미FTA 협상 대표(현 통상교섭본부장)가 개성공단 문제를 협상 초기에 다루라는 청와대의 훈령을 어기고 협상 마지막으로 미뤘으며, 조태용 북미국장(현 호주대사)은 이 같은 김 대표의 생각을 미국 측 협상 책임자(캐슬린 스티븐스)에게 미리 알려줬다고 한다. 정부 협상 대표로 나선 김종훈 대표가 훈령을 어기고 월권을 행사했고, 조태용 국장은 정부기밀을 누설한 것이다. 또 2008년 8월 29일 외교전문에는 미국의 얼 포머로이 하원의원과 버시바우 주미대사가 ‘한미FTA에 쌀이 빠진 것’을 거론하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쌀 관세화 유예가 2014년에 끝나게 될 것이고, 한국 정부가 (미국과) 다시 협상할 것”이라며 추가협상을 약속한 것으로 나왔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FTA와 쌀 관세화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고 쌀과 관련해 미국과 어떠한 약속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본부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2009년 12월 30일 외교전문에는 유명환 당시 외교부장관이 캐슬린 스티븐스 주미대사에게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협상에서 경제․군사 협력이 있었다며 “비밀이지만 국회 비준은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1년 뒤에야 보고됐고, ‘UAE 원전 수주와 파병은 관련 없다’던 정부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 위키리크스에는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 한미정상회담과 연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약속했으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당시(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미 대사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은 미·일 양국과 잘 합력할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 등도 담겨있다.
방송3사는 19일 외통위 국감 보도에서도 본질을 비껴갔다. ‘매국노’ 발언이 나오게 된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은 제대로 다루지 않은 채 ‘여야의 고성’, ‘국감 막말’ 등으로 사안을 호도하고 나섰다.
특히 KBS는 ‘한미 FTA와 관련한 질의’ 도중에 ‘매국노’ 발언이 나오게 됐다며 위키리크스의 폭로내용은 물론이고 ‘위키리크스’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KBS의 고대영 보도본부장과 <뉴스9> 민경욱 앵커가 2007년 대선 당시 미 대사관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후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일고 있다. 고 본부장은 미 외교전문에 “빈번한 대사관 연락책”(frequent Embassy contact)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KBS 보도국 간부들의 이런 ‘행각’ 때문에 KBS가 이 대통령이나 고위 관료들과 관련한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MBC도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의원들의 ‘국감 막말 행태’를 거론하며 김동철 의원의 ‘매국노’ 발언을 함께 다뤄 본질을 흐렸다.
SBS는 방송3사 중 유일하게 ‘매국노’ 발언이 나오게 된 위키리크스의 내용을 언급했다. 그러나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문제점을 따지지 않은 채, 전반적으로 ‘국감 헤프닝’으로 다루는데 그쳤다.
<장관의 굴욕>(MBC, 조현용)
<“사거리 연장 추진”>(SBS, 김태훈)
위키리크스 관련 내용은 보도 말미에 “한미 FTA와 관련해 질의를 하던 도중 ‘매국노’란 표현을 두고 여야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간 끝에 회의가 중단되는 등 파행도 빚어졌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매국노’라는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된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도 시작부터 “정부 정책의 허점을 파고드는 칼날은 여당 의원들이 오히려 더 매서웠다”며 대북사치품에 대한 금수조치 문제를 거론하는 여당 의원의 질의를 전하며 한나라당을 띄우기도 했다.
MBC는 위키리크스 내용보다는 의원들의 ‘막말 행태’를 부각하는데 그쳤다.
<장관의 굴욕>(조현용 기자)은 핵안보정상회의 일정을 총선 전인 3월에 잡은 것을 두고 김성한 외교부 장관에게 반말로 질의하는 등 막말을 한 정몽준 의원의 발언 내용을 자세하게 전했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관련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에 나온 고위공무원을 향해서는 매국노라는 말이 나왔다”며 “이런 매국노가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의 지역통상국장이에요?”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민주당 김동철 의원의 발언 장면을 실은 뒤, “국무위원에게 매국노라는 표현을 쓴 건 지나치다며 의원들 사이에 말싸움이 이어져 정회가 선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보도는 위키리크스에 실린 안총기 상하이 총영사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은 채, ‘매국노’라며 언성을 높이는 김 위원의 발언 장면만 실었다. 위키리크스의 내용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김 의원의 발언도 국감장에서 나온 ‘막말’로 오인할 우려가 다분했다.
SBS <“사거리 연장 추진”>(김태훈 기자)은 국방위 국감에서 한미 미사일 협정 개정을 위한 실무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외교통상위에서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한-미 쇠고기 협상과정이 논란이 됐다”며 “당시 타이완은 미국 쇠고기의 특정위험물질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는데, 우리 외교부의 모 국장이 미국 대사관 관계자에게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고 기술돼 있다”고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했다. 그리고는 “야당 의원들은 매국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를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감사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여야 의원간에 고성이 오가는 장면을 비추는데 그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