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곽노현 교육감 의혹 관련 보도' 모니터 보고서(2011.08.31)- 보도량 급증, 내용은 검찰 주장 뒷받침 / KBS ‘의혹 부풀리기’ 가장 적극
‘진보진영 단일후보’였던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2억을 주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또한 곽 교육감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검찰 수사에도 떳떳하게 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이 ‘후보단일화의 대가’로 박 교수에게 2억을 주었다는 검찰의 혐의에 대해서는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30일 4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마구잡이식 의혹 부풀리기나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를 중단하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식의 언론플레이는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표적수사라는 의혹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한나라당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고 난 직후 본격화되었다는 점, 검찰이 박명기 교수 측의 진술을 토대로 ‘혐의사실 흘리기’를 하고 있다는 점, 박 교수 측 변호인이 BBK 수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이라는 사실 등을 고려 할 때 곽 교육감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대부분 언론들이 곽 교육감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검찰의 ‘흘리기’를 그대로 부각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특히 조중동 수구보수신문들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을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의혹을 ‘기정사실’로 몰아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설령 곽 교육감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수사 과정에서 언론들의 무분별한 ‘흘리기’ 보도나 단정적인 보도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09년 검찰과 언론의 ‘피의사실 흘리기’와 ‘모욕주기식 수사’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졌음에도 또 다시 검찰과 언론이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수구보수신문들 만큼은 아니지만 방송3사, 특히 KBS 역시 이 같은 보도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사들이 여권 인사들의 비리와 의혹에 대해서는 지극히 소극적으로 보도해 왔던 것에 비추어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는 방송3사 보도의 달라진 보도 태도를 살펴보기 위해, 각종 비리 혐의를 받다가 결국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아 물러난 공정택 전 교육감 관련 보도와 곽 교육감 관련 보도를 비교해 보았다.
(공 전 교육감은 2008년 7월 교육감에 당선된 뒤, 그해 10월부터 불법선거자금 등에 대한 의혹을 받았다. 공 전 교육감은 선거자금 22억원 중 82%인 18억을 학원관계자들을 통해 마련했고, 자립형사립고를 추진하는 하나금융과 학교 급식업체, 현직 교장과 교감 등에게도 선거자금 후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2009년 1월 그는 제자이자 중구M학원 원장에게 선거자금 1억 900여만원을 무이자로 빌리고(정치자금법 위반) 부인 육모 씨가 수년간 관리해온 차명예금 4억원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혐의(지방교육자치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고, 이어 3월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공 전 교육감은 사퇴하지 않고 항소와 상고를 해, 그해 10월 29일 대법원에서 원심 확정판결을 받고서야 교육감에서 물러났다.
이후 공 전 교육감은 교장․장학사 매관매직 사건으로 불거진 서울시교육청 인사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돼 2010년 3월 구속됐다. 공 전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 재직 시절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1억 4천여만원의 뇌물을 받고 교장과 장학관 등의 부정승진을 지시한 혐의가 인정 돼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1억, 추징금 1억 460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표1]은 곽 교육감과 공 전 교육감에 대한 관련 보도 건수를 비교한 것이다.
곽 교육감 보도는 검찰 수사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닷새 동안 10건~12건으로 방송3사 평균은 11건이다. 반면 공 전 교육감 관련 보도는 처음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이 수사를 시작해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 직에서 물러나기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11.5건~15.5건으로 방송3사 평균 13건에 그쳤다.
공 교육감 관련 보도 기간을 세분해 보면 ①국감에서 공 전 교육감의 의혹이 본격 제기되고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두 달여간 보도는 5건~8건, ②검찰이 공 전 교육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기 2.5건~4.5건, ③검찰 기소 이후 법원 재판 과정에는 2.5건~5건이다. 공 교육감 관련 보도에서는 단신이 많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보도 비중에서도 차이가 확연하다. [표2]에서 보듯 곽 교육감 관련 보도는 첫 꼭지에서 5번째 꼭지 사이에 다뤄진 경우가 총 30건으로 대부분의 보도가 뉴스 앞머리를 장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 전 교육감 관련 보도는 21번째 꼭지 이후 보도된 경우가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11번째 꼭지 이후에 다뤄진 경우가 19건이었다. 대부분 뉴스 후반부에 배치된 것이다.
보도 방식도 차이가 크다. [표3]은 곽 교육감 관련 보도와 공 전 교육감 관련 보도 방식을 분석한 것이다. 곽 교육감 관련 보도에서는 ‘추정적’인 내용을 포함한 보도가 KBS 4건, MBC 5건, SBS 4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정택 전 교육감 관련 보도에서는 ‘추정’에 따른 보도는 없었다. 대부분의 보도는 사실 전달 중심이었다.
또 공 전 교육감 관련 보도에서 ‘분석보도’로 분류된 KBS 보도는 교육감 선거 제도를 다룬 것이다. (<“제도 개선 시급”> 김건우 기자/2008.10.22) 이 보도는 잇따라 발생하는 교육감 선거비리의 원인이 ‘선거제도’에 있다면서 제도 개선을 주장했는데, 오히려 공 교육감 비리의 본질을 흐리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 것은 KBS로, “돈 세탁”, “깨끗하지 않은 돈”, “돈을 주고 공직을 샀다”는 등 검찰 측의 일방적 주장을 적극 보도하며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준 돈이 ‘단일화 대가’라는 검찰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 돈을 박 교수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곽 교육감이 먼저 제안했다는 ‘박 교수 측근 인사’의 일방적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KBS 28일 <구속영장…출국금지>(이승철 기자)는 박 교수에게 건네진 돈을 검찰이 왜 대가성으로 보는지를 검찰 측의 입장에서 자세하게 전했다. 보도는 검찰이 대가성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가 “건네진 과정이 사실상 돈 세탁에 가깝기 때문”이라며 돈이 건네진 과정을 자세하게 언급한 뒤, “과정 자체가 깨끗하지 않은 돈임을 보여준다”는 검찰 측 일방적 주장을 전했다.
29일 <“곽 교육감 측이 7억 보전 제안”>(김성주 기자)은 곽 교육감 측이 먼저 선거비 보전으로 7억을 제안해 박 교수가 받아들였다는 ‘박 교수 측 관계자’의 일방적 주장을 전했다. ‘선거비용 보전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는 곽 교육감 측의 입장은 짧게 덧붙였다.
<‘돈 전달 교수’ 전격 체포>(이승철 기자)에서는 곽 교육감의 친구 강 모 교수가 체포됐다면서 “공직선거법 상 후보자 매수는 돈 주고 공직을 산다는 말이라며, 돈을 건넨 곽 교육감의 죄질이 더 무겁다는 뜻을 내비췄다”고 설명했다. 곽 교육감에 대해 “돈을 주고 공직을 샀다”고 단정 짓는 검찰 관계자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는 표현이다. 이어 보도는 곽 교육감의 예금이 5억에서 9억으로 늘었다며 “불법적인 외부 지원이 있었는지”를 살피고 있다는 의혹을 덧붙였다.
30일 <단일화 이후 갈등 증폭>(김성주 기자)에서도 교육감에 당선 된 뒤 박 교수가 천거한 인물을 곽 교육감이 거절해 인사문제로 관계가 악화되면서 “박 교수가 뒷거래 의혹을 폭로하려 했다”는 ‘박교수 측 관계자’의 일방적 주장을 전했다.