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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용비어천가’ TV조선, 국정파탄 사태에 관심 없는 공영방송
2016년 12월 27일
등록 2016.12.28 16:08
조회 510

27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윤곽이 뚜렷해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파탄’ 사태의 추악한 면면이 드러났습니다. SBS는 26일부터 블랙리스트를 단독 입수하여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7일엔 고은 시인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는 특종을 냈죠.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의 폭로도 파문이 상당합니다. 박 과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대비해 K스포츠재단을 설립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고 노승일 부장도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26일 감방 신문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이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사를 불렀다고 인정하면서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도 퍼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4차 청문회가 있었던 12월 15일부터 갑자기 국정파탄 사태 관련 보도량이 급감했던 KBS‧MBC는 27일에도 이런 주요 의혹을 외면했습니다. TV조선은 특검 수사와 청문회 소식으로 관심이 뜸해진 황교안 총리의 광폭 행보를 긍정적으로 그려줬네요.

 

1. ‘무수저 황교안 대권 도전’ 보도한 TV조선, ‘박근혜 용비어천가’ 데자뷰 
TV조선 <청와대서 외빈맞이 행사>(11/27 https://bit.ly/2iCNDHO)는 27일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황교안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받아쓴 보도입니다. 윤정호 앵커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처음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며 운을 뗐고 이채현 기자는 외빈 맞이 행사,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 등 황 총리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탄핵 의결로 권한 중지된 박근혜 대통령 대신 신임 주한 대사 5명으로부터 파견국 원수의 신임장을 전달 받”는 모습, “대행 자격으로 출입 기자들과 첫 오찬 간담회” 장면이 차례로 나왔습니다. 기자 간담회 장면에서는 “오늘 간담회 식사메뉴를 삼계탕으로 정했습니다.이를 계기로 (AI 확산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 촉진과”라는 황 총리 발언도 보여줬습니다. 이 보도의 하이라이트는 보도 말미에 황 총리의 대권 도전을 시사한 부분입니다. 이 기자는 “황 대행은 퇴임 후 꿈을 묻자 임기가 끝나면 미래를 위한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대선 도전을 포함한 정치적 포부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라 전했고 “자신은 '흙수저 중에서도 무수저'라고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명백한 일을 교전이나 전쟁으로 가르치면 안 된다.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등 황 총리의 ‘국정교과서 정당화’도 받아 적었습니다. 화면에는 대권 도전을 시사한 “미래를 위한 노력” 발언과 “흙수저 중에 무수저” 발언,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발언이 삼계탕을 먹고 있는 황 총리 얼굴과 함께 자막으로 나갔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황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선전하는 태도는 TV조선이 박근혜 대통령에 했던 받아쓰기 보도 행태와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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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총리의 기자 간담회 ‘삼계탕 먹방’과 ‘대권 도전 시사’ 모두 받아 쓴 TV조선(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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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총리의 기자 간담회 ‘삼계탕 먹방’과 ‘대권 도전 시사’ 모두 받아 쓴 TV조선(12/27)

 

2. 박 대통령 2차 사과에 “펑펑 울었다”던 TV조선, 황교안 체제에 대통령 예우?
멀리 갈 필요도 없이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2차 사과 때도 TV조선은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대통령의 감성 호소와 눈물을 받아썼습니다. TV조선 <“모든 책임지겠다…특검도 수용”>(11/4, https://bit.ly/2fnC21h)은 “박 대통령은 평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거의 보이지 않는 스타일인데, 어제는 정말 펑펑 울었다”고 전하면서 화면에 “박 대통령 왜 얼굴 부어 보였나”라는 자막까지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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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일 박 대통령 2차 사과에서 ‘대통령의 눈물과 부은 얼굴’ 조명한 TV조선(11/4)

 

TV조선 <“사이비종교‧굿판 사실 아냐” 침통>(11/4, https://bit.ly/2fpx6Hf)도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는 시작부터 가늘게 떨렸습니다.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 등 ‘동정적 묘사’에 열을 올렸고 보도 말미에는 “박 대통령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발이 부어 신발도 신기 어려웠던 것” 등 박 대통령의 ‘침통한 일상’을 성실하게 전달했습니다. TV조선이 ‘박근혜 2기’라는 비판을 받는 황교안 체제에 홀로 ‘대통령 예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3. JTBC는 ‘황교안 체제 위기관리 실패’ 비판, TV조선 반박한 꼴
27일, 황교안 체제 관련 보도는 JTBC와 TV조선에서만 1건씩 나왔는데요. JTBC의 논조는 TV조선과 정반대입니다. JTBC <위기 키우는 ‘황 대행 체제’>(12/27 https://bit.ly/2iCpo0v)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의 일성은 민생과 안보를 챙기는 위기 관리 내각이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염병 확산, 식탁 물가 급등 같은 가장 기본적인 현안에 대해 관리는커녕 오히려 위기를 키운다는 지적”이라며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조민근 기자는 “살처분된 오리와 닭 2600만 마리. 초중고생 독감 환자 1000명당 152명.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가 출범한 이후 쏟아진 ‘역대 최고’ 기록들”이라 전했습니다. 이어서 “일주일 이내에 AI 발생 추세를 진정시키는 것을 목표로”라고 말하는 황 총리를 보여주며 “뒤늦게 장관들을 채근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하지만 상황을 걷잡을 수 없게 만든 건 장관들의 허술한 대응”이라며 뒤늦게 장관을 채근한 황 총리 대응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농산물 수급관리 전문가라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차단에 실패한데다 계란과 식료품 값이 득달같이 오르는데도 속수무책”이고 지난 6월 “우리나라가 검역정보시스템 같은 것 만들어 놓은 것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의 장담도 허언이 됐다는 것입니다. JTBC의 이러한 비판적 관점은 “오늘 간담회 식사메뉴를 삼계탕으로 정했습니다.이를 계기로 (AI 확산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 촉진과”라고 말하는 황 총리 모습을 조명하며 황 총리의 화기애애한 기자 간담회 장면만 보여준 TV조선과는 크게 대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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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과 달리 ‘황 대행 체제 위기관리 실패’ 비판한 JTBC(12/27)

 

4. 톱보도는 ‘비박 탈당’ 의혹 보도는 ‘특검 받아쓰기’뿐…공영방송의 현주소
공영방송 KBS와 MBC는 4차 청문회가 있었던 15일부터 급격히 국정파탄 사태 관련 보도량을 줄이더니 급기야 주요 의혹을 모두 외면하고 있습니다. 15일부터 27일까지 두 방송사가 관련 보도량 10건을 넘긴 날은 24일 KBS(11건), 26일 MBC(10건)으로 딱 하루에 불과합니다. 같은 기간 지상파 방송사인 SBS는 꾸준히 10건을 넘기고 있고 종편 4개사는 늘 20건 내외를 오가고 있습니다. 


27일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KBS와 MBC의 이날 톱보도는 탈당해 신당 창당을 선언한 여당 비주류 소식입니다. KBS는 이날 국정파탄 사태 보도량이 총 7건인데 이중 새누리당 분당 소식만 4건입니다. MBC는 총 9건 중 3건이 여당 분당입니다. KBS는 절반 이상을, MBC는 1/3을 ‘여당 분당’에 할애한 것입니다. 당연히 구체적인 국정파탄 사태 정황과 의혹은 보도할 여지가 없습니다. KBS와 MBC는 나머지 보도에서 특검의 수사 현황을 받아쓰고 헌법재판소가 1월 3일을 첫 변론기일로 잡았다고 전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렇다보니 세월호 참사 7시간 관련 보도나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의도 및 직접 뇌물죄 적용 가능성은 보도가 없습니다. 

 

5. 타사는 의제 하나씩 주도…MBN만 KBS‧MBC와 견줄 만 해
타사는 어떨까요. SBS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특종, JTBC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의도 단독, TV조선은 정윤회 사건 재수사 돌입한 특검 단독을 톱으로 냈습니다. 채널A는 입국 넉 달 만에 처음 기자회견을 가진 태영호 전 북한공사의 “김정은 2017년 목표 핵개발” 등 발언을 톱으로 전해 오랜만에 ‘북풍’을 선보였는데요. 3건의 관련 보도 이후 곧바로 박 대통령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 보도를 덧붙이고 19건을 연달아 국정파탄 사태에 할애했습니다. 한편 MBN만 공영방송을 따라 ‘여당 분당’을 톱으로 냈습니다. 


줄곧 같은 지상파 방송사로서 KBS와 MBC의 반면교사가 됐던 SBS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특종을 이틀째 이어갔습니다. SBS <고은 시인도 ‘블랙리스트’ 낙인>(12/27 https://bit.ly/2hvnpuZ) 등 3건의 단독보도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고은 시인도 포함되어 있으며 그 이유가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것으로 명시됐다고 폭로했습니다. JTBC는 3건의 단독보도에서 박헌영 전 과장과 노승일 부장의 폭로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사적 목적으로 직접 설립 및 운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실 리프팅 시술 정황도 4건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은 톱보도 포함 2건으로 특검의 정윤회 사건 재수사를 단독보도하면서 타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박 대통령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문화계블랙리스트,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도 모두 1~2건의 보도로 현황을 전했습니다. 채널A는 3건의 보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서 무얼 했는지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는데요. 특히 채널A <“말 잘못하면 죽는다” 뭘 봤길래>(12/27 https://bit.ly/2iCPzQR)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했던 대통령 전속 미용사 정송주 씨와 화장을 담당한 여동생 매주 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관저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본 유일한 외부인인데 극도로 말을 조심하고 있”다면서 “말을 잘못했다가는 죽음”이라는 증언에 주목했습니다. “정 씨가 죽음까지 거론하며 그 날의 진실을 공개하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무엇인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겁니다.


KBS‧MBC를 제외한 방송사 중 가장 소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방송사는 MBN입니다. MBN은 이날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특검 수사 소식 2건 외에 다른 의혹 보도가 없어 공영방송과 똑같은 태도를 보였습니다. MBN은 총 19건의 국정파탄 사태 보도 중 톱보도 포함 6건을 ‘여당 분당’에 할애해 MBC와 비슷한 보도 비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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